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바뀌는 사회 제도
‘송파 세모녀법’ 시행 복지 그늘에 볕들까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새해를 가장 반기지 않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흡연자들일 것이다. 올해가 가기 전 그들의 목표는 담배를 최대한 많이 사놓는 것이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2500원 인상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달라지는 것은 담뱃값뿐만이 아니다. 복지 사각계층을 돌보기 위해 개정된 ‘송파 세모녀법’이 시행된다. 또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 중이다. 해당 안건은 비정규직 계약기간 연장,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노동계는 물론 회사원들의 최대 관심사다. [일요서울]은 내년부터 달라지는 사회 제도를 정리해봤다.
담뱃값 2000원→4500원… 사재기에 폭행 시비까지
비정규직 2년→4년 논의 중, 3개월 근무 때 퇴직금도
2015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담뱃값 인상이다. 정부는 지난 9월 담뱃값 인상안을 발표했다. 당시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담배가격 인상은 가장 확실한 금연수칙 중 하나”라며 “청소년과 저소득층에게 효과적인 금연정책”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담뱃값을 500원 인상했을 때 성인남성 흡연율은 13% 하락한 바 있다. 정부는 또 흡연피해를 경고하는 그림 등을 담뱃갑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뜨거운 감자 ‘담뱃값’
흡연율 하락 이뤄질까
그리고 지난 2일 국회가 담뱃값 2천 원 인상안이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현재 2천500원 수준의 담뱃값은 내년 1월1일부터 한값당 4천500원으로 인상된다.
정부는 담뱃값 인상으로 2조8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걷어들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는 5조2000억 원의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번 담뱃값 인상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닌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함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세수가 늘어난 부분은 치료나 캠페인 등 금연 활동 예산으로 집중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내년도 정부의 금연 예산은 1521억 원에 불과하다. 예상되는 증가세수 2억여 원에 턱없이 못 미치는 금액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납세자연맹은 “정부가 부당한 서민증세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한편 흡연자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흡연자들은 오는 1월부터 담뱃값이 2천 원이 오른다는 소식에 ‘사재기’에 들어갔다. 올해가 가기 전 최대한 많은 담배를 모아놓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반면 편의점들은 사재기 현상으로 인한 담배 수량이 부족해지자 1인당 1~2갑으로 판매량을 정해놓았다. 그러다보니 손님이 ‘왜 담배를 많이 팔지 않느냐’며 직원과 주먹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과연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하락으로 이어질까. 인상안이 발표 된 이후 온라인 쇼핑몰에 따르면 전자담배 판매량은 17배 급증했다. 담뱃값 인상에 부담을 느낀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옮겨간 것이다. 이것만 보면 정부의 ‘금연 정책’은 실효성이 없는 듯하다. 그러나 전자담배와 함께 금연초, 금연스티커 등 금연물품의 판매량도 40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금연클리닉도 인기를 얻고 있다. 정부가 금연대책을 발표한 지난 9월부터 11월까지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사람은 12만여 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증가했다.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김모(34)씨는 “담뱃값 인상안을 듣고 바로 클리닉에 등록했다. 내년에는 꼭 금연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지금도 담뱃값 인상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뜨겁다. 2015년 정부의 복지정책이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더 이상 세 모녀는 없다”
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지난 2월 서울 송파구의 한 주택에서 60세 어머니와 30대 두 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세 모녀’는 12년 전 아버지가 방광암으로 사망하며 많은 빚을 남겨 생활고에 시달렸다. 두 딸은 신용불량자로 고혈압과 당뇨 등의 지병을 앓고 있어 직업도 갖지 못한 채 주로 집안에서만 지냈다. 어머니 박모(60·여)씨가 유일하게 식당일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지만 그마저도 한 달 전 부상을 입어 그만둬야 했다. 결국 수입이 끊긴 세 모녀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다가 방 안에 번개탄을 피우고 세상을 떠났다.
