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고발 장안동 성매매 집중 단속 ‘그 후’
뛰는 ‘단속’ 위에, 날고 기는 ‘성매매 업주’
2009-05-12 서준 프리랜서 기자
2008년 7월, ‘안마의 천국’ ‘퇴발소(퇴폐이발소)의 고향’으로 불리던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핵폭탄’이 떨어졌다. 경찰의 대대적인 집중단속에 견디다 못한 퇴폐업소들은 하나 둘 문을 닫았다. 과연 그럴까. ‘대한민국 안마 1번지’ 장안동을 다시 찾아가 보자 호객꾼들은 여전히 손님 끌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로변 안마시술소는 비밀영업을 계속했고, 주택가 오피스텔은 몰래 영업을 시작했다. 다른 호객꾼들은 손님을 면목동이나 용답동으로 데려가기에 바빴다. 성매매는 없어진 게 아니라 장안동 둘레로 퍼진 것이다. 장안동 집중단속 이후 이들의 흐름을 집중 취재했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일대는 ‘대한민국 성 해방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집중단속 전까지만 해도 장안동은 지하철 5호선 장한평역에서 장안동 사거리까지 대략 1000여개 안마시술소가 즐비해 있었다. 장안동 안마거리에선 누구나 현금 10만원이면 안마에서부터 마사지, 목욕 그리고 섹스까지 가능했다.
장안동, 안마는 끝났다?
특히 라이벌 관계인 H업소와 S업소는 장안동 안마업소의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예를 들어 S업소에서 기묘한 의자를 도입, 성적 흥분을 높이는데 일조했다면 H업소는 가면 쓴 여자들이 들어와 1:3 그룹 섹스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렇게 두 업소는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자신들만의 ‘성역’을 쌓아갔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매매 단속이 시작되면서 이곳은 폐허가 되기 시작했다. 그간 여러 명의 성매매 여성들이 자살을 하기도 했지만 경찰의 단속은 멈춰지지 않았고 결국 장안동은 ‘완패’했다.
그 후 성매매 남성들의 뇌리엔 장안동이란 동네가 서서히 잊혀졌다. 수많은 안마시술소 또한 그 기억과 함께 사라졌다.
그러나 경찰 단속이 주춤해진 요즘, 상황은 급격히 변해갔다. 일단 업주들이 가게를 매물로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그 첫 번째 증거다. 영업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면 건물을 매물로 내놔야 하는 게 일반적인 수순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매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다. 한 부동산 중계업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안마시술소 업주들이요? 그냥 기다리고 있는 거죠. 그렇지 않고서는 지금쯤 상당히 많은 매물이 나와야 하는 데 정작 나온 건 몇 개 안되거든요. 사실 건물 가지고 있어봐야 10원도 못 버는데 그걸 뭐 하러 가지고 있겠어요. 다른 용도로 개조해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몇 개월 상황을 지켜보면서 다시 영업을 하겠다는 심산 아니겠어요? 원래 경찰 단속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노태우 시절인가, 한번 조폭과 전쟁을 치룬 적이 있었는데 그렇다고 지금 조폭이 없어진 건 아니잖아요. 지금도 그래요. 겉으론 성매매를 근절한다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평화가 찾아올 뿐이에요. 대부분의 부동산 업자들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활성화될 거라고….”
그러나 문제는 업주들이 가만히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점이다. 장소를 옮겨서 똑같은 시스템으로 계속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뭐 필요하신 거라도…”
경남관광호텔 맞은편에 있는 한 안마업소 앞에 ‘삐끼’(호객꾼) 두어 명이 나와 손님을 은밀히 부르고 있었다. 극성스럽게 달라붙어 손님을 업소로 밀어 넣던 예전과는 달리 슬그머니 따라붙어 ‘좋은 곳’을 권하는 식이다. 함정 단속이 아닌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장안동 유흥가에는 방범용 CCTV 10여대가 설치돼 있었다. ‘100m 이내를 24시간 녹화하고 있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지만 삐끼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경찰이라고 1년 365일 24시간 몰아치기로 단속할 수 있겠어요. 쉬엄쉬엄 하는 거지. 척 보면 분위기 알죠. 오늘은 괜찮아요.”
20대 초반의 삐끼를 따라 철제 출입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만난 업주는 “18개 안마실 중 지금 손님이 든 곳은 5곳”이라고 말했다. 카운터의 종업원은 CCTV 모니터로 바깥 상황을 체크했다. 안마실은 마사지용 침대와 대형 거울, 샤워시설을 갖춰졌고, 서비스 요금 또한 그대로 10만원이었다.
