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휴지통- 노숙자 ‘무명씨’ 1억원 예금 못 찾고 억울한 죽음
금융실명제 탓 입금만 하고 출금 못해
2009-05-12 기자
A씨는 자신의 이름도, 출생지도 몰랐다고 한다. 주민등록전산망과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에서도 신원을 찾을 수 없는 A씨는 자신이 1953년 5월23일에 태어났다고 말했을 뿐이다.
A씨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기 전인 1993년 광주은행에 ‘나00'라는 이름을 만들어 예금 계좌를 개설하고 푼푼이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금융실명제가 도입되자 실명 확인이 안 된 A씨는 통장에 입금만 할 수 있을 뿐 출금은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A씨의 예금은 중단되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는 동안 예금액은 1억2800만원으로 불어났다.
주변에 “돈이 모이면 집 한 칸 마련하고 싶다”고 말하고 다녔다는 A씨는 2007년께부터 북구 용봉동의 한 공터에 정착, 컨테이너를 빌려 작은 보금자리를 꾸렸다.
하지만 그 사이 건강이 급속도로 나빠진 A씨는 췌장암을 얻었고, 결국 지난달 28일 병원에서 한 많은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