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막후실세 가신그룹

로열패밀리 보좌하며 핵심 사업 챙긴다

2014-12-08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ㅣ이범희 기자] 주요 그룹 후계구도가 가시화되면서 바통을 이어 받는 재벌 2~3세들에 대해 재계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경영수업에 전념하던‘황태자’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룹마다 향후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너 3세 경영체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가신그룹에 대한 궁금증도 커진다.

그들의 활약이 곧 황태자의 경영성적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대기업 막후실세로 떠오른 가신그룹은 누구인지 알아본다.

 후계 밑그림부터 구조조정 지휘까지…역할론 급부상
 아버지 세대 측근 또는 새인물 등용…내부입지 강화


가신그룹에 대해 가장 주목 받는 건 역시 ‘삼성'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 뒤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질적인 삼성의 수장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 부회장을 보필해 향후 삼성을 이끌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그러나 이 부회장은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변화보단 안정을 택했다. 새로운 인물 등용보단 과거 인물의 유임으로 신뢰와 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삼성그룹은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비롯해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사장)과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등을 유임시켰다.
이에 따라 미래전략실이 주도하는 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맞물려 이뤄지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룹 컨트롤타워를 이끌고 있는 최지성 실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는 것은 물론 그룹 계열사들의 경영 전반을 챙겨왔다. 2012년 미래전략실장 임명 당시 최 실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정교사'로 불렸을 정도로 오너가(家)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최 실장과 함께 이번 인사에서 유임된 장충기 미래전략실차장은 미래전략실 2인자로 꼽힌다.
유임된 김종중 전략1팀장 역시 구조본 재무팀 출신의 기획통이다. 이번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화학·방산 계열사 지분을 한화에 일괄 매각하는 작업도 김 팀장이 실무선에서 이끌었다.

삼성과의 빅딜로 주목받는 한화그룹은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지난달 1일자로 태양광사업을 이끌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에 선임됐다. 태양광사업은 한화가 향후 사업으로 생각할 만큼 관심을 보이는 사업군이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레 그의 신가신그룹으로 떠오를 인물들이 주목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김승연 회장 복귀설이 주목받으면서 김 회장 측근들이 또 다시 주목된다.  앞서 지난달 10일 한화그룹은 금춘수 한화차이나 사장을 경영기획실장에, 최금암 경영기획실장을 여천NCC 대표로 임명했다.

김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김충범 부사장도 한화이글스 대표이사로 임명됐고, 김철훈 전무 등 예전 측근들을 요직에 올리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는 김 회장의 경영복귀설에 힘을 싣는 계기는 물론 김 실장과 함께 사업을 챙기가 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을 실었다. 부쩍 늘어난 대외 행보도 복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뜨는 인사는

재계에서는 최근 현대차그룹 내 부회장들이 연이어 사퇴하는 점도 주목한다. 정 회장의 측근이던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과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 담당 부회장이 올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현대차의 중국통’으로 불리며 중국사업을 책임져 온 설영흥 부회장 역시 갑작스레 사직했다.

이를 두고 재계 안팎에서는 정몽구 회장 시대의 가신들이 뒷전으로 물러나며 정의선 부회장 체제를 만들어주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라고 분석한다. 정 부회장의 사람들로 핵심 경영진을 일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LG그룹은 황태자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 구본무 회장의 장남인 구광모 신임 상무는 LG전자 주요 사업부문을 거쳐 올초부터 (주)LG시너지팀에서 근무해왔다. 시너지팀은 그룹 전체 사업방향 설정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이 주 업무다.

이번 인사에서 구광모 상무와 함께 호흡을 맞췄던 하현회 HE사업본부장과 권일근 HE연구소장이 (주)LG로 동반 이동, 각각 사장과 시너지팀장으로 전진배치되면서 이들의 활약상이 주목된다. 

아울러 전략과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아 초연소 나이로 (주)LG사장에 올랐던 조준호 사장이 이번에 LG전자로 옮겨 스마트폰 사업을 전담하는 MC본부장을 맡게 된 배경도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구광모 상무 승진과 더불어 하현회-조준호 지원체제를 통해 핵심사업 강화 및 미래 사업 준비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되고 있기 때문이다.

LG관계자는 “하현회 사장과 조준호 사장의 이동은 강력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선도를 가속화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사업 포토폴리오를 강화하는데 적임자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밝혔지만 일각에선 구 상무의 행보와 괘를 같이 할 것이란 분석도 많다. 

재계 한 관계자는 “차세대 경영인이 부친 측근들과 일을 하다보면 원활한 경영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며 “재계에서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현 세대 가신 그룹 정리는 후대에 힘을 실어주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