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단체들이 뿔났다

“이름은 중기청인데 적합업종 반대 웬 말”

2014-12-08     강휘호 기자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중소기업청(청장 한정화)을 향한 중소상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모습이다. 일각의 중소상인연합들은 “중소기업청은 이름만 중소기업청일 뿐, 오히려 친 대기업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으며 중소기업 및 상인들을 보호하려는 의지조차 없다”고 비난한다. 이들이 그렇게까지 화가 난 이유는 중소상인적합업종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 중소기업청의 반대로 연기 처리됐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규탄 성명까지 내보이며 중소기업청에 반발하는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추진본부에 속한 단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기업 침투 막는 특별법 입법 유예 
당장 법제화 VS 통상마찰 고려해야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운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기치로 중소상인들이 추진본부를 발족한 것은 지난 10월, 그들은 적합 업종 제도를 법제화해 법적구속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추진본부는 한국산업용재협회, 한국베어링판매협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한국체인사업협동조합, 한국계란유통협회,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유통상인연합회, 전국문구점살기리협회, 서울지류도매협동조합 등으로 구성됐다. 
 
당시 추진본부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추진하는 중소적합업종제도는 민간자율합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기업이 적합 업종을 침해한다 하더라도 제재할 방법이 거의 전무하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이들이 주장한 특별 법안의 골자는 “현행법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중 적합업종 지정에 규정을 삭제하고 해당 권한을 중소기업청에게 이임하자”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 외에는 “중소기업청장 소속으로 중소기업 및 중소상인 정책과 적합업종 등을 심의하는 중소기업·상인적합업종위원회 설치”와 “대기업 및 대기업과 실질적 지배관계를 갖는 중소기업은 적합업종의 사업을 인수·개시 또는 확장할 수 없도록 규제화할 것” 등을 포함했다. 
 
법적인 권한을 중소기업청이 가지고 있어야 보다 강력한 상생정책이 펼쳐질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결국 이들의 바람이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달 25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법안 심사 소위에서 법제화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과 ‘중소상인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 등의 처리에 기대를 갖고 있던 중소상인들은 실망감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더욱이 이들을 돕기 위해 설치된 중소기업청의 반대로 입법화가 무산되자 더 큰 배신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추진본부 소속인 한국산업용재협회의 한 관계자는 “대중소기업협력재단 내 동반성장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가운데 이번 법제화 실패는 중소상인들의 입장에서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문을 열었다. 
 
더불어 “지난 10월 국정감사 때 중소기업청은 ‘적합업종은 필요하고, 잘 진행이 안 되면 법적 조치도 필요하다. 법제화에 대한 부분은 국회의 의견에 따르겠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던 것과 달랐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소기업청은 법안 소위에서 “민간협의체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알아서 잘하고 있는데 법제화는 불필요하다. 특히 외국과의 통상문제도 검토해야 한다”면서 적합업종 특별법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제시했다. 
 
중소기업과 상인들의 이익을 지켜주기 위해 설립된 중소기업청이 결국 법안 논의를 유예되도록 만든 결정적 역할을 해버린 상황이다. 또 이러한 상황에 대해 중소상인들은 황당함과 분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믿을 곳 없어
 
이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도 나타내고 있다. 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 논의가 유예되고 소상공인 사업영역을 선정해서 보호해야 한다는 내용이 없어진 결과가 중소기업청에서 반대를 해 나오게 된 결과라면, 박근혜정부가 어떻게 700만 중소상인을 살리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주장이다. 
 
이동주 한국유통상인연합회 정책실장 역시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소속의 동반성장위원회 뒤에 숨어 적합업종 보호와 지정의 책임을 회피하는 중기청의 친대기업적인 태도를 규탄해야 한다”면서 “700만 중소상인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 해에 수십만이 폐업하는 시대에 이미 진입해 있다”고 거들었다. 
 
마지막으로는 “중소기업청이 무너져가는 골목상권을 보고도 중소상인들이 요구하는 적합업종법제화 요구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 반대 로비를 중단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묻는 700만 중소상인들의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현재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추진본부에 속해 있는 단체장들은 이번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제정 유예와 관련해 중소기업청장의 명확한 입장을 듣기 위해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다만 중소기업청은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중소상인들의 입장을 이해하고 특별법 입법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인 것은 맞다”면서도 “중소기업청은 어디까지나 중소상인들의 편이 분명하며 로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입법 반대와 관련된 질문에는 “적합업종제도가 법제화되면 오히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동반성장의 본래 취지와 달리 제도의 자율성과 산업생태계를 더 교란시킬 수 있다”면서 “외국과의 통상마찰이라는 문제도 검토 대상”이라고 전했다. 
 
로비 의혹이나 친 대기업적 성향을 보인다는 의견에 대해선 “로비나 압력은 절대 있을 수 없다. 서로의 의견을 전하는 수준의 대화는 오갈 수 있지만 로비라는 것은 말도 안 되는 허언”이라면서 “중소기업청이 대기업과 무슨 연관이 있겠냐”고 답했다. 
 
한편 앞서 국정감사에서는 동반성장위원장이 대기업의 연합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단독추천으로 위원장에 취임한 사실이 드러났다. 동반성장위원회의 운영비 70%가 전국경제인연합회로부터 나오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동반성장위원회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받는 예산 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정을 미루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어났고, 적합업종제도가 법제화되면 대기업이 진출한 분야에서 대기업이 망할 것처럼 호도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시 이를 지적한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 의존이 극심한 경제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운용되어서는 안된다”며 “동반성장위원회는 ‘존재의 이유’를 분명히 자각하고, 보호와 상생의 모델을 창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