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엽기, 잔혹, 무차별 청소년 성범죄

성관계 경험 청소년 16.5% 임신 또는 낙태

2008-09-26     윤지환 기자
청소년들의 성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10대 소녀를 집단 성폭행하고 나체사진을 촬영한 고교생 등 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지난 17일 충북도내 모 고교 3학년 A군 등 고교생 2명에 대해 특수강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얼마전 군에 입대한 일당 1명에 대해서는 군 헌병대로 사건을 이첩했다. 고교 선후배 사이인 이들은 지난 9일 새벽 2시쯤 인터넷 채팅사이트에서 만난 15살 B양을 여관에 데리고 가 술을 먹인 뒤 집단 성폭행하고, 나체를 휴대전화로 동영상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18일에는 10대가 귀가하던 성인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하려다 덜미 잡힌 사건도 발생했다. 이모(17) 군은 지난 13일 오전 2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A(22.여) 씨를 흉기로 위협해 현금과 금목걸이 등 27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하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회단체 등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는 청소년 성범죄의 원인을 인터넷에서 찾고 있다. 인터넷의 여과되지 않은 음란물들이 청소년들을 범죄의 늪으로 끌어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청소년위)는 최근 충격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엔 중·고교생 100명 중 4명꼴로 성관계를 경험했고, 그들 중 16.5%는 임신을 경험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청소년위는 학교 및 가정생활, 유해매체, 음주, 흡연, 유해업소, 가출, 폭력, 성 등 8개 분야에서 실시한 '2007 청소년유해환경접촉 종합실태조사'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병원 가는 청소년들

청소년위에 따르면 학교급별 성관계 경험율은 실업계고가 9.6%로 가장 높았고, 인문계고 4.5%, 중학교는 2.3%로 조사됐다. 이중 성매매를 제안 받은 경험은 7.1%(위기청소년: 10.9%)인 것으로 드러났다.

보고서에 다르면 청소년들은 주로 채팅(70.4%)이나 소개(8.4%), 부킹(7.1%) 등을 통해 성매매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전화방(2.8%), 유흥업소(1.4%)를 통한 경우도 간혹 있었다.

청소년들의 유해매체이용 부문은 2005년 이후 전반적으로 이용률이 감소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19세미만 시청불가 방송프로그램’(35.8%), ‘성인비디오 및 영화’(33.4%), ‘음란사이트’(32.7%)는 여전히 가장 높은 접촉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청소년 성문제는 표본 조사를 통해 드러난 수치 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용산구 ○○고등학교의 최모(38)교사는 “교직생활을 하다보면 뉴스에 나올법한 일들을 많이 겪는다. 그 중에는 성문제에 관한 게 많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입장에서 외부에 떠들 수도 없는 문제지만 그렇다고 쉬쉬할 수만도 없어 고민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학교를 결석하고 병원을 찾아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여학생은 생각보다 많다. 이들 여학생은 대부분 성병이나 임신을 걱정하고 있다. 비뇨기과 병원을 찾는 남학생들도 적지 않다. 문란하고 비위생적인 성관계로 인해 요도염 등 성병치료를 위해서다.

최 교사는 “지난 겨울방학이 끝난 직후 학생들 사이에 한 여학생의 섹스비디오가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며 “진상을 추적해 본 결과 한 남학생이 휴대폰으로 자신의 친구와 문제의 여학생이 성관계 갖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사는 “동영상 속 문제의 여학생을 불러 진상을 물어보니 오히려 ‘선생님이 내 사생활에 왜 참견하냐’고 따져 물어 할 말을 잃었다”면서 “아이들이 성에 대해 아무런 감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할 뿐”이라고 한숨을 내 쉬었다.

충격적인 것은 이뿐 아니다. 최근 한 고등학교에선 엽기 성인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강남의 △△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박모(여·41)교사는 지난 5월 성년의 날 겪은 ‘잊지 못할’ 경험담을 전했다.

박 교사는 한 달 전 한 여학생의 부모로부터 학교가 아닌 바깥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와 약속장소로 나갔다. 그 자리에 나간 그는 깜짝 놀랐다. 학부모가 경찰과 함께 약속장소에 나타났기 때문. 당황한 박 교사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리고 학부모로부터 충격적인 내용을 듣고 한동안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박 교사는 “학부모의 말에 따르면 딸이 성년의 날에 친구들로부터 성고문을 당했다는 것이다”며 “친구들이 노래방에서 성인식을 치른다며 피해 여학생의 처녀막 터트리는 ‘의식’을 치르고 피가 나오자 환호를 지르며 이를 휴대폰 등으로 촬영했다고 들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최근 들어 청소년들이 성매매조직을 결성해 용돈벌이를 나서다 경찰에 적발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후배나 친구를 협박해 강제로 성매매를 시킨 뒤 그 대가로 받은 돈을 갈취하거나 친구들끼리 가출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성매매에 나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여학생들이 전문적인 성매매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들은 조직을 결성해 전문적으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포주 뿐 아니라 연락책과 영업책이 따로 있다. 이 정도면 성인들의 전문 성매매조직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엽기 성고문에 키득키득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도 심각한 문제다.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청소년들 사이에서 동성애는 속칭 ‘왕따’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친구들끼리 동성애를 즐기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동성애 관련 사이트를 살펴보면 청소년들의 활동이 두드러져 실태를 짐작케 한다.

한편 청소년 성문제에 대해 청소년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수년전엔 청소년을 유혹하는 성인이 많았지만 이젠 성을 도구로 성인을 유혹하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이에 성인에 대한 청소년 성범죄 처벌 뿐 아니라 청소년에 대한 처벌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미성년자 보호법에 의해 청소년 처벌은 이뤄지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