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파문③] <그것이 알고 싶다!> 문건을 둘러싼 미스터리 ‘셋’

김기춘-조응천-박지만은 전말 알고 있다

2014-12-08     박형남 기자

 “의도적 유출”…하나같이 “나는 아니다”
  물고 물리는 의혹…‘정윤회 자폭설’까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 유출 사건을 둘러싼 의문들이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다. 문건 내용이 사실인지, 어떻게 유출됐는지, 의도적인지 등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더구나 비선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간의 진실게임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의혹만 더 커질 뿐 명쾌한 ‘답’이 나온 것도 없다. 그저 의문에 추측을 더할 뿐이다. 더구나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아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이 틈새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각종 ‘설’들이 새어나오는 등 그야말로 혼란스럽다. 청와대 문건 유출 파문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하나하나 짚어봤다.

‘靑 비서실장 교체설 등 관련 VIP측근(정윤회) 동향’ 문건이 공개된 것은 지난달 28일. 세계일보를 통해서 보도가 됐다. 세계일보는 문건 내용을 토대로 “정윤회 씨는 이들(문고리 3인방 등 비롯한 십상시)과 매달 두 차례 정도 서울 강남권 중식당과 일식집 등에서 만나 청와대 내부 동향과 현 정부 동향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또 “(김 실장은 7인회 멤버 중 한 명인) 최병렬이 VIP(박근혜 대통령)께 추천해 비서실장이 됐는데 ‘검찰 다잡기’만 끝나면 그만두게 할 예정”이라며 “7인회 원로인 김용환도 최근 김기춘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사퇴 시점은 2014년 초·중순으로 잡고 있다며 참석자들에게 정보지 관계자들을 만나 사퇴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정보를 유포할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즉각 해명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해당 매체의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보도에 나오는 내용은 근거 없는 풍설을 모은 이른바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그러나 이 문건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증폭되고 있다. 의도적인지, 윗선은 없는지, 왜 이시기에 터트렸는지 등의 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단순한 사고인가?
의도적 유출인가?

우선 의도적 유출인지, 단순한 사고로 인한 유출인지가 의문이다. 청와대 문건이 유출됐다는 사실을 직감했을 때 정치권 인사들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고 말한다.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은 USB 또는 메일 등으로 옮길 수 없다. 누군가가 USB에 문건을 복사한다 하더라도 다른 컴퓨터에서 이 문건이 뜨지 않는 걸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한 사고로 인해 유출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흘렸다는 얘기인 셈이다.

청와대와 정윤회 씨는 ‘박관천 경정’을 지목하고 있다. 정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며 “한두 번도 아니고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이런다면 나도 이제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도 박관천 경정의 범행이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외형상으로는 검찰에 수사에 맡기겠다는 입장이다.

조응천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입장은 다르다. 자신들이 외부로 유출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박 경정은 언론을 통해 “문건을 유출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조 전 비서관도 “박 경정이 아닌 제3자가 범인으로 지목된 보고서가 지난 5~6월 민정수석실에 올라갔다”며 “문건을 빨리 조사해 조치를 취하라고 건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 보고서 유출 책임을 뒤집어씌우지 말라’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정수석실은 박 경정을 범인이라고 대통령에게 이미 보고된 것을 나중에 뒤집기가 힘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박관천’을 지목하고 있지만 당사자들은 ‘제3자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은 ‘보이지 않은 손’이 개입했을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둘러싸고 갖가지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일부에서는 친박계 핵심 A,B 인사가 문건을 흘렸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낭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정윤회 자폭설’까지 나돌고 있다.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박 대통령이 박지만 EG회장을 밀어냈고, 정 씨도 밀어내려고 했다. 한마디로 비선조직을 정리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최근 박 대통령의 발언을 봐도 알 수 있다”며 “비선조직을 정리하려 하자, 정 씨가 자폭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3인방은 정 씨 사람이 아니라 이제는 박 대통령의 사람”이라고도 덧붙였다.  

왜 지금 시기에
유출이 됐나?

그렇다면 왜 지금 시기에 유출이 됐을까. 지난 1월 유출된 문건이 10개월이 지나 보도됐다. 청와대는 여러 경로로 떠돌면서 여러 버전으로 만들어졌고, 세계일보가 문건을 입수 보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시기에 공개된 것은 정 씨와 문고리 3인방, 박 대통령 핵심 측근을 겨냥한 셈이다. 더 나아가 정윤회-박지만 궁중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이를 두고 과거 권력다툼을 벌였던 그들이 또 다른 문제로 인해 이 문건이 지금 시기에 유출시켰다는 게 야권 한 인사의 전언이다.

야당 한 인사는 “윤전추 행정관을 임명했을 당시 정 씨가 개입했다는 말이 나왔다. 이 과정에서 서로간의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더구나 조 전 비서관이 사표를 냈을 때도 정 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박 회장이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권력에서 밀려난 박 회장이 반격한 것이 아닌가”라고 귀띔했다.

이어 “또 다른 문제로 서로 싸움이 벌어져,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망했다.

누구 지시로
문건 작성했나?

박 경정이 누구 지시로 문건을 작성했는지도 의문이다. 박 경정은 지난해 10월부터 청와대 핵심 비서관 3인방을 비롯해 이른바 십상시로 불리는 인사가 정기적 모임을 갖는다고 보고했다. 게다가 청와대 내부 동향을 보고 받는 등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박 경정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윗선인 조 전 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조 전 비서관은 “김기춘 비서실장이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사표를 낸다는 얘기가 시중에 돌고 보도도 나와 우리 방에 알아보라고 지시했다”며 “박 경정이 비교적 명확한 얘기를 보고했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조 전 비서관이 독단적으로 이를 지시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윗선 개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조 전 비서관 윗선으로는 홍경식 전 민정수석,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이에 대해 조 전 비서관은 “비서실장이나 홍 전 수석이 시킨 것인지는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 씨는 “어떻게 이렇게 유치한 짓을 최고의 기관인 민정수석실에서 할 수 있느냐”며 최종 윗선이 따로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박지만 EG 회장이 조 전 비서관에 부탁해 자신을 조사했다는 얘기다. 실제 조 전 비서관은 1993년 박 회장 마약사건을 담당했던 검사다. 때문에 이들의 관계가 두텁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도 박 회장을 조심스럽게 지목하는 분위기다. 야당 한 인사는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보고됐으나 묵살됐다. 홍 전 수석은 김 실장과 마산고 선후배 관계라는 점에도 관계가 두텁다. 더구나 조 전 비서관과 박 회장의 인연을 봤을 때 박 회장의 힘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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