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증후군 앓는 직장인들

결정하는 것 너무 힘들어서… 누가 대신 해줄 사람?

2015-01-26     오두환 기자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요즘 우리는 수많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일 분 일 초마다 수없이 많이 쏟아지는 정보를 접하다 보면 어떤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지 고민만 하다가 시간을 보내기 일쑤다. 그뿐만 아니다. 정보가 많다 보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 일도 많아졌다. 오늘은 무엇을 먹을지, 무엇을 살지 고민만 하다가 결정을 하지 못하는 일들이 잦아 밥 한 끼를 먹는 것도 살 물건을 정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선택 갈림길에서 결정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
자신 주장 세우지 못하니 우유부단하게 보이기도

수원시 영통구에 사는 직장인 A씨(여·36)는 요즘 인터넷 검색을 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음 달에 있는 설날에 가족 여행을 떠나기 위해 상품을 알아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색을 하다 보니 가고 싶은 여행지가 한둘이 아니었다. 결국 A씨는 며칠째 새벽까지 검색만 하며 여행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B씨(남·34)는 며칠째 고민에 빠졌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 B씨는 상견례에서 입을 정장을 구입하려 하는데 어떤 색이 좋을지 어떤 스타일이 좋을지 결정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A씨는 인터넷은 물론 일반 양복점까지 일주일이 넘도록 찾아다니고 있다. 직접 옷감을 살펴보기도 하고 입어 보기도 했지만 어떤 정장을 살지 아직도 고민 중이다.

결정 스트레스 받는
현대인들

직장인들에게 물어보면 요즘처럼 결정하는 게 힘든 적이 없다고 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햄릿’의 주인공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고 외쳤던 것만큼 현대인들도 결정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햄릿은 삼촌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상황에서 오해로 인해 자신이 사랑하던 여자의 아버지를 죽이게 되자 혼란스러워했다. 결국 이 모든 고통은 자신의 죽음으로써 밖에 해결될 수 없다고 믿고 깊은 고뇌에 빠진다.

이러한 햄릿의 모습은 오늘날 결정 스트레스를 받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똑같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 못하고 고민하는 결정장애를 ‘햄릿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실제 장애나 병은 아냐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해

결정장애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심리를 가진 사람들을 총칭한다. 실제 장애나 병은 아니지만 단순히 고민하는 정도를 벗어나 괴로움을 호소할 정도까지 이르면 장애와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한 정도의 결정 장애를 갖고 있다. 자장면을 먹을지, 짬뽕을 먹을지 하는 간단한 고민부터 결혼이라는 인생의 가장 큰 대소사를 앞두고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 등 정도의 차이일 뿐이다.

결정장애를 논할 때 그 원인을 우유부단한 성격에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유부단한 성격은 결정장애의 한 가지 원인일 뿐 실제 결정장애 원인은 매우복잡하고 다양하다.

정보 많아 생각도 많다
기준점부터 세워라

결정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장점은 무엇이든 잘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결정 즉 판단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두루두루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힘든 결정을 합리적으로 빠르게 내리기 위해서 다양한 정보력은 필수다.

하지만 이 경우의 단점은 나보다 남을 더 많이 생각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결정을 할 때 주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자신의 주장을 잘 세우지 못하다 보니 소심하게 보이거나 간단하게 생각할 수 있는 문제를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자칫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

결정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준점을 잘 선정해야 한다. 예를 들면 밥을 먹을 때는 보기도 좋고 먹기에도 좋은 부드러운 쌀밥을 고를 것인지, 까칠하지만 영양 많은 잡곡밥을 먹을 것인지, 기준을 정해 놓으면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밤을 새우면서까지 여러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때는 노트 등을 활용해 생각나는 것을 적어 둔 후 불필요한 것을 하나하나 지우면 좀 더 쉽고 빠르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앞서 말한 해결책 외에 선택의 폭을 줄이는 것도 또다른 방법이다.

결정장애 인정하고
두려움 버려야

전문가들은 햄릿증후군으로 불리는 결정장애는 병이 아니며 다만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뒤 오랜 기간 몸에 밴 습관일 뿐이라고 말한다. 결국 본능에 가까워진 습관을 어떻게 떨쳐 내느냐가 결정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성공요인이다.

내가 결정장애가 있다면 결정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 말고 결정에 대한 완벽한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그저 결정을 잘 못하는 사람일 뿐이라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정에 대한 스트레스와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근에는 이렇게 결정장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직종이 생겨났다. 상품뿐 아니라 꼭 필요한 정보만을 모아주는 콘텐츠큐레이션 사업이다. 정보가 과잉 공급되는 시대에 맞게 이들을 걸러주는 직종이다.

콘텐츠큐레이션 사업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독서, 의류, 코스메틱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소비자들이 취향과 요구에 맞는 상품들을 골라준다. 우리는 이들의 취향에 맞게 골라준 상품 중 원하는 것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 고민하는 시간과 잘못된 선택과 결정으로 인한 낭비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