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북한산 마약 급속 확산 중
“인터넷 통해 주문자에 직접 배달”
2008-10-16 윤지환 기자
북한산 마약이 사회전체로 급속히 퍼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산 마약은 중국, 일본을 비롯해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에서 밀거래 됐지만 이젠 국내에서도 북한산 마약을 판매하는 밀수업자들이 적지 않다. 북한에서 주로 수입되는 마약은 필로폰이다. 북한 필로폰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대량으로 생산, 유통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제 마약 밀거래가격이 떨어질 정도다. 단속당국은 북한 밀매조직이 2년여 전쯤부터 마약을 대량생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의 경제난 심화가 마약사업의 활성화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단속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마약 사업을 북한 고위층이 은밀하게 부추기거나 지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권력유지에 필요한 각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다. 북한의 은밀한 마약사업은 우리나라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량 생산된 북한 마약은 조선족, 한국 사업가, 밀수꾼, 중국 노동자들의 보따리에 파묻혀 국내로 반입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외사과는 지난 5월 22일 조선족-북한동포 부부를 적발했다. 이들은 중국과 북한을 통해 북한산 마약을 밀수하다 덜미를 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는 마약중 상당수가 북한산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유통량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가격이 더 내려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가격이 저렴해지면 확산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마약에 손대는 중·고생들도 생겨날 수도 있다.
그러나 단속당국은 북한산 마약의 국내 유통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우려할만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안일한 태도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가격 저렴 주택가 파고들어
북한 필로폰의 판매 경로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판매가 가장 많다. 인터넷 판매는 꼬리를 잡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잘 이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끔 중국에서 소량으로 가져온 보따리상이 판매방법을 몰라 인터넷에 올리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문적인 밀수꾼이 아니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서울경찰청 외사과의 한 관계자는 “북한산 마약이 국내로 다량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필로폰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외에 다른 형태의 마약도 있다”며 “주로 중국을 통해 밀반입되고 있으며 북한-중국-한국-일본의 경로를 따라 유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북한 필로폰을 판다는 이들과 접촉한 적 있다는 한 제보자는 마약 구입이 생각보다 훨씬 쉽고 저렴했다고 전했다.
이 제보자에 따르면 북한 필로폰 판매상들은 성인사이트 등을 통하거나 음란성 성인 동호회에 마약을 판매한다는 것이다. 성인사이트를 돌아다니다 보면 게시판 등에 ‘북한산 얼음 팝니다’라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마약을 판다는 뜻이라고 제보자는 설명했다.
‘얼음’은 북한에서 마약을 뜻하는 은어로 중국에서는 ‘빙두’라고 불린다.
이 제보자는 “호기심에 마약을 판다는 이들에게 연락해본 적이 있다. 이들은 생각보다 그리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파는 것 같진 않았다”며 “전화를 걸자 판매자는 연락처를 알려주면 다시 걸겠다고 말한 뒤 장소를 알려주면 직접 만나 마약을 전해주겠다고 했다. 나름대로 마약 판매 경험이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렇게 팔려나간 북한산 필로폰은 대학가에도 퍼져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가 주변 클럽 등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여러 환각제에 비해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을 뿐 아니라 환각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북한은 필로폰 거래가 활성화 돼 국제화된 마약밀매 조직까지 생겨났다.
그러나 이런 조직들은 고도로 조직화되고 권력층들이 뒷받침 해주고 있어 북한 당국도 손 놓고 방관하다시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마약 복용자들이 많은 지역은 국경지역이다. 국경지역은 마약밀매의 주요 거점으로, 이곳을 중심으로 마약 사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엔 아편 중독자들이 많다. 아편은 그 어느 것보다 유용한 대체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일반 주민들은 약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병치료를 위해 아편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자연 중독자들이 늘 수밖에 없다.
아편은 고혈압, 뇌출혈(뇌졸증), 감기, 설사, 당뇨병 등에 즉효를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미 마약천국
북한소식에 정통한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마약조직은 중국의 마약 밀매조직과 연결돼 있다.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판매되는 마약 중 상당양이 북한산 마약이다.
중국 밀매조직은 마약 생산단가가 낮은 북한을 마약 생산의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북한 마약공장을 기초로 형성된 중국조직의 마약판매 유통망은 이미 세계에 퍼져있다.
이 소식통은 “마약 조직은 마약을 사용하는 간부들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어 검열 같은 것이 있으면 먼저 정보를 입수하기 때문에 이들을 뿌리 뽑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북한에선 마약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모두 북한 고위층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필리핀도 북한 마약 때문에 골치다. 필리핀 마약단속국장 디니시오 산티아고는 북한이 아시아일대에 계속 마약밀매를 하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에서 거래되는 필로폰의 경우 kg당 500페소였으나 북한산 필로폰이 대량 밀수되어 현재 300페소까지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성인들 뿐 아니라 학생들까지 마약중독자가 돼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