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추적 ‘국민가수’ 나훈아 또 잠적?
엇갈리는 ‘은둔과 침묵’나훈아 지금 뭐하나?
2008-11-25 윤지환 기자
국민가수 나훈아(61)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언론매체가 지난 15일 나훈아의 복귀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체 훼손설' '여배우와의 염문설' 등 각종 악성 루머에 시달렸던 나훈아의 복귀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 뿐 아니라 연예계 관계자들도 깜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 매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내년 4월을 시작으로 전국 투어에 나서는 나훈아가 극비리에 이 투어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매체는 나훈아 공연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나훈아의 복귀가 확정적임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후 다른 매체들이 추가로 보도한 내용을 보면 이내 실망하게 된다. 나훈아의 전국투어를 통한 복귀가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도대체 누구의 말이 사실인 것일까.
나훈아의 복귀를 보도한 기사 내용을 살펴보면, 나훈아 공연팀의 한 관계자는 “나훈아가 내년 봄부터 공연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늘 함께 움직이는 공연팀과 내년 전국 투어 무대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과 다름없이 나훈아가 직접 공연의 총지휘를 맡고 있으며, 다른 기획사에 공연 제작 대행을 맡기지 않은 채 직접 기획을 맡아 복귀 무대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도 했다.
이 같은 기사가 보도되자 다른 매체들도 앞 다퉈 나훈아의 복귀를 예고하는 기사를 쏟아냈다. 이에 나훈아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의 복귀는 아직 계획된바 없다는 게 나훈아 측의 입장이다.
나훈아 복귀, 진실 혹은 거짓
나훈아의 한 측근은 모 일간지에 “내년 4월 전국 투어 콘서트를 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아직도 사람들이 쉽게 루머를 만드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측근들은 최근 다시 소문이 고개를 들자 이러다 나훈아의 복귀가 영영 이뤄지지 않는 것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공연을 통한 복귀 소문이 나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에도 나훈아가 콘서트를 통해 팬들 앞에 설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나훈아는 지난 1월 자신을 둘러싼 루머를 해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이젠 가슴 속에 꿈이 없다. 이런 마음으로는 더 이상 활동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후 활동 재개 움직임이 포착돼 여러 추측을 낳았다.
기자회견이 있은 지 두 달 후인 지난 3월, 2000년부터 나훈아 공연을 담당했던 콘서트 랜드는 “지난 해 나훈아씨가 ‘2008년에 공연할 예정이니 준비를 하라’고 했다”며 “현재 나훈아측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 전 스태프들이 대기 중인 상태”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콘서트 랜드의 한 관계자가 전한 바에 따르면 나훈아는 지난 해 콘서트 준비를 부탁하면서 공연장의 좌석 배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나훈아의 복귀 움직임은 곳곳에서 포착됐다. 나훈아의 소속사인 아라기획은 그가 잠적한 이후 모든 업무를 중단하고 사무실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나훈아는 아라기획의 계열사로 알려진 예솔기획을 통해 활동을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예솔기획은 아라기획의 업무를 이어 받아 나훈아의 공연 기획을 주로 담당했고, 현재는 4명의 직원이 상주하며 나훈아의 음반 판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사 건물은 나훈아 명의로 돼있으며 회사 대표도 나훈아의 동생인 최모 씨가 맡고 있다. 이름만 바뀌었을 뿐 사실상 아라기획이나 다를 바 없다.
