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호의 최대의 적…들쭉날쭉한 체력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조별리그가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은 쿠웨이트전에서의 승리로 조기 8강 진출을 이뤘다. 하지만 느슨한 공격과 단단하지 않은 수비로 연일 구설수에 오르며 울리 슈틸리케 감독 역시 심기가 편치 못했다. 아시안컵이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최대 과제로 경쟁상대가 아닌 선수들의 들쭉날쭉한 체력관리가 급부상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6일 호주 브리즈번의 선코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가지회견에서 “수비진의 변화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나오는 지도 중요하지만 우리는 3경기째 무실점 경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계속된 중앙 수비진의 교체에 대한 취재진의 물음에 슈틸리케 감독의 얼굴은 붉게 상기 됐고 머리를 감싸쥐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은 2015 호주 아시안컵을 앞두고 치른 사우디아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장현수(광저우 부리)와 김주영(상항이 둥야)를 선발로 세웠고 이 둘은 조별예선 A조 첫 경기인 오만전까지 나란히 출전하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하지만 쿠웨이트와의 조별예선 2차전에는 장현수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가 호흡을 맞추는 등 수비진에 변화가 생겼다.
통상 중요한 수비진은 교체가 흔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았다. 더욱이 이날 경기에서 한국 수비진은 연달아 허점을 보이며 위태로운 순간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은 “평가전에서 다양한 선수를 기용한 것은 정보 파악을 위해서 였지만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 때문”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곽태휘는 부상을 당해 초반 두 경기에 뛸 수 없는 상태였다. 김주영도 몸살 기운이 있어 쿠웨이트 전에는 뛸 수 없었다. 부상을 당했거나 정상 컨디션이 아닌 선수를 뛰게 할 수는 없다. 특별한 의도를 갖고 수비진에 변화를 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수비진 뿐만 아니라 공격진 역시 부상과 체력 관리 문제로 변동이 발생하면서 연일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결국 쿠웨이트 전의 경우 수치상 20%가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이들 대부분 주축 선수들이어서 수치는 50%까지 급등하는 등 슈틸리케 호는 반토막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슈틸리케 감독도 체력 관리 비상을 인정했다. 그는 지난 13일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한국은 오늘부터 우승 후보가 아니다”라며 강한 비판을 할 정도였다.
물론 선수들의 이 같은 현상은 각자가 뛰고 있는 리그의 일정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우선 K리그와 K리그는 휴식기라는 점에서 선수들은 체력을 미쳐 끌어올리지 못했다.
또 중국리그와 중동지역도 12월 초와 연말에 정규리그와 전반기가 끝나 휴식인 만큼 선수들이 정상궤도에 올랐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유럽만 정상적인 몸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들 역시 힘들다는 평가다. 유럽파 대부분이 소속팀에서 주전 자원으로 뛰고 있어 피곤한 상태다.
이에 관해 기성용은 “경기력이 안 좋으면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라며 “쿠웨이트전에는 내가 보기에도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 분명한 것은 7명이란 선수들이 바뀌었다.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었다. 그 선수들은 오랜만에 경기에 나셨다. 그런 부분들은 충분히 힘들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점점 그 선수들도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이나 리듬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주호도 “훈련을 시작할 때 시즌을 치르다가 온 선수도 있고 그러지 않은 선수도 있어 체력적 문제가 각기 달랐다”면서 우리 선수들은 감독, 코치의 처방대로 좋은 컨디션을 잘 유지한 것 같았다. 쿠웨이트와의 경기 때 좋지 않은 부분 때문에 체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부족한 플레이는 (체력과 관계없이) 보완하면 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8강에 진입한 만큼 체력 관리 문제로 팀 전력이 차질을 빚을 경우 좋은 성적을 내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물론 슈틸리케 감독은 ‘무실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약체 팀과의 경기에서 조차 큰 점수 차를 보여주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여전히 반복하고 있어 체력문제까지 불거질 경우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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