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설 솔솔…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측근 인사 재입성 발목 잡힌 사업 날개달까
사회봉사 큰 산 넘고 분주한 움직임
기대감 안고 주가 연일 ‘껑충’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복귀설에 힘이 실리면서 돌아온 왕의 남자들도 함께 주목 된다. 김 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던 김연배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이사로,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은 그룹 경영기획실장으로 임명됐다. 한화 내부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김 회장 복귀 후 한화 재입성을 노리는 세력(?)이 결집되고 있다”고도 했다. 재계도 이같은 한화 내부 움직임을 김 회장 복귀의 사전작업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김 회장의 사회봉사명령이 끝나감에 따라 연내 복귀설은 더욱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김승연 회장의 경영 복귀설은 한화그룹의 인사 소식에서부터 시작됐다. 한화그룹은 지난 9월 말 김 회장을 대신해 그룹 비상경영위원회를 이끌던 김연배 부회장을 한화생명 대표로 선임했다. 더불어 지난 11일에는 금춘수 전 한화차이나 사장을 그룹 경영기획실장에 임명했다.
특히 금 경영기획실장은 1978년 입사 후 2002년 그룹 구조조정본부 경영지원 팀장과 2004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경영지원실장, 2007년 그룹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하는 등 김 회장의 측근 인사다.
앞서 그는 경영기획실장으로서 김 회장과 호흡을 맞춰 그룹 전반의 사업재조정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그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7년부터 4년간 그룹의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때문에 최근까지 한화차이나 사장으로 있던 그가 다시 경영기획실장으로 돌아온 것을 두고, 김 회장의 방식으로 그룹을 경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그룹도 금 경영기획실장의 인사 결정이 내려진 후 “글로벌 경기 침체로 주력 사업으로 추진했던 금융과 태양광 등의 사업실적이 지지부진하면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을 본격 추진하기에 앞서 경영기획실장을 먼저 교체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연배 부회장 역시 김 회장의 측근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김 회장을 대신해 비상경영위원장을 맡을 만큼 신임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김 부회장이 한화생명 대표로 선임되고, 김 회장이 지난 2월 집행유예 판결을 받는 등 한화그룹의 비상경영체제는 사실상 종료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야구단인 한화이글스 대표이사에는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김충범 부사장이 내정됐다. 최금암 현 경영기획실장은 여천 NCC 대표로 임명됐다.
한화그룹이 김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들로 친정체제를 갖추자 재계는 김 회장의 복귀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또한 향후 다음 달 말 예상되는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큰 폭의 인사이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도 파다하다.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의 수장 자리가 회장의 측근들로 채워진 것은 내년도 정기 임원인사를 대비한 사전 작업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왔던 금융과 태양광 등 주력회사의 사업실적 개선이 답보상태에 있으며, 글로벌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란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연말 정기 임원인사 주목
이는 김 회장의 사회봉사 이행 시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 2월 부실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명령 300시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이에 따라 김 회장은 병을 치료 받은 다음인, 지난 7월부터 사회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서울 모 장애인 재활시설에서 하루 8시간씩, 매주 3회에 걸쳐 사회봉사활동을 채워왔다.
이것이 막바지에 이르자 김 회장은 조금씩 공개적인 자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 9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삼남 동선씨의 아시안게임 마장마술 개인전에 참석하기 위한 자리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9일 이동찬 코오롱 그룹 명예회장 빈소인 서울 신촌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에서도 모습을 드러냈다.
한편 김승연 회장의 복귀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긍적적인 파장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우선 한화그룹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기준 한화의 주가는 2만9950원을 기록, 전일대비 8.71%, 2400원 상승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아울러 그간 진행되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렀던 사업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 경영기획실장 인사를 두고 금융, 태양광 등 사업 혁신 추진 계획을 밝힌 만큼 태양광 사업 등을 지체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김 회장이 직접 이라크를 방문해 성사시킨 신도시 건설사업의 마무리에 대한 중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의 ‘실적 양극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화큐셀은 유럽, 미국, 일본 등 시장에서 고품질 제품을 공급해 수익성을 높이고 있지만 한화솔라원은 낮은 생산원가 구조의 중국 태양광 기업과 경쟁을 지속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김 회장이 일선으로 복귀하면 그룹 내 주력 사업의 수익성 개선에 곧장 나서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CCO, 차남 동원 씨, 삼남 동선 씨가 모두 경영일선 참여하고 있어 김 회장이 직접 경영 수업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특히 김동관 실장과 동선 씨는 이라크 사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다만 아직 집행유예기간이 남아있어 그룹이나 계열사 대표이사 자리에 이름을 올리기 보다는 그룹의 후면에 남아 대규모 투자결정 등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화그룹은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 김승연 회장의 복귀에 대한 이야기가 알려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회장 직무를 놓은 적이 없는 만큼 경영 복귀에 대한 표현은 의미가 없고, 상징적일 뿐이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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