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원장의 한의학 이야기] 연말 잦은 음주, 피부건강까지 망쳐~
2014-12-08 조아라 기자
대한민국 성인에게 연말은 술과의 전쟁이다. 직장 회식은 물론 각종 송년모임으로 인해 음주량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연말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술 약속이 잡히는 경우까지 있다.
이러한 잦은 음주습관이 건강을 해친다는 점을 두 번 강조할 필요는 없다. 과음이 간손상, 신경학적 기능장애, 심혈관 질환, 알코올성 치매 등 다양한 문제와 연관돼 있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음이 피부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간과되곤 한다.
실제로 알코올은 체내분해 과정에서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을 생성한다. 이 독성물질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피부트러블에도 영향을 준다. 또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이뇨작용이 촉진돼 체수분도 함께 배출되면서 피부보습력을 떨어트리게 된다. 그 결과 건조하고 푸석푸석한 피부상태가 이어진다. 음주 후 여드름, 뾰루지, 피부 건조증 등이 잘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음주로 인한 건강문제는 한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피부도 마찬가지다. 과거 조상들은 술을 단순한 음식으로 보지 않고 그 효능과 성질을 밝혀 후대에 경계토록 했다. 조선 후기의 의서 방약합편에서도 술은 혈맥을 통하게 하고 위로 올라가는 성질이 있지만 과하면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언급했다. 동의보감 역시 술은 열독이 많아 장복하면 오장장부에 독을 쌓이게 하고 진액을 마르게 만든다고 경고하고 있다.
술의 열독이 체내에 점차 누적되면서 간뿐만 아니라 비위, 폐, 신장 등 다른 장기마저 훼손된다고 본 것이다. 기혈순환에도 장애를 초래해 결국 인체를 병들게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술로 생긴 병이라 해 ‘주상증(酒傷症)’이라고 불렀으며 치료의 대상으로까지 봤다.
이러한 상태에서 피부 역시 건강과 아름다움을 유지하긴 힘들다. 우리 몸에 문제가 생기면 피부 역시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변비가 있는 이들이 얼굴빛이 어둡고 각종 피부트러블에 시달리는 이치다. 음주로 인한 내과적 이상을 바로 잡아 장부와 생리작용, 대사 작용 등 생체기능전반을 정상회복한 후 비로소 피부문제도 해결이 가능하다.
음주로 인한 체내열독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다. 체내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고 부족해진 체수분을 보충해야 대사 작용도 원활하게 작용한다. 이후 되도록 죽, 해조류, 과일, 유동식 등 부드럽고 순한 음식을 먹어 위와 점막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여기에 땀을 나게 해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방법도 있다.
더욱 빠른 건강회복을 위해서는 진피차를 추천한다. 진피는 귤껍질을 말려 법제한 한약재로 전신순환을 돕고 대사활동을 촉진하는 효능이 있다. 특히 폐 기운을 강화하는 효과가 탁월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땀이 나면서 노폐물의 배출을 돕는다. 숙취해소에도 좋다. 진피를 활용한 대금음자(對金飮子)라는 주독치료와 숙취해소를 위한 대표처방이 있을 정도다.
이 외에도 갈근(칡뿌리) 역시 음주로 생긴 갈증을 해소하면서 열독을 풀어준다. 오늘날 현대약학에서도 칡에 들어있는 푸에라린(Puerarin) 성분은 혈액순환을 촉진해 피로회복을 돕고 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주 후 쌓인 독소물질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도 촉진시킨다.
이러한 섭생법에 노력을 기울였다면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푹 한숨 자는 것이다. 숙면은 체내에너지의 비축과 생리작용을 새롭게 재정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한의학적으로도 잠은 인체정기를 회복하는 방법 중 하나다. 피부의 콜라겐 생성과 컨디션 회복도 수면 중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잠이 보약인 셈이다. 이러한 방법들을 잘 준수해 올해 연말은 술로부터 건강과 피부 모두를 지켜나가길 바란다.
<이진혁 우보한의원 압구정점 원장>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