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수술하는 의사

[인물탐구] 대암클리닉 이병욱 원장

2015-01-26     박찬호 기자

암은 사랑받지 못해 생기는 병입니다.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최근 ‘웃음 치료’, ‘웃음 클리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암뿐 아니라 아토피 등 의학적 방법만으로는 치료할 수 없는 질병에 웃음이 특효약이라는 가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웃음으로 암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대암 클리닉 이병욱 원장(57세). 고신대 의대 교수로 15년 동안 1500여 건의 암 수술을 집도한 그는 8년 전 메스를 손에서 내려놨다. ‘육체의 암’을 치료하려면 ‘정신적 암’을 먼저 극복해야 한다는 걸 절감해서였다. 그래서 그는 ‘행복한 암 치료’라는 역설적 타이틀을 내걸고 외과 의사 출신으로는 드물게 대체의학 전문가가 됐다.

 

지난 1월 19일 아침, 진료 현장을 찾았다. 대암 클리닉에 들어서니 병원이 아니라 고급 휴게실이나 명상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둘러봐도 의료기기 하나 보이지 않고, 은은한 조명 아래 푹신한 소파가 환자를 반긴다. 60대 남자가 아내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암 환자의 고통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가족들도 환자만큼 갈등을 겪기 때문에 함께 가족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이병욱 원장의 생각이다.
환자와 가족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는 그의 진료실은 인간 감정의 집합소 같다. 최근 증세며 컨디션 등 여느 의사처럼 상담을 해주던 이 원장이 문득 엉뚱한 주문을 한다.

“자, 웃어 보세요.”
“후훗.”
“더 크게, ‘하하하’ 이렇게 웃어 보세요.”
이 원장이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크게 벌려 웃자, 환자가 억지로 따라 웃는다. 반복에 또 반복. 입만 찡긋 어색하게 웃던 환자가 얼굴을 활짝 펴고 환하게 웃었다.
그 다음 주문은 좀 더 엉뚱하다.
“두 분 꼭 껴안으세요.”
어색하게 껴안는 시늉만 하던 부부. 이 원장이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만들자 부부는 어느 새 얼굴을 부비고 등을 쓰다듬으며 마음속 이야기를 나눈다.
“여보, 아픈 나 때문에 많이 힘들지?”
“힘들긴요. 병마와 싸우는 당신이 더 힘드시죠.”
“사랑해. 여보.”
“나도 사랑해요. 우리 힘들어도 열심히 이겨내요. 7년 동안 잘 견뎌줘서 고마워요. 당신은 저한테 보물이에요.”
이내 두 사람은 코를 훌쩍거렸다.
“당신과 하루라도 더 오래 함께 살고 싶어.”
환자의 간곡한 한마디에 이병욱 원장의 눈시울도 붉어진다. 7년 전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은 이 환자는 현재 암세포가 폐와 간으로 전이된 상태다. 담당 의사는 “많이 살아야 5년”이라고 진단했는데, 이 환자는 그 고비를 훌쩍 넘겨 2년의 선물 같은 삶을 살고 있다. 나이 지긋한 부부가, 그것도 병마와 싸우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부부가 서로 애정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유교적 가풍에서 자란 남편은 원래 무뚝뚝한 대한민국 가장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웃음 치료의 효능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이었다.
“환자가 웃을 수만 있으면 내가 망가지는 것쯤이야 상관없다”는 이 원장. 웃음을 잃은 환자를 위한 특별 처방이 있다. 알록달록한 파마 머리 가발에 새빨간 뿔테 안경을 쓰고 루돌프 사슴코를 얹어 “삑삑” 거리면서 “짠”하고 나타난다. 아무리 심각한 표정의 환자라도 안 웃을 수 없다고 한다.
과연 ‘웃음 치료’에 실체가 있는 것일까? 어떤 메커니즘으로 치료를 돕는지 궁금했다.
“억지로라도 웃으면 맥박과 혈압, 체온이 증가합니다. 이때 우리 몸에서 모르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엔도르핀 외에도 통증을 억제하는 물질인 엔케팔린이 분비돼요. 엔케팔린은 모르핀보다 통증 완화 효과가 300배 이상의 높은 물질입니다. 또 암세포를 잡아먹는 자연 살해세포를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일본 이와세 오사카 의대 박사팀과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팀에 의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적인 대체의학 신봉자는 아니다. 그가 말하는 진정한 대체의학이란 환자에게 맞는 ‘총체적 맞춤치료’의 개념이다. 암은 육체적 질환일 뿐 아니라 정신적·영적·사회 환경적 문제 등이 맞물려서 생기는 질환이기 때문에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나 항암제를 투여하는 의학적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그는 ‘보완대체의학’ ‘보완통합치료’이라는 말을 쓴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수술을,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약물을 투여하되, ‘마음을 다스리는 치료’도 병행해야 한다는 것.

이병욱 원장은 몇 년 전 암 환자들과 함께 울고 웃은 치료 담을 엮어 <암을 손님처럼 대접하라>는 책을 펴냈다. 도려내야 할 불청객인 암세포를 손님처럼 대접하라니…. 제목이 심상치 않다.
“암은 손님처럼 왔다가 우리 몸에서 떠나는 병입니다. 암에 걸리면 강도를 몰아내는 것처럼 몽둥이를 들고 나갈 것이 아니라 손님처럼 잘 대접해야 해요. 암은 파괴하려 하면 할수록 자신의 보호벽을 굳건하게 구축합니다. 암은 사랑받지 못해서 생기는 병이에요. 암도 사랑해 주면 낫습니다. 살살 달래면서 치유해야 합니다.”

이병욱 박사가 말하는 ‘암을 예방하는 생활 습관’

- ‘그럴 수도 있지’ 하는 여유로운 마음을 갖자

암 환자 중에는 완벽주의자가 많다. 물건이 흐트러져 있거나 오늘 해야 할 일을 못 끝내면 견디지 못하는 강박증 환자들이 암에 걸리기 쉽다. ‘이걸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 대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겨 버리자.

- 마음속 응어리를 풀어 버리자

평소 남편이나 아내, 혹은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섭섭하거나 못마땅한 부분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누자. 혼자서 끙끙 앓는 내성적인 사람들이 암에 잘 걸린다. 외향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이 암에 걸리는 경우는 드물다.

- 물을 자주 마시자

고혈압, 당뇨, 변비, 두통 등 각종 질환은 수분 부족과 관련이 있다. 수분이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체내 각종 기관들이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 생수를 하루 1ℓ 이상 마시자.

- 낮잠을 억지로 내쫓지 말자

식곤증이 밀려오면 커피나 드링크제를 마시지 말고 10~2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것이 좋다. 잠을 참는 것 또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가까이

조미료, 설탕, 소금,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해조류, 녹황색 채소, 버섯, 매실, 감귤, 브로콜리, 당근 등 항암 작용이 있는 식품을 자주 먹자.

- 탄 음식과 알코올은 멀리

탄 음식은 니트로사마이드라는 발암물질을 유발한다. 알코올 성분은 신체의 지방을 분해하는 기능을 막아 혈관 내에 지방을 쌓이게 한다.

-아침 배변으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말끔히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의 기본. 일어나자마자 화장실로 간다. 이때 밤새 쌓인 정신적인 압박이나 나쁜 생각도 함께 버린다고 생각한다.

chanho2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