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의식해 개통 앞당긴것 아닌가”

2004-10-19     홍성철 
고속철도(KTX) 조기개통은 총선용이었고 이로 인해 고속철제작사인 프랑스 알스톰사에 최소 586억원을 추가 지불하게 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정치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철도청은 ‘사실 무근’이고 개통준비 상황을 종합 점검해 개통일을 확정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철도청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조기개통 배경 및 추가비용 지출 여부 등과 관련한 의혹은 끊이질 않고 있다. 여기에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는 인사들이 고속철도 개통식 행사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노무현 정부와 고속철사업의 ‘검은 커넥션’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검은커넥션 의혹에 불을 지핀 장본인은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 남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정무위 국무조정실 국정감사에서 “김대중(DJ) 정부시절인 2000년 6월20일 알스톰과 맺은 5차 변경계약(CA-0005)에 의하면 고속철도 개통일은 2004년 4월29일 이후로 정해져 있었다”며 “하지만 노무현 정부들어 갑자기 조기개통에 대한 계약변경통지서(CN-24)를 공식적으로 알스톰사에 발행해 이에 따른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남 의원은 또 “계약변경에 따른 추가비용 증가는 상식적인 생각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고속철도건설공단이 계약변경 요구를 스스로 했다는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정황상 건교부와 철도청 특히 청와대가 5·15총선을 의식해 조기개통을 지시해야 가능한 일이었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남 의원측 자료에 따르면, DJ정부 시절인 2000년 6월20일 알스톰과 맺은 제5차 변경계약에 의거 DJ정부까지는 고속철도 개통일이 2004년 4월29일 이후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철도청과 고속철도본부는 건교부에 경부선 개통시기 일원화 및 조기개통에 대한 검토방안을 건의했다.

이에 정부는 철도청에 4월1일이 아닌 4월중 개통방침을 하달했지만, 공단측은 2003년 10월22일 조기개통에 대한 계약변경통지서(CN-24)를 공식적으로 알스톰사에 보냈다. 당초 계약상(2000.6.20)에 의무조항으로 명시된 ‘개통후 2년간 알스톰사의 하자보증 책임’을 철도청 스스로 파기해 버림과 동시에 추가비용을 지불하게 됐다.공단측이 알스톰에 보낸 계약변경통지서의 주요 내용은 개통일정을 2004년 4월29일에서 3월29일로 1개월 단축 코아계약 전기분야 설계조정 호남선 추가 건설 운행에 따른 추가업무(유지보수 관련 계약조건 등) 등이다.

이에 대해 알스톰사는 2003년 12월16일 계약변경에 따른 일정조정 비용 및 양해각서를 공단에 제출했고, 같은해 12월23일에는 약 940억원의 추가비용을 요구했다. 이후 강동석 건교부장관은 1월19일 고속철도 개통일자를 4월1일로 확정 발표했는데, 정부와 비용문제를 협상한 알스톰은 1월30일 계약자 제의서(Impact Proposal)를 통해 일정단축 비용(FSC Acceleration) 75억원과 일정단축 보너스(Target Bonus) 73억원을 포함해 최소 586억원의 계약변경 비용을 공식 제의했다. 이에 정부는 4월10일 추가비용 586억원중 고체도유기(윤활유) 및 차륜예비품 구입비 명목으로 112억원의 비용을 알스톰과 체결했다.

남 의원은 이러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최종찬 전건교부장관(2003.2월2003.12월)과 강동석 건교부장관(2003.12월현재), 김세호 건교부 차관(당시 철도청장), 정종환 고속철도시설공단이사장(당시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 등을 계약변경 관계자로 지목했다. 남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고속철사업은 12조원이 넘는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개통준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총선을 앞두고 조기 개통했다”며 “국정전반을 총괄하는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장은 이렇게 기가 막힌 일에 대해 올 상반기 정부평가위원회의 정부업무평가결과서에서 조차 계약변경에 대한 지적이나 거론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남 의원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철도청은 전혀 사실 무근이고, 개통준비 상황을 종합점검해 개통일을 확정했다고 반박했다. 철도청은 5일 해명자료를 통해 “개통시기 일원화 결정 후 2004년 3월말까지 모든 개통준비 업무를 완료하도록 준비해 온 결과 올 1월 준비 상황을 종합 점검, 조속한 서비스 제공이 국가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해 2004년 4월1일 고속철도를 개통하기로 확정했다”며 “알스톰 측에서 개통일정 단축 및 기존선 운행구간 확대 등의 이유로 추가비용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계약자의 일방적 요구일 뿐 개통일정 조정으로 추가비용이 소요된 것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한덕수 국무조정실장도 4일 국감장에서 “당시 안전문제나 공사 진척도 등을 고려해 그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니냐”며 “이 사안은 좀더 자세히 파악해서 보고하겠다”고 답했다.하지만 남 의원과 한나라당은 오는 14일 건교위의 철도청 국감에서도 이 문제를 집중 추궁하는 동시에 필요하면 청문회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어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