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한국인 10대 소년 국제테러단체 IS 가입
“IS에 가입하고 싶습니다” “터키로 오세요, 형제여”
귀환, 본국 테러 이용, 인질 삼고 몸값 요구 등 예상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한국인 10대 소년이 국제 테러단체 IS(이슬람 국가)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김모(17)군은 ‘펜팔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터키로 향한 뒤 실종됐다. 그 뒤 김 군은 IS 가담을 위해 시리아로 밀입국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에 있는 김 군이 어떻게 IS와 접촉할 수 있었을까? 김 군은 왜 IS에 가담했을까? 갖가지 의문과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도는 가운데 국민들은 테러의 공포에 떨고 있다. 더 이상 한국은 테러 안전국이 아니라는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7일 주터키 한국대사관은 “한국인 10대 남성이 지난 10일 터키 여행 중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터키 언론은 ‘한국 10대 남성이 IS(이슬람 국가)에 가담했다’고 보도했다. IS는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로 지난 7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서 테러를 자행한 ‘국제 테러 단체’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8일 터키로 입국한 김 군은 시리아 국경에 인접한 터키 남부도시 킬리스에서 혼자 호텔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친구 ‘하산’ 만나러 간다”
터키 통해 시리아 밀입국
경찰에 따르면 서울 금천구에 사는 18세 소년 김 군은 중학교 중퇴 후 집에서만 지내왔다. 그는 주로 방에서 컴퓨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김 군은 부모에게 펜팔친구 ‘하산’을 만나러 터키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군이 시리아 국경 근처인 터키의 가지안텝으로 가고 싶다고 부탁하자 부모는 반대했다.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김 군은 부모에게 “터키에 보내주지 않으면 죽겠다”고 협박하고, “터키 다녀오면 열심히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장담했다. 이에 부모는 개인 가이드 홍모씨와 함께 김 군의 터키행을 허락했다. 그러나 김 군은 9일 터키와 시리아의 접경지역인 칼리스에 도착했다가 다음날 실종됐다.
김 군의 실종은 시리아 밀입국과 IS 가담 의혹으로 번졌다. 외교부가 현지 CCTV를 분석해 김 군이 자신의 숙소 앞에서 어떤 남성과 함께 검정색 승합차(현지에서 운행 중인 불법택시)를 타고 시리아 난민촌 근처로 이동한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또 호텔 직원이 “김 군은 하얀 마스크를 쓰고 백팩을 메고 나갔다”며 “아마 IS에 가입하기 위해 하산이라는 사람과 시리아로 갔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경찰은 김 군의 방과 컴퓨터를 수색했다. 그리고 김 군의 방에서 ‘ joint is’(IS에 가담하겠다)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군의 컴퓨터 바탕화면에는 IS깃발을 든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IS 가담을 위해 터키로 떠난 것이 확실해진 것이다.
다만 김 군이 정말 시리아로 밀입국해 IS에 가담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I want join isis”
SNS통해 접촉 성공
경찰 조사 결과 김 군은 SNS를 통해 IS와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IS는 인터넷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해 ‘IS대원’을 모집한다. 그들은 SNS와 유튜브 등에 자신들의 선전영상을 올리고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을 포섭한다.
