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특집] 을미년 빛낼 양띠 CEO들
청양 기운 받아 불황 극복 ‘민첩하게’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14년이 가고, 2015년 을미년 양띠의 해가 시작된다. 양은 평화와 행운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특히 2015년은 진취적이고 활동적인 청색이 더해진 청양띠의 해여서 재계의 양띠 리더들에 대한 기대가 높다. 청양의 기운을 받은 오너, 전문경영인(CEO)들의 활약으로 침체된 국내 경기가 회복되길 바라는 기대감도 크다. 현재 양띠 리더들은 주로 1955년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 1967년생 젊은 양띠들도 약진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양띠 재계 인사를 비롯해 차세대 양띠 주자들의 행보를 전망해봤다.
박용만·신동빈·현정은 대표주자
젊은피 이해진·김택진 기대 높아
환갑 맞은 1955년생 절반 넘어
명암 갈린 금융권 심기일전 보여
양띠해에 태어난 재계 경영자는 총 281명으로 집계됐다. 나이별로는 2015년 환갑을 맞는 1955년생이 159명으로 절반이 넘는 56.6%를 차지한다. 이밖에 1967년생이 72명으로 25.6%, 1943년생은 34명으로 12.1%, 1931년생과 1979년생은 각각 8명씩 재계에서 활약하고 있다.
활동이 가장 왕성한 1955년생 양띠 리더 중 가장 대표적인 인물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다. 박 회장은 이미 양띠다운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정평이 나있다. 활발한 SNS 활동과 매년 만우절마다 장난을 치는 등 직원들과의 벽을 허무는 일화는 유명하다. 상명하복보다는 장난기 많고 덜 권위적이면서도 세심한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의 대표 기업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를 이끌며 정치권과 재계, 민심을 잇는 역할도 맡고 있다.
두산家에는 유난히 양띠가 많다. 박용만 회장의 아들 박서원 빅앤트 사장은 1979년생 양띠로 부자지간 띠가 같아 눈길을 끌고 있다. 전 두산그룹 회장이자 박용만 회장의 띠동갑 형인 박용현 서울대 이사장도 양띠다.
GS家에도 양띠 띠동갑 형제가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사촌형인 허동수 GS칼텍스 회장과 허창수 회장의 셋째 동생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이다. 이 둘은 양처럼 온화하면서도 강한 외유내강형이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LS家에는 사촌지간인 구자철 예스코 회장과 구자용 E1 회장이 양띠 동갑이다.
또한 업계 라이벌인 양띠 회장들의 행보도 주목된다. 양대 유통그룹으로 불리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모두 양띠다. 신 회장은 1955년생, 이 회장은 1943년생이다.
신동빈 회장의 경우 제2롯데월드의 일부 개장 시작, 완성이 가시화됨에 따라 2015년 활동에 대한 이목이 쏠린다. 특히 제2롯데월드의 경우 안전사고와 관련해 잡음이 많았던 만큼 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도약해 나갈지에 대한 시선이 많다.
식품업계 라이벌인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김호연 빙그레 회장, 윤홍근 제너시스 BBQ 회장도 1955년생 동갑내기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1955년 양띠 홍일점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현 회장은 동갑인 박용만 회장과 함께 서울상의 회장단의 일원으로 재계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현 회장은 2014년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부채규모가 대폭 감소하고, 2015년 해운업황의 개선이 기대되고 있어 현 회장을 주축으로 한 그룹 부상의 기대를 사고 있다. 또한 대북사업 재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도 대표적인 1955년생 동갑 양띠 리더다.
특히 정몽원 회장이 이끄는 한라그룹은 올해 한라홀딩스를 중심으로 하는 지주회사 전환을 마무리지었고, 그동안의 건설리스크가 감소 추세로 들어서 향후 행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차세대 주자 약진
양띠 오너들 중에서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이들도 많다. 정동섭 동일제지 회장, 민영빈 YBM시사 회장, 심정구 선광 명예회장, 권재기 세명전기 회장, 염홍섭 서산 회장 등이 1931년 양띠다.
반면 젊은 양띠 리더들도 눈에 띈다. 특히 IT업계에서는 1967년생 젊은 양띠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바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과 김택진 앤씨소프트 사장이다. 이들은 30대 초반 나이에 IT 벤처기업을 설립해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으로 유명하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네이버의 라인을 플랫폼으로 하는 신규 전자지불결제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어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택진 사장 역시 ‘리니지 이터널’ 및 다양한 모바일 게임 출시를 앞두고 있어 2015년에는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최세훈 다음카카오 대표이사도 이들과 동갑으로 IT업계에서의 지속 성장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의 IT 삼인방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 애플의 고 스티브잡스, 구글의 에릭슈미츠도 양띠라는 점에서 흥미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모두 1955년생으로 한국 IT 양띠 리더들과 띠동갑이다.
이밖에도 한때 교육열풍을 전국에 몰고 온 손성은 메가스터디 대표이사, 최성원 동양고속 회장도 젊은 양띠 리더다.
