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된 진실게임, 800억대 비자금 밝혀질까?
박철언·현경자 비자금 폭로 2탄...차명계좌 리스트…박철언 120개·현경자 243개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일요서울]에서는 지난 1월 26일 보도된 ‘박철언·현경자 부부 비자금 폭로 1탄’ 기사에 이은 두 번째 기사로 박 전 장관의 비서관으로 20여 년간 근무했던 전직 비서관 A씨과 측근 B씨가 검찰에 제출한 자료와 추가 의혹을 공개한다. 두 사람이 검찰에 제출한 자료에는 그동안 박 전 장관 부부가 조성해 왔던 비자금 조성 과정과 차명계좌들 그리고 과거 검찰·국세청 조사의 문제점 등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전직 비서관·측근이 제보자로 나서 자료 제공
박 전 장관의 비자금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 2006년 강미선 당시 한국체육대학교 무용학과 교수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박씨의 돈 약 172억 원을 하나은행 지점장과 공모해 횡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다. 이 사건으로 강씨는 2010년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이어진 민사소송에서 서울고등법원은 강씨와 하나은행은 박씨에게 64억 원을 함께 지급하라는 내용의 강제조정안을 확정했었다.
검찰과 국세청
수사 축소·은폐했다?
A씨와 B씨는 당시 검찰과 국세청의 수사과정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이 강씨를 성남지방검찰청에 고소한 것은 2006년 8월경으로 당시 성남지검은 수사 후 강씨를 기소하고 서울지방국세청에 박씨가 차명으로 자금을 관리했다는 점을 알렸다. 그런데 성남지검이 서울지방국세청으로 통보한 금액은 172억 전부가 아닌 80억 원뿐이었다.
결국 서울지방국세청은 172억 원이 아닌 80억 원에 대한 세금 3억2천만 원만을 추징했다. 총 금액이 아닌 성남지청에서 서울지방국세청으로 통보한 일부 계좌의 금액에 대해서만 세금 추징이 이뤄졌다. 상황에 따라서는 비자금의 존재를 알고도 묵인했다고 의심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B씨는 서울지방국세청과는 별도로 박 전 장관 부부의 탈세를 조사해 달라고 진정서를 낸 생태였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B씨의 진정과 상관없이 강미선 사건에서 밝혀진 계좌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세금추징을 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당시 추가로 세금추징을 당한 금액은 3천4백여만 원이다.
자연스럽게 당시 검찰과 국세청에 대해 수사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A씨와 B씨에 따르면 당시 “검찰 수사 당시 ‘172억 원이라는 큰 돈을 빼앗길 뻔했는데 세금이라도 적게 내셔야죠’라는 식의 배려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수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부인 하며 당시 계좌와 관련된 자료들이 보관기간이 지났다는 등의 이유로 비자금 여부를 밝히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B씨는 최근 검찰에 박 전 장관과 현 전 의원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 각각 120개, 243개에 대한 자료를 넘겼다. 향후 검찰에서 조사가 이뤄진다면 비자금을 찾기 위한 단서가 될 전망이다.
부부 비자금 800억?
가족·친구 총동원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된다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성남지청 담당 검사들과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병행돼야 한다. 당시 성남지청에서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는 현재 재경 지검에서 부장검사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국세청에 근무하던 조사관들도 현직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면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B씨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의 경우는 과거 강 교수 사건 이후 대부분의 비자금을 차명에서 실명으로 전환했다. 지금은 동생인 박종언씨를 통해 재산을 관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는 현대중공업 이사 출신이다.
박 전 장관은 현재 펀드, 국채, 증권 등을 통해 재산을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이 재산들이 비자금으로 조성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조성된 박 전 의원의 재산이 약 500억 원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과거 고등학교 동기이자 구 서울은행 지점장이었던 서호봉 씨를 통해 비자금을 관리하기도 했다. 서 씨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을 관리했다. 검찰이 확보한 자료 중에는 당시 서 씨가 관리했던 차명계좌와 함께 차명인들의 정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씨는 2008년 3월 수원지법에서 열린 재판 직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99~ 2002년 어느 시점엔가 내가 차명으로 관리하던 박철언 씨 자금이 100억 원이 넘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1994년부터 작년까지 박 씨 자금을 관리했는데 돈을 넣었다가 뺀 계좌를 모두 합치면 100개가 넘고 단순히 합산한 액수로는 수백억 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서 씨는 “1996년 총선 무렵 2차례 정도 1억 원씩 담은 마대자루를 3~4개씩 내 트럭에 싣고 총선에 출마했던 박철언씨 대구 선거 사무실에 갖다줬다”며 “검찰이 기소한 혐의 가운데 3억600여만 원은 지난해 6월 만기돼 7000만 원을 수고비조로 받고 2억3000여만 원을 박철언 씨 계좌로 돌려줬고, 3억6800여만 원은 박철언 씨 돈이라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박 전 장관의 처남인 현모씨가 자기 장모 돈이라고 주장해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 전 장관은 2007년 7월 서 씨에게 관리를 맡긴 2개 차명계좌의 정기예금 6억7000여만 원을 돌려주지 않는다며 서 씨를 고소했고, 검찰은 같은해 11월 서 씨를 횡령혐의로 기소했다. 서 씨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한다면 박 전 장관의 아내인 현 전 의원이 타깃이 될 확률이 높다. 박 전 장관에 비해 차명으로 있는 비자금이 많을 것이라는 추측 때문이다. 현 전 의원은 박 전 장관처럼 비자금의 실체가 아직까지 드러난 적이 없고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이 확인한 차명계좌 수에서 보듯 박 전 장관보다 많은 243개를 보유하고 있었다.
