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락 경위 자살을 둘러싼 의문
- “일주일 전 송년회 약속, 그 동안 무슨 일이…”
- 동료경찰 “자존심 세기로 유명…한경위도 이해 안돼”
지난 12월13일 청와대 ‘정윤회 문건’관련 조사를 받던 최경락 경위(만 45)가 자신의 고향 근처인 경기도 이천시 근방에서 자살했다. 최 경위는 자신의 차 안에 번개탄을 피워놓고 손목에 자해까지 하면서 죽음에 이르렀다.
그의 무릎에는 A4용지 14장에 달하는 유서를 남겼다. 최 경위는 청와대 파견근무에서 올해초 해제된 박관천 경정이 가져온 청와대 문건을 무단 복사하고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자택 압수수색에 구속 영장을 청구당했지만 영장청구는 기각된 상황이었다.
그는 자살 직전까지 “자신은 유출과 무관하다”, “검찰에서 자신을 문건유출 혐의자로 몰아붙였다”고 하소연했다. 또한 8장짜리 공개된 유서에는 “힘없는 (경찰)조직임을 통감한다”, “세계일보 A기자, 조선일보 C기자 때문에 너무 힘들다”고 토로했다. 유족들은 공개된 유서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장례식 후 추가 폭로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최 경위는 1969년에 태어나 올해 만 45세로 학원 논술 강사를 하다 99년 서른살의 늦은 나이에 경찰에 입문했다. 대학생 시절 비운동권이던 그는 후배들에게 “운동만 하지말고 공부하라”고 말할 정도로 모범생으로 통했다. 아내는 전형적인 가정주부이고 중학교, 초등학교 자식을 둔 그는 자살하기전까지 은행 대출을 받아 1억5천만원짜리 전세에 살고 있었다.
최 경위를 잘 알고 있는 정보과 동료 직원은 “최 경위는 정보과 내에서도 평소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했다”면서 “자살 일주일 전에 전화가 와 ‘송년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독백처럼 “무슨 엄청난 게 있길래. 자식들과 부인을 두고 그 지경에 이르렀는지 모르겠다”고 슬퍼했다.
특히 그는 “경찰 조직이 자기 자리를 보전하는 데 급급해 검찰에 권력에 매번 당해도 (경찰 수뇌부)누구 하나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원망섞인 하소연도 했다.
또 다른 동료 경찰관은 “공무상 비밀 누설죄 받아서 길어야 3년 짧으면 2년 이내다. 그후에 진실을 밝히면 된다”면서 “5년만 더 참으면 공무원연금도 받을 수 있었는데 가족들은 어떻게 살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문건유출 혐의를 함께 받고 있는 한 경위는 서울경찰청 제1분실에 배치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직을 서면서 문건이 든 박스를 열어 복사했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통상 새로운 조직에 들어와 적응하기도 힘든 판에 민감한 자료가 있는 박스를 열어 복사했다는 것은 ‘윗선 지시’가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해석이다.
최 경위 자살과 한경위 비상식적인 행동 뒤에 무서운 진실이 숨겨져 있는 게 아니냐는 게 경찰 내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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