출소자가 밝힌 재벌총수 독방생활

교도소 밖 임시사무소엔 직원 상시 대기...독방은 잠만 자는 곳?

2015-02-02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재벌 총수에 대한 특별사면이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회자된다. 재벌 총수들이 저지른 경제범죄 규모에 비해 과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비난 여론과 특혜라는 표현이 퍼지면서 법조계 안팎에서 사면카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교도소 안 총수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과연 이들이 일반 재소자처럼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까. 결과부터 말하면 역시나 이들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교도소 내규에 따라 이들에 대한 확인취재는 불가능했다. 다만 출소한 재소자를 통해 이들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일과시간 대부분 접견실서…병원·검찰 자주 불려 다녀
특별면회 특혜 여전히 존재, 교도시설 “사실 확인 어렵다”


출소한 재소자에 따르면 이들은 ‘범털'로 불린다. 돈 많고 지식 수준이 높은 사람을 일컫는 교도소 안 ‘은어'다. 이들의 생활을 일반 재소자의 생활과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내부 실상을 소개했다.

독방이란 특성상 안에서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확인이 어렵지만 재소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진다고 덧붙였다. 재소자가 전해준 내용을 토대로 범털들의 생활을 구성해봤다.

범털로 분류되는 A씨는 모 그룹 총수다.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돼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A씨는 잠잘 때만 수용실, 속칭 감방에 들어온다.

장소변경접견 신청 많아

이후엔 어느 곳에서든 A씨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내부 동아리 활동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운동장에서도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렇다면 A씨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A씨는 일과 시간 내내, 수용실이 아닌 접견실에 나와 있다. 이 일이 가능한 건 변호사 접견 때문이다.

한 발 더 나아가 A씨는 종종 특별면회, 즉 장소변경접견 신청도 한다. 일반면회의 경우 가름막이 있는 공간에서 10~15분 가량의 시간이 주어지지만 특별면회는 소파와 탁자가 있는 거실 같은 공간에서 CCTV와 녹음시설 없이 비교적 편안하게 접견할 수 있다. 최장 30~40분 동안 만날 수 있다. 변호사별 신청 제한이 없어 하루에도 여러번 접견한다.

A씨는 특별면회가 변호사 외에 지인도 함께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른바 ‘황제 면회' ‘집사 변호사' 논란이 분분한 까닭이다.

여기에 툭하면 검찰 등으로 조사받으러 나간다. 교도소 밖에는 A씨를 찾아오는 면회객의 편의를 돕기 위한 임시 시설이 마련돼 있다고 한다.
해당기업 관계자는 “모 부서 직원이 순번을 정해 이곳에 상시대기하며 A씨의 내부근황과 외부 접견자의 편의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때문에 내부에선 이들에 대해 “우리 시각으로 보면 그들에게 독방은 모텔과 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총수 일가인 B씨의 교도시설 내 행보도 A씨와 비슷하다. 다만 B씨는 수감자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특별면회 횟수는 적지만 그래도 일반 재소자들보다 많아 특혜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B씨는 식사 시간과 잠 자는 시간, 그리고 저녁 시간 등 다른 재소자와 함께해야 할 시간엔 한 켠에 자리 잡고 앉아 있는다. 다른 재소자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까 노심초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낮시간 대부분은 교정시설 내 특정지역에서 머물고 있다고 한다.

형집행정지로 감옥이 아닌 병원에 수용된 범털들은 교도소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별 병실에 머무르면서 변호사 또는 임직원들을 수시로 만난다는 것이다.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한 총수는 자신이 묵는 병실 외에 수행비서와 측근들이 머무를 수 있는 병실을 따로 둬 ‘황제병실'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병원 밖 산책을 나서다 언론사 카메라에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최근에 형집행정지로 서울 인근 병원에서 생활하는 C총수의 경우엔 병원 인근 오피스텔 건물에 임시 사무소를 설치하고, 해당 기업 직원들이 이곳에 상주하며 총수의 검찰 수사 및 재판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기도 한다.

이 기업 관계자는 “모 부서 직원들이 순번제로 이 오피스텔을 이용하며 총수의 근황을 살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제면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총수가 일반 재소자와 함께 있는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이런 지적이 있을 때마다 미안해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게 자신들의 입장이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했다.

특사 물 건너 가나…

주목할 점은 이 같은 지적이 국회에서도 있었지만 여전히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이른바 ‘황제면회'를 지적하며 일부 총수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지난해 10월께)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이와 관련해 “법무부가 일반인은 한 번도 하기 힘든 특별면회를 재벌들에게는 업무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과다 허가해줬다”며 “법무부가 재벌들에게 ‘황제 면회’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적 이후에도 이 논란은 쉬쉬될 뿐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이 같은 특혜 논란이 정부 일각에서 흘러나오던 수감 재벌 총수 ‘특별사면’에 대한 반대 여론 형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여권 일각에선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경제범죄 수감 총수들에 대한 사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비난 여론탓에 사면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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