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은 기본 훈련비·숙박비 빼돌리기 만연
‘스포츠 4대악’ 중간 조사결과 발표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12월 28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스포츠 4대악’이란 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가리킨다. 문체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및 합동수사반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269건의 제보 가운데 118건이 종결됐다. 118건 중 2건은 검찰에 송치됐으며 2건은 검찰에 직접 수사를 의뢰했고, 25건은 감사결과에 따라 처분을 요구했다. 나머지 89건은 단순 종결 처리됐다. 조사 결과 스포츠단체 및 국가대표 지도자 등이 36억원 규모의 횡령·자금세탁 등 불법을 자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권·져주기 등 승부조작해 아들 특례입학시킨 교수
각종 대회 비용 부풀려 지원금 10억 챙긴 사무국장도
지난 한 해 국내 스포츠계는 각종 비리·성폭력 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급기야 문체부에서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만들어 4대악 척결에 나섰다. 최근 발표된 중간 결과를 살펴보면 국내 스포츠계는 ‘악의 온상’이라 할 만큼 부정과 부패가 만연했다.
이번 중간발표를 살펴보면 신고 종목별로는 태권도가 27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축구 25건, 야구 24건, 복싱 16건, 빙상 13건 등 순이었다. 비리 유형별로는 조직사유화(113건)와 승부조작·편파판정(32건)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이들의 행각은 전문 사기범 뺨칠 정도다.
조직사유화 기반 비리
대한택견연맹회장, 국민생활체육택견연합회장, 세계택견본부총사를 겸직하며 국내 택견계를 장악하고 있던 이모 전 회장과 종합사무처 전·현직 직원 7명은 총 13억 3천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이들은 차명계좌 63개에 실제 활동사실이 없는 순회코치 및 심판 수당을 지급했다가 다시 인출, 유령업체와의 가공 거래, 트로피 납품업체와의 거래액 과다계상 등의 방식으로 회계를 조작해 총 13억 3천여만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이 전 회장은 이 비자금으로 고가의 자동차를 구입했고 자녀 유학자금과 생활비에 사용했다.
A연맹의 국가대표 지도자 B씨는 7년간 국내외에서 실시한 전지훈련 중 숙박비, 식비 등을 과다 계상하는 방식으로 약 10억 원을 횡령했다. B씨는 횡령한 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주변인물을 통해 불법 자금 세탁했다.
경기도의 C협회 명예회장과 부회장은 도에서 지원한 운영비 2천4백만 원을 허위 세금계산서를 만들어 횡령한 혐의를 받았으며 D협회의 순회코치 2명은 실제로 선수를 방문해 지도하지 않고 허위 훈련보고서를 만들어 보고한 후 각각 연 4천5백만 원 내외의 훈련수당을 부정수령하기도 했다.
입시비리 및 승부조작
스포츠계 비리는 입시과정도 예외는 아니다. E대학팀 유도 감독 F씨는, 전국중고연맹전에서 상대팀 고교 지도자들에게 기권, 져주기 등 승부조작을 의뢰해 자신의 아들이 우승하도록 한 후, 그 우승실적으로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특례입학을 시켰다.
또 학부모 G씨는 자녀의 대학 특례입학을 위해 조교에게 입학실기시험지도 명목으로 1천만 원을 건네고, 유흥업소에서 교수를 접대하기도 했다. H협회의 사무국장은 I씨는 심판들에게 자신의 출신고를 잘 봐달라고 부탁하는 등 승부조작을 지시한 혐의로 검찰에 의사 의뢰됐다.
지원금 횡령
조직사유화 비리와 유사한 지원금 횡령 사례도 많다. J협회 사무국장 K씨는 5년간 개최된 각종 대회의 개최 비용을 부풀려 계상하고 업자로부터 그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으로 유치지원금을 포함한 약 10억 원을 횡령했다.
서울 소재 공공기관 L소속팀은 타 시도 팀으로 체전에 출전하는 조건으로 해당 시도로부터 받은 훈련비를 감독이 횡령하기도 했으며 M대학 N교수는 유도학과 선수들이 매년 전국체전에 타 시도 소속으로 출전한 후 받은 훈련비 및 출전비 수억 원을 착복하기도 했다.
스포츠는 땀과 눈물로 상징된다. 그만큼 순수하고 깨끗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스포츠계는 오랜 시간 누적된 파벌문제와 조직의 사유화로 그 본질을 잃은 지 오래다.
문체부 오락가락 행보
문체부의 4대악 척결 시도는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일부 협회와 연맹 등은 문체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단체를 손보기 위해 4대악 조사의 칼을 겨누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게다가 최근 문제가 됐던 대한승마협회, 대한펜싱협회 등은 중간발표에서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채 조용히 넘어가 문체부가 일부 단체에 대해서는 봐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특히 승마협회와 관련해서는 정윤회씨와 문체부 국·과장 좌천인사가 얽혀 있음에도 아무런 발표가 없어 의혹을 키우고 있다. 과거 문체부는 국회 교문위에서 승마협회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는 것을 시인했었다. 문체부 김종 차관도 승마협회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다, 지금 말하기 어렵다’고 입장을 밝혀 봐주기 의혹을 키우고 있다.
한편 문체부는 “승마협회와 관련한 비리도 2건 적발해 조치를 취했다”며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자세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을 뿐 숨기는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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