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안된 시술·무분별 의학 정보… 정말 의사 맞나?
방송 출연 ‘쇼닥터’의 실체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지상파 방송, 케이블 외에 종편 등장과 함께 방송에 건강·의학 프로그램이 증가하면서 TV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방송 초기만 해도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어려운 의학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해 줘 방송 프로그램이나 출연하는 의사들이 시청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프로그램이 지속될수록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이른바 ‘쇼닥터’로 불리는 의사들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거나 지나치게 상업적인 의도를 갖고 방송에 출연하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한의사협회에서도 쇼닥터들을 제재하기 위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의사 신분으로 홈쇼핑 출연해 건강기능식품 판매까지
유산균 먹고 류머티즘 나았다? 찬조금 내는 의사도
‘쇼닥터’란 의사 신분으로 방송매체에 출연해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시술을 홍보하거나 건강기능식품 등을 추천하는 등 간접, 과장, 허위 광고를 일삼는 의사를 말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과 종편 등에서 방송되는 건강의학프로그램으로는 ‘생로병사의 비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비타민’(이하 KBS), ‘명의’(EBS), ‘건강토크쇼 맘스 닥터’ ‘체인지 라이프 닥터&스타’(이하 OBS), ‘헬스 플러스 라이프’(YTN), ‘엄지의 제왕’ ‘황금알’(이하 MBN), ‘닥터의 승부’(JTBC), ‘닥터 지바고’(채널A), ‘내 몸 사용설명서’(TV조선) 등 12개 프로그램이 넘는다.
물구나무서기 하면
발모 효과?
일반 예능프로그램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많은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다. 그만큼 시청자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 프로그램을 통해 잘못된 의학정보들이 무분별하게 전파되고 있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사들이 나서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다보니 폐해도 심각하다.
쇼닥터들에 의해 알려진 잘못된 정보들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종편에 출연한 의사 A씨는 탈모에 관해 설명하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게 되면 발모에 효과가 있다” “반신욕을 하면 모발색이 검게 된다” “탈모는 유전이 아니다, 탈모는 나이들수록 고치기 쉽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의사 B씨도 지난 여름 한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 어성초, 자소엽, 녹차잎을 달여 마시면 탈모 치료 효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문제는 이러한 방법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반 시청자들은 의사의 말을 믿고 직접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B씨의 방송이 끝나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 방법을 따라하거나 따라하겠다는 글이 포털사이트에 대거 올라왔다.
의사 C씨 역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유산균의 효과, 효능에 대해 언급하면서 “유산균 먹고 불임 여성 임신 성공했다” “10년간 복용하던 혈관약 끊었다” “1주일 만에 류머티즘 약 끊었다”고 발언했다. C씨의 발언 또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밖에 의사 D씨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른새우와 카레 주성분인 울금, 생강이 합쳐진 밥을 자주 먹으면 몸 안에 생긴 염증을 없애주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따뜻한 물에 울금가루를 1~3g 정도 섞어 복용하면 염증과 관절 질환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말들이지만 시청자들은 이들이 의사이기 때문에 믿고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
돈 벌려고
과장된 말 서슴지 않아
쇼닥터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의사들은 대부분 자신들이 말한 처방을 바탕으로 하는 건강식품을 판매한다. 단순한 의학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 것이다.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시술법, 건강상식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건강식품을 자신들의 명성을 이용해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실제 A씨는 방송 출연 후 발모차, 발모팩 등 탈모 관련 제품을 C씨는 유산균 관련 제품을 D씨는 건강기능식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고 있다. 이쯤되면 의사인지 쇼호스트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다.
최근 가수 신해철씨 의료사고와 연관된 의사 강모씨도 종편 프로그램에 자주 출연해 비만 수술 부작용이 전혀 없다고 설명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홍보하고 다녔다.
방송에 출연하는 의사들이 제품 및 건강식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본전을 찾기 위해서다. 일부 종편에 출연하기 위해서는 의사들이 방송사에 출연대가로 찬조금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찬조금도 천차만별이다. 백 만 원대부터 천만 원을 넘기도 한다.
투자한 만큼 이익을 남겨야 하니 각종 제품 판매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고 이 제품들을 많이 팔기 위해서는 과장된 말들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의협, 쇼닥터 2~3명
조사 진행 중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의사 사회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에서 쇼닥터들을 제재하기 위해 나선 것도 내부 의사들이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의협에 따르면 “관련 의사회 및 학회로부터 쇼닥터로 활동하고 있는 의사회원에 대해 제재해 달라는 민원이 들어오고 있다”며, “잘못된 건강정보를 국민들에게 안내하는 의사들의 행태에 대한 의료계 차원의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의협은 “문제 쇼닥터로 활동하는 의사회원에 대해서는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실관계 확인을 통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신청하고 결과에 따라 의협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의협은 지난 5일 ‘쇼닥터 대응 TFT’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로 했다.
의협에 따르면 가이드라인에는 ‘출연료를 지급하고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않는다’ ‘홈쇼핑 채널에는 출연하지 않는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앞으로 의사의 방송매체 출연에 대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며, “현재 쇼닥터로 활동하는 2~3명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며, 조사가 마무리 되는 대로 대책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이라고 강조했다.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