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기프트카드 인기 시들…불만↑

무기명 이유 재발급 어렵고 환불 받으려면 법원행

2014-12-29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연말연시, 명절선물 등으로 인기가 높은 ‘기프트카드(선불카드)’가 까다로운 재발급 절차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무기명이란 특성을 이유로 재발급이 어렵고, 환불도 법원의 제권판결서 제출을 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또 사용처가 제한적이고 남은 잔액을 돌려받기가 어렵다. 게다가 이렇게 분실된 기프트카드의 잔액을 해당 카드사나 은행이 가져간다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프트카드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까다로운 절차에 이용 점차 줄어
카드사·은행 낙전 수입 지적도

기프트카드가 취약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불식 충전카드인 기프트카드는 일정 금액의 카드를 구매하면 그 액수만큼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2002년 출시 이후 연말연시, 명절선물 등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삼성, 신한, 현대, KB국민, 우리, 롯데 등의 카드사들이 기프트카드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소비자들을 소위 ‘멘붕(멘탈붕괴)’에 빠뜨리는 일들이 잦아지면서 점차 그 인기가 시들어가는 모양새다.

우선 기프트카드는 분실했을 때 사실상 재발급이 불가능하고, 환불 절차가 복잡하다. 환불을 받으려면 법원의 ‘제권판결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권판결서를 받기 위해서는 소유권을 증명하는 ‘공시최고’를 관보에 공고한 지 3개월이 경과한 후에 분실한 카드의 효력을 상실시키는 ‘제권판결’을 받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들은 환불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소유자의 이름이 적힌 기명의 기프트카드는 분실신고 후 재발급을 신청하면 재발급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프트카드는 대부분 선물용으로 찾고 있어 무기명으로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기프트카드를 분실한 A씨는 “부모님이 선물로 주신 기프트카드를 분실한 후 재발급을 할 수 없어 멘붕에 빠졌다”면서 “재발급도 안 되고, 환불 절차가 너무 복잡해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 등록을 안 하거나, 카드의 앞뒷면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다면 카드를 분실한 사람들은 마음을 비워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사용자 B씨는 “돈이 들어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내 돈임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되찾을 수 없는 게 답답하다”며 “카드사에 정지를 시키려고 했더니 정지시킨 카드는 다시 쓸 수 없다는 말만 들어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잃어버린 카드를 그대로 두면 카드사의 수익이 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분실 기프트카드 잔액이 카드사 수익으로 처리된 금액은 63억 원을 넘었다. 2007년부터 5년간 총 수익은 143억 원이다. 이른바 ‘낙전 수입’으로 불리는 카드사의 수익 규모는 매년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사용량 급감
선호도 하락

또한 기프트카드는 일부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단점도 있다. 인터넷 쇼핑몰, 음식점, 주유소 등 신용카드 가맹점을 기프트카드 사용처로 이용할 수 있지만 자체적으로 상품권을 발행하는 백화점이나 할인점 등에서는 사용이 어려운 것이다.

일례로 롯데카드에서 발행한 기프트카드는 롯데마트나 롯데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고, 현대카드에서 만든 기프트카드 역시 현대백화점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경쟁관계에 있는 자사 상품권의 수요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화점 상품권은 백화점 매출액 중 1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상품권은 발행·결제에 별도의 수수료가 없어 굳이 결제 수수료가 발생하는 기프트카드 사용에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기프트카드 사용자들은 카드에 들어있는 금액 전부를 다 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사용하고 남은 잔액에 딱 맞춰 소비를 하거나 잔액을 돌려받기가 어려워 사용자가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프트카드 시장이 취약점을 극복하지 못해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프트카드의 일평균 사용 금액은 27억 원으로 나타났다. 사용실적이 가장 높았던 2010년 65억 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전체 시장규모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0년 기프트카드 시장 규모는 2조4000억 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조200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수요 감소에 따라 점유율 1위인 삼성카드를 비롯한 일부 카드사들은 발행량을 줄인 상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기프트카드로 불리는 선불카드의 선호도가 점차 떨어지고 사용량도 감소하는 추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무기명 기프트카드 재발급, 환불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재발급의 어려움을 줄이고 환불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에 등록을 하거나, 카드 정보를 알고 있다면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카드사가 자체적으로 재발급 절차를 만들고 환불 정책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며 “현재의 불편을 개선하려면 제도의 개선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기프트카드는 말 그대로 선물용이기 때문에 실소유자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구입하지도 않은 사용자가 분실했다고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렇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분실했을 때는 적용하기 어렵지만 미사용 잔액 자동 소멸 기준 기간을 ‘판매월로부터 5년 경과’에서 ‘최종 사용월로부터 5년 경과’로 늘렸다”며 “카드사들이 불합리적으로 낙전 수입을 얻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회 공헌 기금을 마련하거나 해당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방법을 찾아실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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