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 수혜 입던 롯데의 변화

‘재앙의 탑’에서 해외 직구족 겨냥 움직임?

2014-11-17     김나영 기자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유통업계에서 이미 익숙해진 신조어 중 하나가 바로 해외 직구다.

직접구매를 뜻하는 이 소비패턴은 소비자들이 국외 온라인쇼핑몰에서 주문한 상품을 배송대행업체를 통해 국내에서 받는 것을 뜻한다. 최근에는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롯데그룹이 이 직구족을 대상으로 재빠른 마케팅을 하고 있으나 제2롯데월드 논란에 이마저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는 실정이다.

연말 중국 광군제·미국 블랙프라이데이 특수 꼼수
허가난 제2롯데월드 안전 논란 여전…대책 필요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 직접구매 동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해외 직구는 727만6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7% 늘었다. 금액 역시 753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48.5% 올라갔다.
또 대한상공회의소의 해외 직접구매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명 중 1명인 24.3%는 지난해 해외 인터넷쇼핑몰이나 구매대행 사이트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 온라인으로 해외 직구를 한 국내 이용객은 1인당 평균 87만4000원을 썼다. 이는 여행객들이 현지에서 직접 상품을 구매한 평균금액 96만5000원에 근접한 수치다.

국내 유통업계의 눈에 띄는 마케팅

무엇보다도 해외 직구 시기가 연말에 몰려있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는 이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광군제(光棍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집중된 11월과 연말 바겐세일의 연속인 12월이 이어지면서 직구족들의 입소문이 더해가기 때문이다.

먼저 중국 광군제는 일명 독신자의 날(솔로데이)로 11월 11일에 고정돼 있다. 이는 숫자 1이 일렬로 선 형태가 외로운 독신자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인들은 “홀로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물건을 사면서 외로움을 달래라”며 대대적인 판촉행사로 구매를 독려했다.

더불어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을 가리킨다. 이때에야 연중 처음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가 아닌 흑자(black ink)를 기록한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다. 올해의 경우에는 오는 28일로 미국 유통업계에서는 이날을 기점으로 약 1주일간 대규모의 바겐세일을 진행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남의 나라’ 잔치였던 광군제와 블랙프라이데이는 직구족들의 성원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직구 시장 탓에 국내 유통업계도 살아남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특히 유통공룡으로 유명한 롯데그룹의 변화된 움직임이 눈에 띈다.

임시개장한 몰에 1호점 내기 전략

롯데의 대표 계열사 롯데백화점은 본점에 해외 직구 편집매장 비트윈을 선보였다. 이 편집매장에서는 의류·가방·생활용품 등 인기 해외 직구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바로 살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관심사인 가격의 경우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하는 것보다 약 30%가량 높다. 그러나 현지 및 해외 운송비와 세금 등을 포함해 최종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비슷하다는 평가다. 또 배송을 기다릴 필요가 없고 교환이나 환불도 손쉽다는 점에서 직구의 단점을 보완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분당점에 추가로 비트윈 매장을 열고 이를 잠실점, 부산본점, 수원점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광주·대전 등 지역점에는 남성 의류·잡화 직구 편집매장인 본 이탈리아를 론칭해 남심을 겨냥하고 나섰다.

논란을 딛고 지난달 말 임시개장한 제2롯데월드몰에도 직구족을 노린 매장들이 눈에 띈다. 스웨덴 H&M의 프리미엄 의류·잡화 라인인 코스(COS: Collection Of Style)도 롯데월드몰과 손잡고 국내에 1호점을 냈다. 같은 H&M의 생활용품 라인 H&M 홈도 함께 1호점을 구성했다. 그간 해외 직구로 해당 상품들을 구매해야 했던 고객들이 몰린다는 평이다.

하지만 제2롯데월드의 경우 여전히 이명박(MB) 전 정부의 수혜 논란에 신음하고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염원의 집합체인 제2롯데월드는 아직도 끊임없이 문제를 양산해내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1988년 잠실 일대에 대규모의 땅을 사들인 후 수십 년간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만들겠다고 공언해왔다. 그간 대통령이 네 번 바뀌어도 떨어지지 않던 인허가는 MB 정부에 와서 급작스럽게 승인됐다. 이후 건립과정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랐고 급기야는 싱크홀 문제까지 겹치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를 키운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제2롯데월드몰이 ‘재앙의 탑’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근심을 사는 가운데 롯데는 해외 직구족을 잡기 위해 나선 모양새”라며 “향후 바벨탑의 저주가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 롯데가 정작 신경써야 할 것은 따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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