실제로 김 군은 지난해 3월부터 IS가담에 관심을 표했다. 그는 페이스북 ‘ Join Islamic state’(IS에 가입하라) 페이지에 ‘IS에 가입하고 싶다. 도와 달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한 지난해 10월에는 ‘IS가입 방법에 대해 아는 사람이 있나?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Ofelia Trazo’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이 김 군에게 ‘시리아로 가서 가입하라’는 답변을 보냈다. 또 ‘H. abdou afriki’라는 닉네임을 가진 사람도 김 군에게 ‘누군가 말하기를 IS에 가입하고 싶으면 터키로 가라고 했다. 그곳에 가면 IS가입이 쉬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군에게 IS 가입 방법을 알려준 닉네임 ‘Ofelia Trazo’의 SNS 가장 최근 글은 지난 9일 ‘파리와 예루살렘의 어떤 곳에서 보내는 나의 메시지: 테러와의 전쟁 첫 번째 규칙은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라는 어떤 남성의 메시지를 리트윗 한 것이다. 평소 IS와 이슬람 테러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H. abdou afriki’의 프로필 사진은 IS깃발을 들고 있는 어떤 남성의 사진이다. 소개 글에는 ‘이슬람이 세계를 다스리기 위해서는 칼리파가 앞장서야 한다’고 적혀 있다. 해당 계정은 지난 23일에도 ‘터키에 가면 IS에 가입할 수 있는가?’라는 누군가의 질문에 ‘그렇다. 알라의 뜻대로 IS에 가입하라’고 대답했다. 그동안 올린 글로 봤을 때 ‘H. abdou afriki’는 IS대원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김 군은 SNS를 통해 IS와 접촉하는 데 성공했다. 김 군은 ‘H. abdou afriki’에게 더 자세히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는 ‘나의 친애하는 형제여. 정말로 IS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어느 나라로 가야 하는가?’하고 물었다. 터키로 가라는 대답을 듣자 김 군은 다시 ‘나는 터키로 가겠다. 그러나 당신을 만나려면 어디로 가야하는가?’하고 되물었다. ‘H. abdou afriki’이 ‘당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하고 묻자 김 군은 ‘나는 러시아 체첸에 있다’고 거짓 대답을 했다. 이에 ‘H. abdou afriki’는 ‘이스탄불에 있는 하산에게 연락을 하라’고 답했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슈퍼스팟’이라는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김 군 우려도…
SNS를 통해 IS와 접촉한 김 군은 시리아에 밀입국 한 뒤 IS에 가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IS가 김 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웹상에서는 누리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3개다.
첫째는 김 군이 다시 되돌아오는 것이다. 실제로 IS는 나이 어린 지원자들을 돌려보낸 사례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중퇴 후 집에서만 지낸 김 군이 실질적으로 IS에서 할 일이 없다면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 경우는 바로 우리나라 테러에 이용하는 것이다. IS는 외국에서 온 지원자들을 훈련시킨 뒤 본국으로 돌려보내 테러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7일 프랑스 주간지 <샤블리 에브도> 본사에 무장괴한 2명이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테러가 발생했다. 이날 테러로 모두 12명이 사망했다. 범인은 4명의 IS소속 대원이었다. 이들이 시리아에서 IS와 접촉해 훈련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테러를 일으켰는지에 대한 부분은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내부의 IS훈련장에서 훈련을 받았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IS가 대원을 자국 테러에 이용한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훗날 김 군이 우리나라로 돌아와 테러를 가할 위험이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때문에 더 이상 우리나라도 테러 안전국이 아니라는 염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 번째는 바로 IS가 김 군을 인질로 삼는 것이다. 지난 20일 IS는 일본인 2명을 인질로 삼고 72시간 내 2억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인질을 살해하겠다고 협박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실제로 인질의 ‘몸값’은 IS의 중요한 수입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지난해 11월 보고서에 따르면 IS는 1년 간 약 489억 원을 인질의 ‘몸값’으로 받았다. 따라서 IS가 김 군을 인질로 삼고 한국정부에 몸값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우가 아니더라도 IS는 많은 대원들을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IS가 김 군을 되돌려 보내는 것에 희망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제2의 김 군’을 막는 것이다. 김 군이 SNS를 통해 IS와 접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많은 누리꾼들이 김 군과 연락을 한 ‘H. abdou afriki’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특히 ‘jakilsen3’라는 id를 사용하는 한국인 A씨는 지난 23일 ‘H. abdou afriki’에게 “만약 내가 터키로 간다면 IS에 가입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H. abdou afriki’가 가능하다고 대답하자 A씨는 “김 군을 아는가? 나는 그곳에 가기 전에 김 군의 상황을 알고 싶다. 그는 한국에서 첫 번째로 IS에 가담한 사람이다”라고 질문을 던졌다. A씨는 또 김 군의 SNS에 “아직 살아있는가? 네가 어디 있는지 말해 달라. 어떻게 그들과 연락했는가. 나는 너의 친구가 되고 싶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한국 남성 임모씨도 IS대원으로 추정되는 아랍인에게 ‘are you isis?’라고 묻는가 하면 자신의 SNS에 ‘I join isis’라고 남기기도 했다.
이처럼 IS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제2의 김 군’사태가 우려되고 있다. IS에 가담하지 못해도 시리아에 밀입국하게 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는 것은 틀림없다. IS는 호기심으로 접근할 단체가 아니다. 명백한 국제 테러리스트들이 모인 단체다. 이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