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MLB 진출, 모처럼 웃은 한국프로야구

2015-01-19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미국 메이저리그 3년차에 접어든 괴물투수 류현진 이후 걸출한 MLB 진출 소식을 접할 수 없었던 한국프로야구가 강정호(28)의 진출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모처럼 만에 웃게 됐다. 강정호는 메디컬 테스트를 완료한 데 이어 최종 조율까지 세부적인 협상만 남아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반응이다. 한국 최초 야수로서 MLB 진출을 앞둔 강정호의 도전기를 만나본다.

 아시아권 야수에 인색한 MLB, 강정호 가능성에 기회 활짝
 한국 최초 MLB 직행 야수…선구자 역할 훌륭히 수행해야

피츠버그 지역지 ‘피츠버그 포스트 카스트’의 빌 블링크는 지난 16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강정호가 예정됐던 메디컬테스트를 받았다”며 “그래도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메디컬테스트는 혹시라도 강정호의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지 점검하는 과정으로 강정호는 지난 14일 이를 위해 한국을 떠나 피츠버그를 향했다.

특히 강정호는 좀처럼 부상을 당하지 않는 ‘철인’ 중 한명으로 유명하다. 이에 올 겨울에도 별다른 부상 없이 몸 관리에 만전을 기한 바 있다.

투수 비해 야수 평가 인색

이처럼 본 계약을 목전에 두고 있는 강정호이지만 당초 MLB진출까지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강정호는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에서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으로 2014 프로야구 올해의 타자상과 2014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을 수상하는 등 MLB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로 평가됐다.

하지만 MLB는 본래 투수에 비해 야수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 더욱이 아시아권 선수들의 경우 투수의 경우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만 야수의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일본의 경우 수 많은 선수들을 미국 무대에 진출 시켰지만 야수들은 성공 사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최근 한신 유격수 도리타니 다카시(34)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지만 현지의 미온적인 움직임과 적지 않은 나이 탓에 꿈을 접고 일본 프로야구 잔류를 결정했다.

반면 강정호는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피츠버그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지에서 흘러나온 계약 조건을 보면 4년 보장에 총액 2000만 달러 수준으로 최근 MLB 무대에 진출했던 일본인 야수인 니시오카 쓰요시, 아오키 노리치카 등과 비교해 보다 좋은 조건을 갖췄다.

이에 일본 언론들의 관심 역시 뜨겁다. ‘산케이 스포츠’는 “원래 한국에는 MLB를 의식하는 선수들이 파워 위주의 경향이 있다”면서 “강정호도 상반신에 굉장한 근육을 가지고 있다. 팀 훈련에 열중하겠다는 자세도 강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당 매체는 2014년 시즌을 앞두고 강정호가 요코하마 선수들과 한 훈련을 상기하며 “항상 주목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타격의 힘이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 담장을 넘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분위기였다.

타구의 질이 대단했다”며 “강정호가 치밀한 야구를 할 수 있는 선수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힘 자체는 MLB에서도 통할 것이다. 이런 유격수 강타자는 아시아에서는 없을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강정호가 계약을 마무리하면 포지션 경쟁을 펼치게 될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29)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비록 현지 언론을 통해 강정호의 소식을 접했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의 자신감이 보기 좋다. 우리는 그라운드에서 잘 어울릴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피츠버그)는 자신감을 좋아한다. 그가 우리 팀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궁극적으로 월드시리즈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전했다.

머서는 또 “강정호가 스프링 캠프에 합류할 때 그와 같은 자신감으로 무장한 현재 유격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몰마켓 팀의 통큰 배팅

아직 최종결정이 남아 있지만 강정호의 빅리그 진출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그의 계약규모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일본에서 프로를 거쳐 MLB에 진출한 선수 중 야수로서 최고의 계약을 이끌어낸 선수는 스즈끼 이치로다. 그는 2001년 시애틀 메리너스와 계약하면서 총 2700만 달러를 이끌어냈다. 포스팅 머니로 1300만 달러, 3년 1400만 달러에 계약했다.

강정호가 알려진 대로 계약을 체결한다면 총 2100만 달러 규모가 돼 이치로와 비슷한 수준이다. 강정호의 포스팅 머니는 500만 달러로 이치로보다 적지만 선수 자신의 계약이 1600만 달러 수준으로 연봉에서는 이치로와 엇비슷하고 총액은 더 많게 된다.

이는 제2의 이치로로 불리는 아오키 노리치카가 2013년 밀워키와 총액 500만 달러(포스팅 250만 달러, 2년 250만 달러)에 계약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계약이다.

협상 중인 피츠버그의 제안도 파격적이다. 피츠버그는 지난해 팀 연봉이 총 7800만 달러가 채 안 되는 대표적인 스몰 마켓 팀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이들이 강정호의 포스팅에서 가장 많은 액수를 써내면서 이목을 끌었다.

또 현지 언론이 전한 다년의 거액 계약이 사실일 경우 강정호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점을 입증하게 된다. 실제 구단 고위 관계자는 강정호의 파워는 물론 내야수로의 다양한 기용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정호가 소문처럼 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다면 2015시즌 피츠버그 선수 중 6번째로 많은 액수를 받게 된다. 이는 LA 다저스나 뉴욕 양키즈에서 받는 400만 달러와는 비교할 수 없이 높은 상대적 가치를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루키시즌부터 400만 달러를 온전히 받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첫해인 만큼 인센티브 옵션 등이 포함되고 매년 확대 지급으로 귀결될 경우 최소부터 최대까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

루키시즌 개막보다
시범경기에 집중

이처럼 대박 계약을 체결한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에 뛰어든 만큼 강정호에게 수많은 과제들을 남기고 있다. 우선 주전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그는 팀 내 연봉 랭킹이 높기에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주전 자리를 놓고서는 팀 내 경쟁에서 승리를 해야 주전 자리를 꿰찰 수 있다.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에서 정상급 선수였지만 MLB에서는 갓 발을 담근 루키나 마찬 가지라는 점에서 스스로 실력을 입증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강정호는 오는 2월 중순부터 시작되는 MLB 스프링 캠프부터 전쟁을 치러야 한다. 올해만큼은 강정호가 4월 7일 시즌 개막전이 아닌 스프링 캠프와 시범경기에 맞춰 몸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 과정에서 오버 페이스를 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준비가 늦어도 안 되는 만큼 페이스 조절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강정호가 MLB진출에 근접하면서 한국프로야구 역시 새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2013년 빅리그에 진출할 당시만 해도 의혹이 가득 담긴 눈총들뿐이었다.

하지만 2년 연속 14승을 거두며 다저스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했고 한국프로야구 정상급 투수가 MLB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제 야수 강정호가 선구자로서의 길을 훌륭히 수행한다면 개인적인 성공뿐만 아니라 KBO 정상급 야수들도 MLB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하게 된다.

이에 야구팬들의 큰 기대가 진출 첫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강정호의 자신감으로 극복한다면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관심 또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정호 야구인생에서의 말루 홈런을 기대해 본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