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한화, 서로 다른 3세 승계…계열사 매각으로 구체화?

계열사 빅딜 이해관계 통한 이유

2014-11-30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이 손잡고 2조 원대의 빅딜을 성사시켰다. 대상은 삼성테크윈·종합화학·탈레스·토탈 등 삼성 계열사 4곳이다. 한화는 해당 삼성 계열사들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비교적 사업분야가 겹치지 않아 비경쟁관계로 분류되는 두 기업의 깜짝발표였다.

삼성, 힘 받는 이재용이부진 행보 아직 물음표
한화, 장남 김동관 외 동원·동선도 파이 키워

이로써 삼성은 방산과 석유화학이라는 비주력 계열사들을 처분해 사업구조 개편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 현금 19000억여 원도 분납으로 차근차근 들어올 예정이다.

또 한화는 주력 계열사를 삼성 프리미엄으로 보강하는 효과를 누렸다. 재계 서열도 기존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뛰어올라 한진그룹을 제쳤다.

재미있는 점은 삼성과 한화 측의 여론 대처 자세다. 한화는 적극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가며 이번 딜에 대한 상세한 자료를 제공하고 나섰다. 그러나 삼성은 어디까지나 한화 측의 제안으로 딜이 이뤄졌다는 것에 강조점을 찍으며 임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 4개 기업 임직원은 총 7500여 명에 달한다. 하루아침에 국내 1위 기업 배지를 반납하고 또 한화의 가족으로 강제 편입되는 것이다. 게다가 삼성테크윈 주주들은 발표 당일 하한가를 맞고 회사채 보유자들도 손실 걱정에 한숨 짖는다.

비주력 계열사들
과감히 주고받아 정리

그럼에도 삼성과 한화가 이 같이 결정한 것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는 방증이다. 특히 삼성은 계열사를 같은 국내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삼성자동차 매각 이후 17년 만의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의 친분관계가 작용했다는 설도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과 김 실장은 각각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경영학박사와 하버드대 정치학을 수료한 동문이다.

여기에 선대인 이건희 삼성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의 유대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과 한화 창업주인 고 김종희 회장 시절부터 이러한 인연을 물려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를 3세 경영승계 구도에서 파악하려는 해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삼성의 경우 계열사를 매각해 사업분야를 축소함으로써 승계작업을 보다 단순화했다. 결과적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주력 계열사를 몰아주고 비주력 계열사를 자르는 분위기로 흘러간 셈이다. 이에 화학 지분을 모두 정리하게 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또 한화의 경우 장남인 김 실장 외에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가 회사로 들어온 것에 눈길이 쏠린다. 그간 구설수에 오르던 일부 아들까지 모두 후계자 수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김 회장이 물려줄 계열사 매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김 회장의 입장에서는 방산과 화학을 더욱 키워 아들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부정적 견해 리포트
미리 막는 해프닝도

한편 이번 딜에 대해 우호적인 국내 여론과는 달리 해외에서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계인 HSBC·도이치증권 등은 이번 딜이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HSBC증권은 삼성테크윈의 목표주가를 40% 가까이 내리고 투자의견도 비중축소로 낮췄다. 삼성테크윈이 삼성 브랜드의 후광효과 상실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도이치증권의 경우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하는 한화케미칼의 재무부담에 초점을 맞췄다. 자본집약적인 화학산업 특성상 물리적 거리 차로 생산 시너지가 떨어지는 데 비해 지불비용까지 상당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게다가 국내 증권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파악하고 보고서를 내놓으려 했지만 한화 측의 저지로 발표되지 않았다는 후문이 돌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딜 발표일 다음날인 27일 완성된 보고서를 발표하려고 했으나 회사 측의 요구로 발표가 무산됐다면서 다른 증권사들의 경우에도 이 같은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