당시 세 모녀에겐 어머니 박 씨가 식당일을 하면서 월 133만 원 가량의 수입이 있었다. 이로 인해 부상 후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기초생활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면 수급권자의 1촌 직계혈족이나 배우자는 부양의무자로 이들에게 충분한 소득이 있으면 복지혜택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모녀 뿐만 아니라 생활고를 겪던 사람들이 목숨을 끊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자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법률 개정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9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일명 ‘송파 세모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급여별 선정기준이 다층화되고 중위소득을 반영한 상대적 빈곤 개념이 도입된다. 부양의무자 기준도 완화됐다. 부양의무자가 수급자를 부양하고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부양능력 있음’ 기준을 현행 4인 가구 기준 290만 원에서 464만 원으로 확대된다. 또 부양비 부과기준선도 현재 부양의무자 최저생계비의 185%에서 중위소득(최저생계비의 250% 수준)까지 상향조정해 ‘부양능력 있음’ 기준과 제도적 적합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생활보장법 개정으로 전체 수급자수가 11월 현재 134만 명에서 210만 명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국민생활기초보장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복지 사각계층을 구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지난 11월 “개정안으로도 송파 세 모녀는 기초생활 수급자격을 얻을 수 없고, 이 법안으로 해소되는 빈곤의 사각지대는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이어 “정부 개정안은 부양의무제의 부분적인 완화를 제외하면 급여체계 개편에만 치중하고 있다”며 “117만 명으로 추정되는 부양의무로 인한 사각지대 중 15만 명 정도를 새로 포괄하는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는 부양의무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100만 명이 넘는 빈곤층이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빈곤사회연대도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세 모녀를 구하지 못하는 세 모녀 법’”이라며 “기초생활보장제도 후퇴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 모녀가 기초생활수급자가 될 수 없었던 추정소득, 조건부 수급 등에 대한 개선은 전혀 없다”며 “이번 법안은 빈곤문제의 실제 해결에는 관심 없고 치적 쌓기에만 열중하는 정치권의 단면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빠짐없이 찾아낼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 등의 협력을 강화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내년 7월부터 시행 될 ‘송파 세모녀법’이 복지 사각계층에 있는 사람들의 생활고를 해결해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
정규직 과보호 완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결?
지난달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정규직에 대해서는 과보호하고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덜 보호한다. 그러다보니 기업이 겁이 나서 정규직을 못 뽑고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상황”이라며 “정규직은 한번 뽑으면 60세까지 정년을 보장해야 한다. 기업이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규직의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같은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질 좋은 일자리 창출을 막고 우리 경제를 저성장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한 직장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사람의 인건비가 신입직원의 2.8배에 달하는데 이것은 OECD 평균의 두 배에 가깝다”며 “노사간 긴밀한 토론과 협의를 통해서 바람직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비정규직의 근로 조건을 보호하는 대신 정규직에 대한 보호 수준을 낮추는 내용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섰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해소하는 대신 정규직의 경직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엄연한 하향평준화”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는 노사정 위원회를 열고 의견조율에 들어갔다. 지난 23일에는 기본합의문이 채택됐다. 그러나 서로 입장차가 커 앞으로도 진통이 예상된다. 노동계 측은 합의 없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 발표될 경우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발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질 때까지 반드시 유보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동 관련 정책을 발표한다면 이번 합의를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고 더 이상 대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놓은 개선안은 ‘35세 이상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계약 기간을 현행 2년에서 4년으로 연장’, ‘비정규직 3개월 이상 근무 시 퇴직금 가능’, ‘비정규직 계약 갱신 횟수 2년에 3차례로 제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정규직 보호완화에 관한 내용으로는 ‘직무·성과급 중심 임금체계 개편’, ‘해고 요건 명확화’ 등이 담겨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비정규직을 늘릴 뿐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은 내년 3월까지 이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채택된 합의안은 국회로 제출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규직 과보호 완화’는 내년에도 노동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예정이다.
9월학기제 논의 시작
인구 감소 대응
정부가 발표한 ‘2015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내년부터 ‘9월 신학기제’ 도입이 논의된다. 9월 신학기제는 지난 1990년대 문민정부 때부터 검토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정부 관계자는 “학령기 인구가 감소하면 대학이 외국 학생을 유치해야 하는데 봄 학기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OECD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와 호주, 일본밖에 없다”며 검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현재 10만여 명 수준인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크게 늘어나 국제 인력 교류가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유학생이 늘어나면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침체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학령기 인구 감소에 적극 대응하고 국제 인력 교류 활성화를 위해 9월 신학기제 도입을 다시 고려하고 있다”며 “9월 신학기제가 도입되면 여름방학이 길어지고 그로 인한 학생들의 해외 교류 및 인턴 프로그램 등이 가능해져 실무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신학기제 도입은 내년부터 2016년까지 학부모, 전문가, 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한 뒤 도입 시기, 방법 등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의 뜻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지난 22일 “과거 추진했다 실패한 9월 학기제를 반면교사로 삼아 3월 학기제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교층은 “학기제 변경은 ‘대한민국의 시계’가 바뀌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3월 학기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 정책변경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월 학사일정을 겨울 방학으로 전환하고 겨울방학 기간 중 교원연수 활성화 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9월 학기제는 내년부터 도입이 논의되기 때문에 결정된 사안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논의만 된 뒤 도입이 무산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9월 학기제가 도입된다면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 시작될 9월 학기제 도입 논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