검찰에 자료를 제출한 제보자 B씨에 따르면 현 전 의원은 모친 조귀증, 오빠 현태일, 자녀 박지영·박상영·박종현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박우순과 남편 이엽 등을 동원해 차명으로 비자금을 예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전 의원이 관리하고 있는 비자금 규모는 2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씨에 따르면 아직도 많은 금액을 실명전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이유는 차명계좌의 주인들이 비자금 중 일부를 떼어 달라고 요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각종 세금 등을 본인이 부담한 데에 대한 요구다. 하지만 박 전 장관의 경우도 이러한 요구를 들어준 적은 극히 드물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개정된 금융실명제법이 시행되고 있다. 만약 검찰 수사로 현 전 의원과 박 전 장관의 차명계좌들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시행령에 따라 현 씨와 박 씨는 물론 계좌명의를 빌려준 차명주들 역시 사법처리 대상이 된다.
제보자들
비자금 노린다?
B씨 따르면 박 전 장관의 비자금은 5공화국과 6공화국 때부터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업인들은 정치권에 줄을 대기 위해 ‘황태자’라 불리던 박 전 의원과 월계수회에 돈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증언이다.
박 전 장관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 강 교수 사건이 터졌을 때도 부모와 형제 및 지인들이 선친의 복지재단 설립 유지를 받들기 위해 모은 돈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강 교수 사건이 4년여 지난 지금까지 사회복지재단 설립 시작은 물론 의지도 없다고 전했다.
박 전 장관은 여러 차례 ‘비자금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측근들은 끊임없이 비자금이 존재한다며 갖가지 자료를 공개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박 전 장관 측은 “강 교수 사건이 터지면서 다 알려진 사실이고 그때 이후로는 비자금이 없다. 오히려 이러한 제보를 하게 된 가족을 둔 것이 안타깝다.”며 “제보자가 돈을 요구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벌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박 전 장관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제보자가 쓴 반성문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B씨는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그동안 비자금을 관리해 주고 차명으로 갖고 있던 사람들에게 다시 거둬갈 때는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참 너무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씨는 “오죽하면 국회 비서관들 사이에서는 ‘박 전 장관의 비자금에 대해 먼저 먹는 놈이 임자’라는 말까지 돌겠냐”고 반문했다. B씨는 “차라리 모든 걸 다 신고하고 난 뒤 합법적인 포상금을 받는 게 낫다”고 전했다.
또 B씨는 “그동안 박 전 장관은 비자금을 관리시킨 사람들에게 떼인 돈도 많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이 강 교수 사건일 뿐 알려지지 않은 사건들도 많다는 말이다. B씨는 대표적인 사례로 전직 비서관 C씨를 예로 들었다. C씨는 박 전 장관의 비자금 중 일부를 들고 미국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C씨에도 돈을 돌려 받기 위해 또 다른 비서관을 미국으로 보내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또 다른 제보자 D씨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일본에서 만난 일본인 E씨에게도 비자금 관리를 시켰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생겨 비자금을 돌려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비자금들은 수억 원 대다.
해비치CC서
황제골프 즐긴다?
A씨 따르면 박 전 장관은 남양주에 위치한 해비치CC에 자주 들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비치CC는 현대차그룹 소유 골프장이다. 골퍼들에게는 “현대 사람들이 아니면 골프를 치기 힘든 곳”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이곳에서 지인들과 자주 골프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이한 점은 박 전 장관이 이곳에서 골프를 칠 때 모든 비용이 무료라는 점이다. A씨에 따르면 2013년 전까지만 해도 박 전 장관은 해비치CC에서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고 용품을 사는 모든 경우에도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한다.
해비치CC의 비회원 주말 그린피는 25만원이다. 식대는 보통 1만 5천원 선. 한 달에 4번씩 1팀(4명)이 골프를 즐긴다고 가정하면 식비를 제외하고 한 달에 400만원 1년에 4천800만 원 정도 비용을 무료로 이용했다.
A씨에 따르면 이렇게 무료로 이용한 기간이 대략 8년 정도라고 한다. 8년간 무료로 이용한 금액이 3억 원이 넘는다. 특이한 점은 2013년부터는 식비와 용품 구입비는 무료에서 제외가 됐다고 한다.
B씨와 D씨에 따르면 박 전 장관은 현대그룹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박 전 장관이 북한 관련 정책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전했다. 햇볕정책은 물론 개성공단 개발과 금강산 개발사업 등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현대그룹이 금강산 개발사업의 가장 큰 수혜자였던 점을 감안하면 고 정주영 명예 회장과의 친분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지금까지 공짜골프를 즐기게 해줬다는 말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은 해비치CC, 해비치제주, 해비치서울, 충남 현대기업도시 내 36홀 규모로 건설 중인 현대더링스CC를 가졌다. 해비치CC는 지난해 12월부터 겨울을 맞아 휴장 중이다.
검찰
이번엔 조사 나설까?
현재 박철언·현경자 부부에 대한 내사는 대검찰청 범죄정보1담당관실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중순경 박 전 장관 부부의 비자금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자료들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이 파악한 두 사람의 비자금 규모는 약 800억 원 상당이다. A씨와 B씨 등이 제출한 자료와 과거 국세청이 진행한 세무조사 자료들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금융정보분석원에 두 사람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들에 대한 분석도 마친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수사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실명전환을 모두 마치지 못한 현 전 의원 계좌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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