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 사건 발생

되살아난 장기매매 공포 2년 전 루머 확산

2014-12-15     이지혜 기자

 용의자 조선족 A씨 검거… 월세방서 혈흔 발견
 ‘오원춘 사건’ 지역과 불과 1km 떨어져 ‘공통점은?’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경기 수원시 팔달산에서 토막난 시신의 일부가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발생 1주일 만에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조선족 A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용의자 검거에도 불구하고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토막난 시신에서 장기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2년 전 20대 여성이 잔인하게 살해 된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장소와 멀지 않은 곳에서 발생됐다는 점에서 시민들의 공포감은 더욱 커졌다. 오원춘 사건 당시 떠돌았던 장기매매·인육캡슐 소문도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4일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에서 검은색 비닐봉지 안에 담긴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은 머리와 팔, 다리가 없는 상반신이었으며 몸 속 장기도 사라진 상태였다. 또 경찰이 육안으로 성별을 확인할 수 없을만큼 훼손돼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는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사춘기 지난 여성
동거녀 김모씨로 밝혀져

사건 발생사실이 알려지자 인근 주민들은 불안에 떨며 하루 빨리 범인을 잡아달라며성토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는 지지부진했다. 계속된 수색에도 불구하고 단서를 찾지 못했다. 그러다 사건 발생 일주일 뒤 경찰은 팔달산 산책로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수원천 제방에서 피해자의 살점이 들어있는 검은색 비닐봉지가 추가로 발견했다.

나뭇가지 사이에 숨겨 있던 비닐봉지는 100여m 거리에 4개가 흩어진 상태로 발견됐으며 안에는 살점과 여성용 속옷도 담겨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과수 검사 결과 추가로 발견된 살점은 처음 발견된 시신과 동일인물로 밝혀졌다. 그리고 이날 오후 11시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조선족 A씨를 긴급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한 시민이 “지난 달 하순께 월세방을 가계약한 A씨가 보름 정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고 112신고를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의 월세방에서 시신 유기에 쓰인 것과 같은 검은색 비닐봉지와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혈흔을 발견했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자주 찾는다는 모텔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잠복하다 여성과 투숙하러 들어온 A씨 검거에 성공했다. 경찰은 토막살인 피해자를 A씨와 동거하던 조선족 김모(40·여)씨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경찰에서 A씨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A씨는 박씨, 정씨 등 여러 가명을 사용하고 다닌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정확한 범행동기와 사체유기 장소 등은 A씨가 입을 열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잡아서 기절시킨 후 작업”
괴담에 경찰 수사 착수

장기 없는 토막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장기매매에 관련된 괴담이 떠돌았다. 2년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한 곳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1km이내의 지역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됐기 때문이다. 2012년 4월 오원춘은 지나가던 20대 여성을 납치해 잔인하게 살해했다. 오원춘은 피해자의 살점을 무려 280조각으로 훼손했으며 장기까지 적출했다. 그래서 이 사건이 알려졌을 때 인육·장기 매매와 관련된 루머가 확산된 바 있다. 당시 법정에서도 인육목적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합리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고 그렇게 장기매매를 둘러싼 루머는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가까운 곳에서 또 다시 장기가 없는 토막 난 시신이 발견되자 2년 전 루머는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SNS에서는 “요즘 납치가 상당히 빈번합니다. 얼마 전 수원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났죠? 그것도 장기매매의 일종입니다. 잡아서 기절시킨 후 바로 작업해 몸 안에 필요한 모든 것을 아이스박스에 넣고 공급합니다”라는 글이 유포됐다. 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한국 젊은 남녀의 장기가 동남아로 팔려 나간다’ ‘사람 1명 몸 속에서 1억 원에 가까운 장기가 나온다’ 등과 관련된 루머도 확산됐다. 웹 사이트에서는 조선족들이 인육캡슐을 만들어 판매한다는 소문도 퍼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중국을 통해 국내로 인육캡슐이 밀반입되고 있다. 2011년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인육캡슐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건수는 117건이며, 물량은 6만6179정에 달한다. 인육캡슐은 보통 유산되거나 사산된 태아, 태반 등을 건조한 뒤 갈아서 만든다. 말기 암, 만성신부전증, 중증 당뇨, 피부미용, 기타 난치병에 효과가 있다는 미신 때문에 인육캡슐을 찾는 사람이 많다. 인육캡슐은 1kg에 25만 원, 30~50정에 6만~9만 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실제로 인육이 거래되다 보니 이번 사건처럼 훼손이 많이 된 토막 살인의 경우 ‘인육 용도로 살인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장기매매 의혹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장기매매가 이뤄지기 때문에 장기 없는 시신이 발견되면 관련 소문이 유포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신에서 장기 적출을 위한 흉골(가슴뼈) 절개 흔적이 없었다는 국과수의 소견이 있었다”며 “장기매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인육캡슐 의혹에 대해서도 “국내에서 인육캡슐을 제조해 유통시킨 사례가 없었다. 괴담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유포되는 괴담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글들이 유포될 경우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고 시신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 등의 피해를 줄 수 있는 만큼 유포행위에 대한 법 적용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매매 의혹에 대해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 역시 “발견된 시신에 장기 적출 수술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또 장기 매매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장기가 간, 심장, 콩팥, 안구 등인데 시신에서 콩팥이 발견됐다. 반대로 전혀 이식 대상이 아닌 위나 대장 같은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장기 밀매 목적이라고 전혀 볼 수 없는 이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