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신세대 사랑법 ‘데이트메이트’

쉽고 간단한 인스턴트 사랑 유행

2009-02-24     최명찬 자유기고가 

신세대 사랑방정식에 새로운 코드가 등장했다. 애인 대신 ‘데이트메이트(계약연애의 일종)’를 사귀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데이트메이트(Date-Mate)란 이성과의 연애를 뜻하는 ‘데이트’와 친구를 뜻하는 ‘메이트’의 합성어로, 친구보다는 가깝지만 애인 사이는 아닌 남녀관계를 지칭하는 말이다. 친구보다는 가깝고 애인보다는 먼 ‘데이트메이트’에 대해 알아봤다.

요즘 신세대들 사이에서는 애인 대신 가볍게 데이트할 상대로만 이성을 사귀는 게 유행이다. 끈끈한 정을 중시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구속을 피해 실리를 쫓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

이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팔짱을 낀 채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또한 실제 연인들처럼 뜨거운 키스를 나누기도 하고, 남녀 합의 하에 하룻밤을 같이 보내기도 한다. 언뜻 보면 여느 연인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사랑은 NO! 데이트는 OK?

2년 전 오랫동안 사귄 애인과 헤어진 대학생 김정훈(가명·26)씨는 그 후로 애인을 만들지 않고 있다. 애인과 헤어진 후 겪어야했던 이별의 아픔을 아직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신 정훈씨는 지난 한 해 동안 6명의 데이트메이트를 만나 외로움을 달랬다.

데이트메이트를 사귀게 된 계기에 대해 정훈씨는 “6년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성격차이로 최근 헤어지게 됐는데 그 여파가 학업에도 미치더라”며 “또 다시 애인을 사귈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애인을 사귀게 되면 자주 만나야 되고 성격도 맞춰줘야 하는데 지금은 모든 게 피곤하게 느껴질 뿐”이라며 “여과 시간에 부담 없이 만나 즐기는 것이 차라리 속 편하다”고 덧붙였다.

데이트메이트를 찾는 사람들이 늘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데이트메이트를 구하는 공식카페도 생겨났다. 지난해 3월 개설된 이 카페의 회원수는 2만3,149명으로 하루 방문자 수만도 수 천명에 이른다.

또한 이들은 ▲남자구함 ▲여자구함 ▲십대모임 ▲이십대모임 ▲삼사십대모임 등의 카페 게시판을 통해 간략한 자기소개와 연락처, 사진 등을 남기며 부담 없이 데이트할 상대를 찾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한 네티즌은 데이트메이트에 대해 “사귀면 음주·흡연·대인관계·헤어스타일 등 자질구레한 것에서부터 사사건건 간섭을 하지 않느냐”며 “구속받는 것이 싫어 데이트메이트와의 만남을 고집한다”고 말했다.

지금껏 15명의 데이트메이트를 만나온 이 네티즌은 “한 번에 여러 명의 여성을 동시에 만나기도 했고, 상대도 개의치 않게 여겼다”며 “상대방이 동시에 다른 이성을 만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데이트메이트로서의) 관계가 유지된다. 질투는 기피대상 1호”라고 단언했다.

데이트메이트와의 신체접촉 수위에 대해 그는 “합의 하에 재미보는 건데 나쁠 게 뭐 있냐”며 “애정이 없는 성관계도 가능하다”고 답했다. 과거에는 결혼할 사람과 연애할 사람을 구별하는 풍토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연애할 사람과 데이트메이트를 구별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서로에게 알아가고 맞춰 가는 모습은 연애하는 커플과는 확연히 다르다. 상대방과의 데이트가 시들해지면 다음날 다른 사람과의 인스턴트식 만남을 준비한다. 이별의 아픔이나 서로간의 배려는 이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20대 여 회사원의 솔직담백 토크

“데이트용 남자가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만난 29살의 회사원 김미진(가명)씨는 데이트메이트의 최대 장점에 대해 “애인의 유무에 대해 당당히 ‘없다’고 말할 수 있어 언제 어느 때든 다른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다음은 김씨와의 솔직 담백한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데이트메이트를 정의한다면.
▲혼자 지내기는 외로운데 서로가 서로를 간섭하는 커플 생활은 싫다거나, 자유롭지만 가끔씩 외로운 때만 누군가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경우에 맺어지는 사이다. 한마디로 사랑과 우정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말한다.

-데이트메이트의 최대 장점은.
▲좋은 점은 애인처럼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또 각자 애인이 생겨 헤어지더라도 슬프거나 비참할 정도는 아니다. 서로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면 실망도 크기 마련인데, 기대하는 것이 없어 실망도 없다.

-지금의 데이트메이트에 대해 소개해 달라.
▲키도 크고 매너도 좋은 3살 연하의 남자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파티에 갔다 우연히 만나게 됐다. 그에게 호감은 있었지만 애인과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마음의 정리가 다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역시 여자에게 상처를 받아 여자를 깊게 만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서로 가볍게 만나기로 합의하고 시작했다.

-만난 기간과 데이트 수위는.
▲지금까지 4명 정도를 만났는데, 관계가 6개월 이상 지속되기는 힘든 것 같다. 각자의 친구들에게 소개하지 않았을 뿐 애인끼리 하는 것은 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