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 인상과 서민 경제
2천원 오른 첫날 ‘잠잠’…물가 오를까 ‘전전긍긍’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담뱃값이 2000원 가량 인상됐다. 대부분의 담배가 그동안 시중에서 2000원대 팔렸다면 지난 1일부턴 4000원 대에서 팔리고 있다. 그렇다보니 애연가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이번 기회에 금연을 하겠다는 사람과 아직은 힘들다는 사람으로 양분된다. 이런 가운데 담뱃값 인상이 미칠 서민경제도 주목받는다. 이에 담뱃값 인상에 대한 서민들의 반응을 취재해봤다.
불안한 장바구니…콜라·햄버거 등 줄줄이
일부 외국산 담배 인상 늦어져…혼란 예고
지난해 연말 애연가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단언컨대 “담뱃값 인상 후 끊겠다.”는 것이었다.
혹자 사이에선 담배 7갑을 한 번에 공무원에게 주면 해당공무원에겐 뇌물죄가 성립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현행 공무원 행동강령의 접대 상한선이 1인 당 3만 원 이상의 금품은 뇌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행 첫 주인 1일과 2일 애연가들의 반응은 어떨까. 결과부터 말하면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 중 일부는 실제 담배를 끊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고, 또 다른 일부는 이미 담배 물량을 확보한 탓인지 크게 동요치 않는 모습이었다.
한 애연가는 “아직은 담뱃값 인상이 크게 와 닿지는 않는다”며 “지난해 담뱃값 인상 안 통과 후 알게 모르게 담배를 구입해 놨고, 이 담배가 다 소진되면 전자담배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고도 했다.
‘끊나 마나’ 고민
실제로도 한 인터넷 쇼핑몰 분석 결과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자담배 판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배로 급증했다.
전자담배 판매업자는 “최근 들어 구입 여부와 함께 제품에 대해 물어보시는 손님들이 굉장히 많이 늘었다”며 “그동안은 건강 생각해서 피우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담뱃값이 오른다면 가격 경쟁력까지 생기는 거죠”라고 전한다.
다만 전자담배도 단속 대상이기 때문에 금연구역에서 피우다 적발되면 1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반면 소매상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다른 듯했다. 불과 이틀이 지난 시점이지만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매출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숫자상으로야 과거 2개 팔던 걸 하나만 팔아도 금액 차이는 없겠지만 구입 의사를 밝히는 소비자가 준 건 맞는다고 한다.
담배를 10년째 팔았다는 한 소매상은 “타격이 올 걸 예상했지만 바로 증상이 나올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부 외국계 담배가 인상되지 않았다는 점도 시장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설명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외국산 담배 ‘던힐’과 ‘메비우스’는 2일 판매가격이 지난해와 같은 2700원에 팔리고 있다.
던힐을 판매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BAT코리아)와 메비우스(옛 마일드세븐)·카멜 등을 판매하는 재팬토바코인터내셔널코리아(JTI코리아) 등이 본사와의 협의 등을 이유로 지난해 12월 24일까지 담뱃값 인상 신고를 마치지 못했다.
담배사업법 시행령에 따르면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 판매업자는 인상한 가격으로 담배를 판매하려면 6일 전까지 구체적인 가격을 정부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들 회사의 담배는 국내 담뱃값이 인상된 후에도 당분간은 같은 가격에 판매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담배의 인상 신고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전후로 장기간 휴가에 들어가기 때문에 본사의 답변이 추후로 미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BAT코리아와 JTI 측은 신고 시기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업계와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던힐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여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건 국내 담배제조사들뿐이다.
한편 이번 담뱃값 인상 이후 불어올 서민경제 변화와 관련해서도 이목이 쏠린다. 소주와 담배가 서민경제의 대표물품이었던 만큼 담뱃값 인상이 다른 품목 인상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공요금 인상도 들먹
가뜩이나 이번 인상이 정부의 세수확보 차원이라는 점이 강해 정부와 서민물가 변동 움직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미 서민 생활과 직결된 돼지고기와 냉동식품, 콜라, 햄버거 등도 가격을 올렸고, 일부 공공요금인상 소식도 함께 들린다.
제품별로는 코카콜라가 평균 5.9%올렸다. 지난 1월(4%)에 올렸는데, 1년도 안돼 또 인상안을 발표했다.
다른 품목들도 일제히 뛰었다. 햄버거 가격도 연말에 기습 인상됐다. 버거킹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대표메뉴인 와퍼의 가격을 5000원에서 5400원으로 와퍼주니어는 3600원에서 3900원으로 불고기버거는 2700원에서 2900원으로 올렸다.
앞서 냉동제품 업계 1위 CJ제일제당은 돼지고기 가격 상승을 이유로 각종 냉동식품 소비자 가격을 3년 만에 평균 6.5% 올렸다.
이 같은 무더기 인상은 연 초에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물가 인상을 눈치보던 다른 업체들이 이때를 노려 가격 조정 흐름에 동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코카콜라가 가격을 올렸을 때 롯데칠성과 같은 다른 업체들도 일제히 소비자가를 끌어올렸다.
오르는 건 이런 식품들만이 아니다. 상수도 요금과 대중교통 요금 같은 공공요금도 연 초부터 인상대열에 합류한다.
서울시와 인천시, 대구시 등은 이미 지하철과 버스 요금 등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오른 담뱃값 2000원과 함께 불황속 서민들의 지갑은 자꾸만 얇아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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