젊은 2~3세들의 차세대 양띠 리더 주자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약업계에는 1967년생인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황우성 서울제약 회장, 권기범 동국제약 부회장 등이 포진하고 있다.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 과장, 천신일 세중 회장의 장남 천호전 세중 사장, 김근수 후성그룹 회장의 아들 김용민 후성그룹 사장 등도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로 손꼽힌다.
CEO는 아니지만 주요 그룹 차세대 주자로 불리는 양띠들에 대한 관심도 높다. 주로 1967년생, 1979년생이 많은데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의 차남 윤새봄 상무, 최창영 고려아연 회장의 아들 최정일 고려아연 상무, 단재완 한국제지 회장의 아들 단우영 한국제지 전무 등이 그 주인공이다.
한편, 재벌가 양띠 여성으로는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딸 희원 씨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 민정 씨 등이 있다.
전문경영인 활약도
2~3세 주자들이 아닌 양띠 전문경영인들이 큰 역할을 하는 기업도 있다. 전문경영인들 역시 1955년생들이 압도적으로 포진해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CEO로는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장원기 삼성전자 사장이 있다. 특히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 1~9월 누적 순이익 1조1950억 원, 전년동기대비 약 51% 증가한 수치를 기록해 2015년의 행보에 대한 기대가 높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선 강학서 현대제철 사장과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여승동 현대다이모스 사장,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 등이 있다.
이 중 윤준모 현대위아 사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전폭적 지지를 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사장은 취임 후 현대메티아와 현대위스코 인수를 주도했고, 합병을 통해 기존 부품 사업과 공작기계 사업을 맡고 있다.
LG그룹에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박영기 LG화학 사장, 최근 사장으로 승진한 여상덕 최고기술책임자(CTO)이 대표적인 양띠 CEO다.
SK그룹은 박장석 SKC 부회장, 이인석 SK케미칼 사장, 최광철 SK건설 사장이 활약 중이다.
롯데그룹에는 황각규 롯데쇼핑 사장, 송용덕 호텔롯데 대표이사, 김치현 롯데건설 사장, 김영순 롯데알미늄 대표이사가 있다.
드라마 미생의 인기에 힘입어 성장세를 타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전병일 사장도 양띠다.
업계 라이벌 관계에 있는 양띠 전문경영인들도 주목받고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 경영 전반을 도맡고 있는 이상훈 경영지원실장(CFO) 사장과 LG전자의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이 양띠 라이벌 구도를 구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과 1943년생인 이유일 쌍용자동차 사장이 양띠 라이벌로 지목된다.
차분한 재계 반응
반면 금융업계에서는 양띠 CEO들 간의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 유난히 각종 금융사고가 많았던 만큼 심기일전에 힘쓰며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얄궂은 운명으로 불리는 이들은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임영록 전 회장이다. KB사태로 전혀 다른 운명에 놓인 것이다.
윤종규 회장이 양띠에 걸맞은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KB의 신뢰와 자긍심 회복을 이끌 적임자로 선택받았다. 또 최근 LIG손보의 인수에 밝은 전망이 나와 윤종규 회장이 이끄는 KB금융지주의 도약을 위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면 임영록 전 회장은 하차 이후 사정당국의 조사로 녹록지 않은 한 해를 앞두고 있다.
명암이 엇갈린 또 다른 CEO는 2014년 1월 취임과 이임이 교차된 김주하 현 농협은행장과 신충식 전 행장이다. 두 사람은 바통을 주고받은 경우다. 신충식 전 행장은 당초 임기가 2014년 3월까지였지만 카드 정보유출 최종 책임자로 징계를 받아 경영 공백 최소화, 도의적인 차원에서 2개월여 이른 시기에 하차한 바 있다.
KB사태, 카드사 고객정보유출, 동양사태 등 각종 금융사고로 인해 진퇴의 운명이 갈린 또 다른 이는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원장이다. 연이은 사고에 대한 책임과 제재 수위와 관련한 당국과의 마찰, 공직사회의 역학구도 등 풍파의 연속으로 최 전 금감원장은 결국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외에도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과 김장학 전 광주은행장, 허창기 전 제주은행장, 김영과 KB 사외이사 등도 수장·현직에서 내려와 청양해를 앞두고 아쉬움을 남겼지만, 김한철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양띠 CEO로 정책금융의 현장에 포진중이다.
금융권 역시 1955년생 양띠 CEO들이 대다수 포진돼 있으며 1967년생 젊은 CEO를 찾기는 어렵다. 이는 업계 특성상 보수성이 남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양띠 리더들이 청양의 해를 어떻게 장식해 나갈지를 두고 다양한 전망이 점쳐지는 가운데 재계의 분위기는 다소 차분한 모양새다.
복수의 재계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되고 불황이 오래가다보니 2015년에 대한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고 있다”며 “전 같으면 오너, CEO 자리에 있는 이들과 돌아오는 해가 같을 때 더 자신감 있게 한 해의 목표를 다짐했겠지만 올해는 ‘괜히 섣부른 발언을 했다가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말을 아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시무식조차 간소화 하거나 하지 않을 계획을 세우는 곳들이 있다”면서 “행사는 최대한 줄이고 불황을 극복해나갈 방안을 찾기에 여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분위기는 다양한 마케팅을 볼 수 있는 유통업계에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양띠와 관련지은 프로모션, 마케팅은 계획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