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MC 강병규 ‘피박에 광박!’
필리핀서 직접 ‘하우스’ 운영했나?
2008-11-19 이수영 기자
당초 ‘공중파 인기 프로그램 MC K씨’로 알려졌던 사건 당사자가 강병규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은 관련 기사가 나간 지 불과 하루만의 일이다. 일각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연예인 호화 응원단 해명 기자회견에서 언론사를 차별해 물의를 빚은 강병규에게 복수하기 위해 취재 기자들이 작정하고 그의 실명을 파헤쳤다는 루머도 돌고 있다. 이에 대해 강씨의 매니저 김모씨는 “억울한 누명이다. (강병규는)문제가 된 ‘바카라’는커녕 고스톱조차 못친다”며 수십억대 도박 운운하는 검찰의 주장은 거짓이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르는 강병규와 검찰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또 ‘연예인으로서 생명이 끊겼다’는 선고까지 나돌고 있는 강병규의 ‘마지막 카드’는 누구를 향해, 언제쯤 등장할까. 사건의 전모를 들여다봤다.
강병규와 관련된 의혹 가운데 핵심적인 사안은 두 가지다. 강씨가 단순히 해외 원정 도박사이트에 거액을 배팅한 고객이었는가 하는 점과 또 다른 연예인들을 문제의 도박장에 끌어들였는지 여부다.
검찰에 따르면 강씨는 필리핀에 본부를 둔 인터넷 도박장에 16억원을 배팅해 4억원을 날리는 등 상습적으로 불법도박을 일삼은 혐의를 받고 있다.
4억원 단순 배팅이었나
서울중앙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주선)는 지난 11일 강씨를 포함한 1천억원대 도박 혐의자 130명을 적발해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에 대해서 며칠 안으로 소환 영장을 발부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병규가 문제의 도박장에서 날린 돈은 모두 4억원. 그가 이 같은 거액을 날리는 데는 불과 수개월도 채 걸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적어도 6개월 이내에 강씨가 자신의 계좌에서 모두 16억원 상당의 거액을 문제의 도박장에 입금했고 ‘바카라’라는 도박을 통해 이 중 4억원을 날렸다”고 밝혔다.
검찰과 언론에 의해서 확인된 강씨의 혐의는 이렇다.
도박업자 A씨는 필리핀에 도박장을 차려 놓고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해 1년6개월 만에 국내 참가자들로부터 10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에 대한 첩보를 입수한 검찰은 A씨의 계좌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강씨의 송금 내역을 확인했다. 검찰의 추적 결과, 강씨는 A씨 등 일당들에게 약 16억원을 송금했고 이후 12억원을 돌려받았다.
문제는 강씨와 A씨 일당과의 연관성이다. 업계 일각에서 강씨가 이들 도박업자들과 함께 필리핀 현지에 ‘하우스’를 개설한 장본인이라는 루머가 돌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본 바 없다”며 이를 부인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강씨가 인터넷을 통해 상습적으로 도박을 했다는 정황 증거는 많이 확보해 둔 상태”라며 “며칠 내 출석을 요구해 본격적으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씨와 관련된 루머에는 강씨가 동료 연예인들을 자신이 관련된 해외 도박장에 끌어들였으며 적잖은 스타들이 이번 사건의 후폭풍을 맞을 것이란 이야기도 포함돼 있다. 강씨 본인이 사건과 연관된 사실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소문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씨 측은 이 같은 루머와 검찰의 수사계획에 전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씨의 매니저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병규는 억울한 누명의 희생자’라고 보호하고 나섰다. 그는 인터뷰에서 “혐의에 대한 모든 것은 사실무근이다. 강병규는 고스톱도 못 치는 도박 문외한이다”며 펄쩍 뛴 것으로 알려졌다.
도박리스트에 연예인 또 있나
일부에서는 자칫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강병규가 무리한 발뺌을 할리 없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베이징 올림픽 혈세 낭비 파문으로 신임을 잃은 강씨에 대한 여론은 이미 악화될 만큼 악화된 상태다.
강씨는 자신이 5년 동안 진행을 맡았던 KBS 건강 정보 프로그램 ‘비타민’ MC와 간판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스쿨림픽’ 출연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그를 둘러싼 비난 여론은 끝이 없다. 무엇보다 그가 MC직을 내놓은 시기와 검찰 수사 발표시기가 엇비슷하게 겹치면서 방송사가 여론에 ‘물 타기’를 하기 위해 강씨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하차 시켰다는 시청자들의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연예인이 관련된 도박 파문은 시기별로 한 건씩 터지는 검찰의 단골 수사메뉴다. 10여 년 전인 1997년 개그맨 황기순이 필리핀 원정도박과 외화 밀반출 혐의로 수배자 신세가 된 것을 비롯해 2001년 개그맨 장고웅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상습적으로 도박판을 벌여 징역 3년과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2001년에는 연예인 출신 사업가 주병진이 필리핀과 사이판 등에서 8차례에 걸쳐 약 14억원 규모의 도박을 한 혐의로 벌금형을 구형받았고 가장 최근인 2005년에는 인기 MC겸 가수인 신정환이 톱 배우 K씨 등과 함께 불법 도박을 하다 적발 돼 구설수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