이때 복귀설이 불거지자 예솔기획 측은 나훈아 복귀설 일체를 부인했다. 공연을 기획한 적도 없으며 현재까지도 공연 계획은 전무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과 거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나훈아의 복귀설이 나훈아의 사업파트너로부터 나오고 ‘복귀설 사실무근’이란 말도 나훈아의 사업파트너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 입장에선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주인 없는 공연 준비
최근 나훈아의 복귀설이 다시 불거지자 측근들은 이를 부정하고 있다. 아라기획의 업무를 총괄했던 윤중민 대표는 나훈아가 내년 4월에 콘서트 할 계획이라는 보도를 접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작 본인인 나훈아는 아무 계획도 없는데 왜 엉뚱한 곳에서 이런 소문이 나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나훈아 측근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복귀설이 나훈아 공연을 담당했던 회사에서 나온 것이고, 지난 3월에 나온 복귀 소문도 이와 다르지 않아 우연이라고만 보기엔 힘들다는 것이다. 또 공연 기획사 측의 변명도 궁색한 면이 없지 않다. 나훈아 복귀 관련 기사는 공연 기획사가 나훈아의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와 관련, 공연 기획사의 한 관계자는 “나훈아의 공연 준비는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1년 전부터 무대를 구성해야 한다”며 “지금 우리(공연 기획사) 가 준비하고 있는 내년 공연은 나훈아 본인과 상관없이 우리 자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일 뿐”이라고 말했다.
나훈아의 지시가 없었음도 오랫동안 공연 준비를 같이해 왔기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미리 준비해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 관계자의 말대로라면 나훈아는 연락조차 되지 않는데, 단지 공연 기획 파트너라는 이유만으로 준비를 한 것이다.
공연 준비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고 사전 기획도 매우 까다롭다. 때문에 나훈아의 지시나 의사도 없이 독단적으로 공연을 준비한다는 기획사 관계자의 말은 그대로 믿기 힘들다.
나훈아 침묵, 제 2의 잠적?
그렇다면 나훈아는 현재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를 확인해 보기 나훈아 측과 접촉을 시도해 봤다. 하지만 “나훈아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한남동에 위치한 나훈아의 거처는 이미 사람의 출입이 끊어진지 오래였다. 이곳의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엔 나훈아가 가끔 들렀으나 기자회견 이후로는 아무도 찾지 않고 있다. 집을 다른 사람에게 팔았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다”고만 말했다. 집 앞에서 나훈아를 기다려 봤으나 보안 관계자의 말대로 수일이 지나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태원에 위치한 아라기획사 건물에서도 나훈아의 존재를 확인하기는 힘들었다. 아라기획이 있던 사무실은 이미 주인이 바뀌어 있었다. 이 사무실을 쓰고 있는 한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회견 직후 아라기획은 다른 곳으로 옮겨가 버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물 주변 이웃들의 증언은 또 달랐다. 이웃에 사는 한 주민은 “아라기획은 건물 중 일부를 임대를 줬을 뿐이며 현재 아래층을 사무실로 쓰기 위해 공사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이 주민은 “지금 공사가 거의 끝나서 조만간 아라기획이 새로 만들어진 사무실을 쓰는 것으로 안다”며 “예전 아라기획이 있던 2층을 지금 누가 쓰는 진 잘 모르겠지만 공사는 건물주인 나훈아가 하는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주민은 “예전엔 가끔씩 이곳에서 나훈아를 봤다. 다른 연예인들도 이곳을 가끔 찾곤 했다. 하지만 기자회견 이후로 나훈아가 이곳을 찾는 걸 한 번도 못봤다”며 “아라기획도 그 직후 없어진 걸로 안다. 지금 공사는 주차장을 만드는 공사라고 들었다. 기자들이 하도 귀찮게 해서 나훈아는 이제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훈아는 지난 1월 기자회견을 가진 뒤 아직 이렇다 할 소식 없이 외부와의 연락을 끊은 상태다. 나훈아는 2007년 3월 공연 기획사가 그의 공연을 위해 서울 세종문화회관을 대관했다 취소한 후 서울 남산에 위치했던 소속사 사무실마저 문을 닫으면서 악성루머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서 나훈아는 "만신창이로 내 마음이 다 찢겨졌다. 이제는 꿈도 없다. 가슴에 꿈이 없으면 아무 것도 못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이를 두고 나훈아가 은퇴를 암시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꾸준한 신곡발표와 더불어 매년 송년 콘서트를 열어 가요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나훈아. 그런 그가 올해가 다 가도록 아무런 소식이 없어 팬들은 또 다시 잠적설 등과 같은 악성 루머가 불거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고 있다. 나훈아가 지난날의 먼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화려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