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허니버터칩 열풍 뿔난 소매상

“끼워 팔기 단속하겠다?…현실 너무 모른다”

2014-12-08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해태제과(회장 윤영달)의 허니버터칩이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한번 맛보고 싶다는 ‘허니버터송’까지 등장했다. 급증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난 탓에 물량조절, 끼워팔기 등의 논란이 일고 있다. 끼워팔기는 맥주, 판매율이 낮은 과자, 맥주를 비롯해 펜션, 중고차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이에 “품귀현상, 끼워팔기 등 상술과 마케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실태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소매상들은 “현장을 외면한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고의적 물량조절 조장 의혹 조사
난리 속 “질소과자 논란 어디로”

과자 하나를 두고 난리가 났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허니버터칩은 ‘먹어보지도 못했는데’, ‘널 너무나 갖고 싶어져’ 등의 가사가 쓰인 노래까지 등장했다. 매출도 출시 3개월 만에 약 103억 원의 성과를 냈다. 보통 식품업계는 신제품 출시 후 월 매출 10억 원가량 달성을 히트상품 취급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처럼 대박을 친 해태제과는 함박웃음을 짓기에 바빠 보이지만 마냥 즐거운 분위기는 아니다. 찾는 이들은 많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벌어지는 일들을 두고 의도한 물량조절, 끼워팔기 조장 등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의혹은 상상을 초월하는 곳에서 허니버터칩이 등장하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맥주제품 구매에 대한 증정행사용으로, 다소 판매율이 저조한 과자들과 한데 묶여 있는 정도였다. 이를 시작으로 일명 ‘인질 마케팅’을 벌이는 곳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펜션을 예약할 경우 허니버터칩을 준다는 곳도 등장했다.

그러다 이제는 중고차 시장에서까지 허니버터칩이 나타났다. 지정된 수입 중고차량 1대에만 해당되는 것이었지만 중고차시장에서까지 허니버터칩이 등장하자 의도적인 물량조절 혹은 끼워팔기 조장 의혹이 제기됐다.

또 제품의 인기지속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리고 있어 공장 증설에 대한 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한국야쿠르트가 출시한 라면 ‘꼬꼬면’ 출시 초기와 비슷한 현상이란 지적이다.

2011년 8월 출시된 꼬꼬면은 불과 4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 2000만개를 넘어섰다. 이에 꼬꼬면은 ‘팔도’로 독립, 생산라인을 증설해 공급량을 확대했다. 하지만 최근 판매량은 전성기의 10% 이하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하얀국물 라면에 대한 호기심으로 제품이 인기를 얻었지만 꾸준한 소비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해태제과 측은 “허니버터칩 생산량 증대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며 “천안과 광주, 대구 등에도 공장은 있지만 다른 공장에는 허니버터칩 생산시설 자체가 없고, 문막공장의 생산라인 확장도 말처럼 쉽지 않다"고 밝혔다.

당장의 공급난을 해결하려면 2배 이상 라인을 늘려야 하지만 시설 교체에만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라인을 증설하는 것은 더 현실적으로 어렵다. 수백억 원을 투입하는 등 비용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또 기계를 증설했는데 2년 후 인기가 시들해진다면 이 같은 투자는 물거품이 된다.

호갱 취급 자처한다?

공정위도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다. 공정위는 지난 2일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끼워팔기 마케팅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재찬 공정위원장 내정자는 “허니버터칩 같은 인기상품을 비인기상품과 같이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법이 금지하는 끼워팔기가 될 수 있다”며 “허니버터칩과 관련한 해태제과의 거래행위에 대해 정확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만일 끼워팔기가 입증될 경우 현행법상 최대 2년의 징역형까지 내려질 수 있다.

이에 지난 7일 편의점 CU와 GS25, 세븐일레븐 등은 각 점포에 허니버터칩과 다른 제품을 묶어 팔지 않도록 권고하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거나 영업사원을 통해 가맹점주 교육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소매상들은 오히려 이 같은 흐름에 뿔이 난 모양새다. 한 편의점주는 “허니버터칩은 입고되자마자 동이날 뿐만 아니라 구하기도 힘든 상품이다”며 “어렵게 들여온 물건인데 순식간에 허니버터칩 하나만 사서 들고 나가는 손님들을 보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남은 재고나 판매율이 떨어지는 상품을 끼워팔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또 다른 편의점주는 “공정위의 결정은 현장을 모르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다 판매 전략과 전술인데 이걸 단속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허니버터칩이 아니더라도 마트 곳곳에서 과자 묶음판매는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것들이지 않냐”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편의점주들은 “하루에 허니버터칩이 있냐고 물어보는 손님들만 100여명이 넘는다”며 “없다고 말하면 짜증내는 손님들도 많다.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화풀이인 것이다. 거기다 빼빼로데이 등으로 남은 재고 제품들은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끼워팔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해태제과 측은 “업계 1위인 경쟁제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고, 공장을 24시간 풀가동하고 있다”며 “물량조절은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제조업체 입장이기 때문에 유통업체들의 판매 행태에까지 관여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허니버터칩 인기에 따른 수요급증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지 물량조절, 끼워팔기 조장 등은 없다는 것이다.

한편 허니버터칩에 대한 단순한 인기나 열풍을 넘어선 공정위 조사, 소매상들의 불만까지 늘자 소비자들이 사회문제를 망각하는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앞서 해태제과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에서 일어났던 ‘유기농 웨하스’ 식중독균 발견 논란이 순식간에 수그러든 것이다. 식중독균이 발견된 사실을 알면서도 수년간 제품을 판매했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보니 소비자의 분노가 컸다. 하지만, 자회사인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의 인기로 이 같은 논란은 깨끗이 잠재웠다.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가 관계사라는 사실을 모르거나, 같은 회사인 걸 알지만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또한 외국과자 선호가 증가하고, 국내 과자 업체들을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던 ‘질소과자’ 논란도 잠잠해졌다. 질소과자는 과자 한 봉지 안에 내용물보다 질소가 더 많이 차 있는 현상에서 탄생된 말이다. 최근 한 대학생들이 ‘과자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면서 과대 포장 논란은 더욱 화두가 된 바 있다. 그런데 허니버터칩의 등장으로 이 같은 논란이 사라지자 일각에서는 “소비자를 우롱한다고 지적하던 질소과자 논란은 모두 잊었냐”며 “과자 한 봉지에 난리치는 것이 우습다. 이러니 호갱 취급 당하는 것”이라고 비난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