취재진은 어렵게 해당 업소 아가씨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장안동 8년차’라는 여종업원 A양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아가씨들 대부분이 단속이 뜸한 장안동 옆 동네로 갔어요. 택시로 5분이나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다른 스포츠 마사지업소로 흩어진 거죠. 시설은 예전과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서비스는 그대로 장안동 스타일이라고 보면 되요. 손님들도 그간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시설 가지곤 뭐라고 하지 않고요. 그냥 장안동 서비스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요. 대신 이쪽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택시 기사들하고 어느 정도 연계가 돼 있어야 해요. 장안동을 찾는 손님들을 우리 쪽으로 데려오면 1만원을 별도로 챙겨주거든요. 하지만 사장님이나 우리들이나 조만간 다시 장안동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를 해요. 경찰들이 우리만 눈여겨 보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성매매 특구’ 인근 오피스텔
그녀들이 서비스를 하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모텔이나 오피스텔. 예전에는 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몰려 서비스를 했다면 지금은 곳곳으로 흩어진 ‘게릴라’ 식이다.
특히 인근이 아닌 새로운 둥지를 틀기 위해서 아예 당분간 주 무대를 옮긴 경우도 많다. 수원과 부천이 현재 가장 ‘뜨는’ 지역이라는 것. 이들은 장안동에서 탄탄하게 쌓은 ‘실력’을 가지고 새롭게 진출, 그곳에서 또다시 ‘장안동식 마사지’를 퍼뜨리고 있다.
이는 마치 북창동 서비스가 ‘북창동식’이 돼 강남이나 지방으로 퍼진 것과 마찬가지다. 특히 장안동식 안마 서비스는 중독성이 강해 일단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기 시작하면 손님들이 급속도로 늘어난다.
A양은 성매매 여성의 현실을 들려줌으로써 풍선효과를 또 다른 방면에서 증명시켜주기도 했다.
“우리 같은 여자들은 이걸로만 먹고 살고, 또 앞으로도 이걸로만 먹고 살 수밖에 없어요. 불법도 좋고 단속도 다 좋아요. 하지만 우리들의 생계가 보장되지 않은 한 절대 이일을 그만 둘 수 없는 게 현실이에요. 이런 면에서도 어떤 사람이 이야기한 ‘단속이라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에 불과하다고 봐요. 사실 안마업소에 있는 상당수 언니들은 어린 시절 임신을 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미혼모들이거든요. 성매매를 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는 심정을 생각이라도 해봤어요. 아마도 그녀들의 가슴역시 찢어질 거예요. 하지만 굶어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성매매가 남성들에 의해 계속되는 것도 있지만 여성들 생계 문제만으로도 이 일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봐요.”
최근 안마 업소를 떠난 여성들의 대부분은 경기권의 안마업소나 강남의 오피스텔로, 일부는 상봉동이나 수유리 쪽 여관바리로 진출했다. 어차피 여관바리는 단속 걱정이 비교적 적고 프리랜서로도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입도 나름 적지 않은데다가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그나마 마음이 편하다고.
A양의 말처럼 여관바리를 하는 여성들 역시 그것이 아니면 생계가 불편(?)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단속의 숨바꼭질을 하면서 삶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경찰의 단속 방식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마구잡이 단속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구체적인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와 새로운 삶의 개척 부분과 연계를 해야 제대로 된 해결책이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순진한 여대생이 한순간에 ‘핸플녀’ 변신은 시간문제
‘핸플녀’란 소위 대딸방이라고 지칭되는 유사성행위업소에서 일을 하는 여성을 말한다. 남성 손님을 맞아 밀폐된 공간에서 성기를 자극하고 사정을 하게 하는 것이 주 임무다. 일명 ‘핸드 플래이(Hand Play)’를 한다고 해서 줄여서 핸플녀라고 부른다.
물론 이런 일은 거의 매순간 남성의 성기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최악의 노동’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 어떤 여성은 남성기피증에 걸리거나 혹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할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고되고 힘든 일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일반적이고 평범한 여성도 순식간에 ‘핸플녀’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아르바이트를 찾는 여대생들이 하루아침에 윤락녀와 비슷한 핸플녀가 된다는 이야기다.
특히 업주들은 좀 더 젊고 ‘싱싱한’ 여대생들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다. 따라서 가정 형편이 어렵거나 대학 등록금이 필요한 여대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광고를 하면 그녀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은 ‘윤락행위는 절대로 하지 않는다’ ‘초보 및 경력자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 달에 수백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일의 성격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여대생들은 이러한 것에 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다보면 여대생들도 ‘돈 맛’에 서서히 중독되어 간다. 한 두 달만 일해도 한 학기 등록금이 생긴다는 것은 보통 짜릿한 유혹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때로는 도저히 일을 견디지 못해 그만두는 경우도 있지만 독한 마음을 먹은 여성들의 경우라면 곧 적응해 간다는 것.
어쨌든 요즘과 같은 불경기가 순진한 여대생을 순식간에 핸플녀로 변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