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무소속 모임 소문의 진상
박근혜-김무성‘이상기류’ 흐르나?
2008-09-26 오경섭 기자
박근혜 전 대표와 친박계 좌장 김무성 의원 사이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김 의원이 사실상 중추 역할을 하고 있는 친박 무소속계 모임과 관련된 소문이다. 친박계 한 관계자는 “이 모임 성격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박 전 대표 측으로부터 주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격주 단위로 열리는 이 모임은 유정복 의원 중심의 ‘선진사회 연구포럼’과 함께 친박계의 양축을 형성하고 있는데, 김 의원은 지난 7·3 전당대회 이후 이 모임에 열성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은 “원래 멤버는 20여명 이었지만 지금은 많이 모이고 있다”며 “(박 전 대표와의 이상 가류설은) 굉장히 잘못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무성 의원은 이 모임 결성 초기에 “계파가 없을 수 없다. 이심전심으로 공부 모임은 몇 개 만들 것이다. 원래 모임은 끼리끼리 하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러한 모임에 대해 “오해를 할 만한 행동을 삼가라”고 엄명을 내렸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6주전 부터 특유의 ‘침묵 모드’에 돌입한 박 전 대표는 이 같은 친박계 모임에 전혀 참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서는 이같은 ‘박 전 대표와 김 의원 이상기류’의 진원지로 최근 세 불리기에 나선 친박계 소장파들로 보고 있다.
초재선 의원 중심의 친박계 소장파들은 전통적 지지층인 TK(대구·경북)지역 외에 수도권과 PK(부산·경남)지역, 그리고 호남지역 등으로 급격하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 소장파의 특징은 친박·친이 그리고 지역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친박계 수도권 초선 A의원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친이·중도계 의원 영입에 이어 PK지역의원들에게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의원 측은 “A의원이 초선 끌어안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미 한계가 드러난 중진들보다 참신한 세력의 외연 확대가 차기 대권의 지름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친박 소장파와 중진 마찰
한나라당 수도권과 PK지역 소장파의 모임인 ‘민본21’의 경우, MB의 측근인 정태근, 권택기 의원 등과 함께 친박계 소장파의 핵심 김선동 의원 등도 참여하고 있다.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표 측과 친이계의 교감설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박 전 대표의 취약지역인 호남지역에서도 친박 소장파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호남출신 친박계 초선 B의원은 동향 출신으로 친 이재오계의 핵심 C의원과 자주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의원은 이달 말 강남 모 식당에서 동문 모임을 갖는데 친박계도 참석할 전망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관계자는 “동문 모임에 친박·친이의 경계가 어디 있느냐?”며 “박 전 대표와의 교감설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경선과정에서 박 전 대표 측이 C의원 측 모 보좌관을 고소한 사건이 아직 계류 중”이라면서 “박 전 대표 측과 아직 앙금이 남아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전통적 지지층인 TK(대구.경북)지역에서도 친박계 소장파의 약진이 눈에 띈다. 4·9총선에서 친박 돌풍에 이어 촛불정국 등으로 MB의 지지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자 이 지역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TK지역의 친이계는 MB의 고향인 포항과 경북 동북지역, 그리고 대구의 주호영 의원 등이 고작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최근 이해봉 의원에 대한 선거법 수사가 무혐의로 가닥이 잡힌 것도 이 같은 지역정서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나라당의 싱크 탱크 출신인 TK지역 모 의원은 같은 출신의 모 전 의원 등과 자주 만나면서 박 전 대표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드는 ‘K(King)프로젝트’의 틀을 갖추고 있고,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출신인 TK지역 모 전 의원도 최근 모임을 결성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대표에 대한 선거법 재판이 진행 중인 ‘친박연대’ 역시 변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친박연대는 활동이 위축됐는데도 불구하고 선진당과 엇비슷한 정당 지지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박 전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이상기류설도 친박의 외연 확대로 봐야지 갈등으로 파악해서는 곤란하다”면서 “K프로젝트의 외연 확대 과정에서 중진들과 신진 측근들은 부딪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전망했다.
TK지역 친박계 친MB계 포위
박 전 대표와 한나라당내 주류 비둘기파의 불편한 동거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친이재오계 ‘매파’가 홍준표 원내대표 퇴진을 압박한 것도 이상득, 박희태 대표 등 주류 ‘비둘기파’에 대한 불만으로 파악하고 있다. 비록 지금은 소장파 사이에 친박.친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하지만, K프로젝트가 실체를 드러낼 수록 ‘권력을 향한 동거’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계파끼리 모인다. 박 전 대표는 7.3 전당대회를 통해 수의 열세를 절감했다”면서 “계파 정치 불가를 선언한 박 전 대표도 대권을 향한 동지적 연대의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물밑에서 움직이고 있는 현재의 한나라당의 계파지형은 다른 대권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대변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