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유출’ 조사받던 최 경위 스스로 목숨 끊어…

2014-12-15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35)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최 경위는 지난 13일 오후 230분께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에 세워놓은 자신의 흰색 SUV차량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다 탄 번개탄과 화덕, 문구용 칼, 빈 소주병 1개가 발견됐으며, 최 경위의 무릎에는 A4용지 보다 약간 작은 노트 14장 분량의 유서가 놓여 있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최 경위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밝혀졌다.
 
또 경찰 조사 결과 최 경위의 차량 내 블랙박스의 기록과 주변 CCTV 분석 결과 별다른 타살 의심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유족 측은 지난 14일 최 경위의 유서를 공개했다.
 
최 경위의 유족은 이날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 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동생이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이를 세상에 알리고자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최 경위의 유서 14장 중 가족과 관련된 내용을 뺀 8장을 복사해 공개했다.
 
한편 최 경위는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지난 9일 검찰에 체포돼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해 12일 풀려났다.

 

다음은 최 경위의 유족이 일부 공개한 유서 내용.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내주신 것도 감사드립니다.

경찰 경험하며 16년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리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면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환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은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조○○과 조선일보 김○○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조○○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김○○ 기자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한○○(경위)이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여오게 된 것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나 경멸을 참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조○○ 기자도 많이 힘들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에게

너무 힘들어 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아.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거라.

그리고 부탁하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아, 나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아.

언론인 들어라.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