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시장 사전에 몰랐나

2004-10-08     이인철 
안상수 인천시장이 ‘굴비상자’ 문제로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돈 받은 시점, 돈의 목적, 뇌물 사전인지여부 등 갖가지 의혹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 시장의 잦은 말바꾸기가 오히려 의혹만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는 안 시장의 ‘2억 굴비상자’미스터리를 추적했다.

의혹1 돈 받은 시점은 언제?

현재 안 시장에게 건네진 2억 굴비상자 수사의 핵심은 B건설 대표 이모씨가 안 시장 측에 돈을 건넨 시점이다. 안 시장 측근은 사건 당시에 대해 “안 시장이 중국에서 돌아오기 바로 전날인 8월 28일 3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안 시장 여동생 집에 찾아와 문 앞에서 우물쭈물 하더니 갑자기 상자를 놔두고 곧바로 떠났다”며 “밤이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 누구인지 알 수 없었고, 내용물도 무엇이 들었었는지 여동생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수사결과 돈을 건넨 당사자는 광주의 B건설 대표 이 모(50)씨인 것으로 조사됐고 그는 안 시장 여동생의 주장과 달리 돈을 건넨 시점이 8월 24일이라고 진술했다. 또 운전기사 양모(27)씨도 돈을 전달한 날이 24일이라고 경찰에 밝혔다. 결국 둘 중 한 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의혹2 돈 건넨 목적은?

B 건설은 왜 안 시장에게 2억이라는 돈을 굴비상자에 넣어 전달했을까? 안 시장 측근은 사건 당시 ‘건설업체의 로비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많은 사업이 예정돼 있지만 입찰관리는 조달청에서 한다”며 “시장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안 시장이 인사차 업자들이 방문해도 독대를 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조사결과 굴비상자 2억을 전달한 B 업체는 인천시가 발주한 관급공사 수주업체이자 여러 건의 인천시 관급공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이 업체는 올해 5월에는 인천 남동구 간석동으로 계열사의 본사를 이전시키는 등 인천의 경제자유구역 지정에 따른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앞두고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돈의 성격이 청탁성 뇌물인 셈이다. 그러나 안 시장측은 음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당시 안 시장의 측근은 “오해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다”며 “음해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3 안시장 사전인지 여부

굴비상자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현재 안 시장의 사전 인지여부에 대해서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이같은 사전인지설은 안 시장과 B 건설 대표 이씨가 굴비상자가 건네지기 전에 3차례 만났다는 데서 기인한다. 특히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7월 30일 인천의 한 카페에서 안 시장을 두 번째로 만났을 때 ‘인천에서 사업하려면 불우이웃도 도와야 하고 지역발전기금도 많이 내야 한다’고 말했다”며 “지난 8월 세번째 만날 때엔 ‘굴비상자’를 마련해 두고 안 시장에게 먼저 전화해 ‘뵙고 싶다. 인사드리려 한다’고 전화했다”고 진술했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고 파문이 일자 안 시장은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씨를 알지 못한다”던 종전의 주장을 번복, “이씨와 만났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안 시장은 이씨가 자신에게 돈을 건넨 이유에 대해선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 시장의 사전인지 여부는 사법처리문제와도 직결돼 있어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굴비상자’사건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