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시가총액 CJ·SK만 상승

2014-12-29     강휘호 기자
‘자리 비운’회장님, 오히려 감사합니다?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 지속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10대 그룹 중 8개 그룹의 시가총액이 하락했다. 그 결과 그룹 간 순위가 뜻밖으로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유독 CJ그룹과 SK그룹만 시가총액이 상승했다는 부분이다. 두 그룹 모두 총수가 자리를 비운 상황인지라 이들의 성장세가 더욱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일요서울]은 오히려 총수들이 없는 CJ그룹과 SK그룹이 어떻게 성장세에 올랐던 것인지 들여다봤다. 
 
10대 그룹 중 나머지 8개사 모두 하락 
전문경영인 체제 완성도 입증되나 주목
 
대신증권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지난해 연말부터 올해 12월까지 시가총액 변동을 집계한 결과 이들의 시가총액은 대체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딱 두 곳을 제외하고 8개 그룹이 주가가 모두 떨어진 모습이다.
 
우선 현대중공업그룹(-52.54%)은 주가가 반 토막 난 모습이다. 이를 비롯해 롯데그룹(-21.88%), 신세계그룹(-11.29%), 포스코그룹(-9.62%), 한화그룹(-5.00%), LG그룹(-2.40%) 등 나머지 그룹사들 모두가 시가총액 감소라는 타격을 입었다. 
 
전자·자동차를 이끌며 ‘전차군단’으로 군림하던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도 하락을 막지는 못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각각 3.86%와 14.17%가 떨어졌는데 이는 수출 부진이 한몫했다는 반응이다. 
 
삼성그룹의 경우에는 16개 기존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같은 기간 동안 3.86% 줄었다. 지난달 상장한 삼성SDS를 추가하면 4.7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지만, 올해 저성장을 지속했다는 점에선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해당 그룹들은 대부분 수출주 부진 흐름에 휘말렸다는 평가가 높다. 세계 수요 회복이 기대를 밑돈 가운데 원화 강세, 중국과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은 조선·화학·정유 등의 업종 비중이 큰 그룹들은 큰 폭의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재계 순위도 변동 사항이 많다. 1위 삼성그룹부터 6위 롯데그룹까지는 순위에 변동이 없었으나 현대중공업그룹은 7위에서 9위로 곤두박질쳤다. 한화그룹은 7위에서 8위로, GS그룹은 10위에서 11위로 각각 한 계단씩 밀려났다.
 
이러한 와중에 CJ그룹은 8위에서 7위로, 신세계그룹은 11위에서 10위로 각각 한 계단씩 올랐다. 특히 CJ그룹은 SK그룹과 함께 시가 총액이 상승한 딱 두 곳의 10대 그룹사이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CJ그룹 시가총액은 21.49% 증가해 증시에서 가장 좋았다. 98.50% 폭등한 물류업체 CJ대한통운을 필두로 식품(CJ제일제당), 방송·문화콘텐츠(CJ E&M) 업체들이 내수 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20% 이상 뛰어올랐다.
 
그 다음은 SK그룹이다. SK그룹도 시가총액이 13.05% 늘어나는 성과를 거두면서 재계를 이끌었다. SK그룹도 SK텔레콤과 SKC&C 등 계열사들이 두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또한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 SK하이닉스 주가도 32.87% 정도 올라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두 그룹 모두 총수가 사법처리 중임에도 두드러진 강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10그룹 중 총수가 자리를 비운 회사가 두 그룹인지라 “차라리 그룹 총수가 없는 편이 나은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실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1600억 원대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지난해 7월 구속기소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9월 징역 3년에 벌금 252억 원을 선고했다. 현재 건강 악화로 구속집행정지 기간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최태원 SK회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월 말부터 700여 일 넘게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기업인들이 구속과 함께 병원에 입원했지만, 최태원 회장은 모범수 생활을 하면서 기업 총수 가운데 최장수 수감 기록을 세워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대체로 CJ그룹과 SK그룹은 올해 증시를 관통한 수출주 대비 내수주의 상대적 선전 추세로 혜택을 받았다는 분석이 많다. 두 그룹 모두 내수 위주의 사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전문 경영인의 능력이 오너 경영 체제보다 낫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거나 또 “총수 한 명의 의사결정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증시 주변에서는 “아무리 규모가 큰 대기업이라고 하더라도 총수 한 명 없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높다. 다만 여전히 주요 사업 등의 의사결정과 관련해선 총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인식도 많다. 
 
현대차그룹 한전부지 매입의 경우 총수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주주들의 공감을 사지 못해 증시에서 외면당한 일례로 드러난다. 정선섭 재벌닷컴 대표는 “총수 1인의 의사결정이 그룹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편 시가총액은 올랐다고 하더라도 총수의 거취 문제는 그룹 입장에서 최대 현안이다. 따라서 이들 그룹은 총수의 사법처리가 그룹 경영은 물론 국가경제에 미치는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선처를 호소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상고심 사건은 대법원 2부가 맡아 상고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최태원 회장은 모범적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번 달이나 내년 초 가석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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