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은 앙금 훌훌 털어 버립시다”

2004-10-08     김정욱 
“서로 맺힌 섭섭함은 풀어야죠.”

지난 2000년 12월 정동영 장관은 권노갑 전고문에게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정동영 장관을 정계에 입문시키고 도와준 권노갑 전고문으로서는 매우 섭섭한 일이었다. 그 후 두 사람의 관계에 앙금이 생겼고 날이 갈수록 그 앙금은 더해 갔다. 평소 정·권 두 사람과 친분이 두터운 김태랑 전 의원은 그 안타까움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정 장관과 권 전고문이 만나기 3일전 김 전의원은 정 장관과 만나 식사를 했다.

이날 정 장관은 김 전의원에게 권 전고문의 안부를 물었다. 정 장관과 만나기 전날 권 전고문을 문병했던 김 전의원은 권 전고문의 건강과 근황을 전하며 만남을 주선했다. 김 전의원은 “두 사람이 원한관계도 아닌데 껄끄러움을 가지고 있으면 안된다고 평소 생각했다”고 주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선 후퇴’발언파문 이후 권 전고문은 ‘내가 정동영을 정치에 입문시키고 도와줬는데…’라며 서운함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 “정 장관은 ‘권 전고문에게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은 내 개인적인 입장이 아니라 국민여론의 반영으로 어려운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것이었다’며 정 장관 개인적으로는 권 전 고문에게 악감정이 없음을 나타냈었다”고 덧붙였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정-권의 만남’은 불편하지 않았다는 게 김 전의원의 전언이다. 지난 달 23일 정 장관과 권 전고문이 만났을 때는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어색함은 전혀 없었다고 김 전 의원은 전했다. 김 전의원에 따르면 정 장관은 자신의 정계입문을 도와준 권 전고문에게 “이끌어 주신 것에 대해 항상 고마움을 갖고 있다”며 “저에게 섭섭한 것이 있으면 다 털고 건강 잘 돌보시라”고 위로했다는 것이다. 이에 권 전고문은 “정 장관에 대한 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며 “정 장관이 뜻한 대로 잘 되기를 바라며 마음으로 후원하겠다”고 격려했다.

우리당-민주당 “우리는 하나”

김 전의원은 두 사람의 만남 주선과 함께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화해를 위해 분주히 뛰고 있다. 이는 두 당이 다시 합당해야한다는 소신에서다. 김 전의원은 “민주당이 분당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따지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하나였으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 한다”며 ‘민주-우리당의 합당’을 강조했다. 그는 또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은 노무현 정권을 더욱 안정시킬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민주당이 갈라진 것은 결국 금배지를 위한 정치인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며 분당의 원인은 특정 개개인을 탓할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합당의 방법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이 ‘민주-우리 통합’에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합당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따라서 김 전의원은 그 분위기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임을 내비쳤다.현재의 한국정치 주소에 대해서 김 전의원은 “화두의 정리가 빨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시대의 화두라 함은 ‘개혁과 반개혁’이라는 것. 개혁을 원하는 세력과 개혁을 반대하는 세력의 충돌로 지금 정치판은 어느 때보다 어지럽다면서 이것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현시대의 화두가 정리돼야만 한국정치는 상행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동교동계의 초창기 멤버인 김태랑 전 의원을 호남출신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의 출신지는 경남 창녕이다. 과거 군사정권 시절 영호남 지역갈등이 극에 달했을 때 주위로부터 “경상도 사람이 왜 김대중과 함께 일하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전의원은 “내 출생지는 경남 창녕이지만 내 고향은 대한민국이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권 전고문 망막염은 당뇨 합병증”
삼성제일 병원측 “발가락 괴사 증세도”

구속 수감중이던 권노갑 전고문이 지병치료를 위해 얼마전 병원에 입원했다. 권 전고문은 현재 당뇨병과 망막염을 앓고 있다. 권 전고문이 입원했던 삼성제일병원 측은 권 전고문은 인슐린 비의존성인 ‘제2형 당뇨’로 판단됐고, 심한 합병증으로 인슐린 주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다. 특히 권 전고문은 합병증으로 망막염과 함께 발가락 괴사증세까지 보이고 있다는 것. 당뇨 합병증에 의한 망막염, 수족 괴사는 원상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랑 전의원은 “권 전고문이 병원을 찾았을 때 당뇨 합병증으로 망막염과 발가락이 모두 괴사증까지 나타나 매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권 전고문은 예전부터 당뇨 증세가 있었으나 구속 수감 후 건강관리를 제대로 할 수 없어 당뇨가 더욱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동영 장관이 문병한 지난 달 23일 권 전고문은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