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원장의 관절 이야기] 부주상골, 심하면 평발로 발모양까지 변해
2015-01-05 조아라 기자
부주상골증후군은 심할 경우 멀쩡하던 발이 평발로 변하면서 보행에도 장애를 줄 수 있는 질병이다. 인체에는 총 206개의 뼈가 존재하는데 간혹 뼈가 한 개 더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뼈를 ‘없어도 되는 뼈’라는 뜻으로 부골(accessory bone)이라고 부른다. 원래 정상적으로 유합돼야 할 뼈가 선천성으로 접합하지 못해 생긴 것이 원인이다.
이러한 부골이 발 안쪽에 있는 발목과 엄지발가락을 이어주는 뼈인 주상골 측면에 생긴 것이 바로 부주상골이다. 보고에 따르면 인구 당 10명 중 1명이 부주상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이 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부주상골이 존재한다. 부주상골이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뼈 때문에 특별한 통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행이나 운동능력에도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생 자신이 부주상골이 있는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발목을 접질리거나 부상을 당하면 부주상골이 제 위치를 이탈하면 문제가 된다. 떨어져 나간 뼛조각은 주변 골조직과 인대에 충돌을 일으키고 염증을 유발시킨다. 특히 보행 시 통증이 극심해지고 보행이 불안정해지면서 낙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심할 경우 발의 아치 형태를 유지시켜주는 ‘후경골건’의 기능까지 상실돼 발의 구조자체가 평발로 변할 수 있다.
이는 부주상골 소유자가 갖는 선천적인 측면 때문이다. 원래 후경골은 정강이와 종아리 사이에서 내려와 주상골에 붙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부주상골이 있는 사람은 태생적으로 인대가 부주상골에 접해 있다. 이 때문에 부주상골 손상이 지속될 경우 이 후경골건이 이탈해 엉뚱한 곳으로 붙으면서 발바닥모양의 아치형태가 무너지게 된다. 멀쩡하던 발이 평발로 변하는 이유다.
이러한 부주상골증후군은 외상적 요인 외에도 성장기 청소년이나 군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농구, 축구, 행군 등으로 인해 족부관절에 지속적인 자극이 가해진 것이 원인이다. 특히 청소년들은 통상 12~15세 정도에 부주상골증후군으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니 보호자의 세심한 주의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
만약 부주상골증후군이 의심된다면 우선 발쪽을 유심히 살펴봐야 한다. 부주상골이 있다면 발 안쪽 복사뼈 아랫부분이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고 서있을 때 뒷모습도 발뒤꿈치가 내측으로 약간 들어가 있다. 무엇보다 운동 후 복사뼈 아래쪽이 붉게 부어오르고 살짝만 눌러도 압통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의료기관을 찾아 보다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후 부주상골증후군으로 확진을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증상 초기에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호전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부주상골의 이탈정도와 주변조직의 손상이 적으면 진통제와 소염제를 비롯한 약물을 처방하면서 돌출부위에 깁스를 한다. 이와 함께 발바닥 중앙에 아치모양을 맞춰주는 특수깔창을 신고 2~3주간 생활하면 대부분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간혹 후경골건의 손상이 심하고 발의 아치구조에도 이상이 이미 생긴 후 병원을 찾는 이들이 있다. 이때는 보존적 치료만으로는 효과가 반감한다. 외과적 수술이 불가피할 수 있다. 부주상골을 제거한 후 후경골근건의 파열부위를 봉합해 이를 다시 주상골에 연결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만약 주변 인대까지 손상부위가 크다면 새로운 인대를 이식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빠른 회복을 위해 4~6주가량의 깁스가 필요하다.
물론 오늘날 의료기술과 장비의 발전으로 수술 실패나 위험성은 대폭 줄어들었다. 관절내시경을 이용해 수술 절개부위를 최소화하면서 인대나 건을 더욱 섬세하게 봉합하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형외과전문의 입장에서 가능한 수술적 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를 통해 환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서는 조기진단이 핵심이다. 새해를 맞아 자녀들의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이번 기회에 살펴보길 바란다.
<김영호 일산하이병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