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계파 해체 선언 앞과 뒤

20대 총선 불출마, 전면전 준비

2014-11-17     박형남 기자

‘당권-대권 분리’·‘불출마 종용’…‘文의 대반격’
당 혁신 위해 ‘20대 총선 불출마+친노 물갈이’
비노 “문재인 출마, 당 쪼개겠다는 의도” 견제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전당대회 출마를 고심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비대위원이 최근 ‘친노계파 해체’를 주장해 실현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 비대위원은 지난 6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문재인 계파는 없다. 만들지 않겠다’ ‘친노 해체’ 이런 식의 선언이라도 하겠다”며 “국민이 그렇게(친노 패권주의) 생각하고 있으니 심각한 현실이다. 그것을 털어내지 못하면 우리 당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친노는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이를 두고 새정치민주연합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진정성이 없다”, “당권에 욕심이 많은 것 같다”, “당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라는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밖에 ‘당권 도전 과정에서 발생될 비노의 반격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비대위원이 ‘친노 해체’라는 발언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친노들이 당을 좌지우지 해왔고, 당을 망쳐왔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새정치연합이 가장 먼저 청산해야 될 가장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문재인 비대위원의 발언은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는 말이다. 진정성이 묻어나려면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말로만 ‘친노 해체’라고 외치고 있다. 정말 친노 계파 해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백의종군하고,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비대위원의 ‘친노 해체’ 발언에 대해 직설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관계자는 “눈앞의 권력에만 눈이 멀어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文 옥죄는 ‘친노 프레임’
“한계성 극복위한 것”

박지원 비대위원도 “안철수 대표도 가장 높은 차기 대권 후보의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약 4개월간 대표를 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았고 지금 현재 어떻게 돼 있냐”며 당권도전이 아닌 정책개발 등 대선 준비에 매진하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 당 주변이 당 대표를 흔들어 망가트린 사례가 적지 않다. 대선 후보였던 손학규 전 고문, 안철수 의원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때문에 친노-비노 간의 견제가 계속되면 대선 후보로서 상처투성이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부에선 ‘이상돈 비대위원장 영입 논란’ 과정에서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여줬던 사례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와 가까운 인사들조차도 이러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문 비대위원의 ‘친노 해체’ 발언에 대해 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당권 출마 기정사실화”라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그냥 당권 출마 선언을 할 것이지”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친노 해체’ 자체가 친노, 즉 문 비대위원을 옭아매는 ‘프레임’인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새정치연합 한 당직자는 “친노에 대한 실체가 없다. 지난 대선에서도 ‘박정희 vs 노무현’ 등 친노 프레임으로 인해 대선에 패배한 전례가 있다. ‘친노 프레임’을 해결하지 못하면 정권교체조차 힘들기 때문”이라며 “친노의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 잡아야 대권이 보인다

이렇듯 문 비대위원의 ‘당권 도전’ 여부가 당내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문 비대위원의 ‘친노 해체’ 주장을 두고 뭔가 다른 배경이 있을 것이란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전당대회가 ‘친노-비노’간의 갈등으로 번지는 과정에서 ‘계파’라는 가장 민감한 뇌관을 건드린 것에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가 숨어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먼저, 당권을 노리는 비노 인사들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있다.

문 비대위원은 ‘친노 계파 수장’이다. 비노에서는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장악하게 되면 친노가 20대 총선 공천권까지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 때문에 비노에서는 ‘당권-대권 분리’ 주장을 통해 ‘문재인 불출마 종용’에 앞장서고 있다.

이를 의식해 문 비대위원은 비노 진영에서 제기할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친노해체’카드를 꺼내들었다. 또한 당권에 대한 의지를 더 확고히 한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당직자는 “명시적으로 계파주의에 대한 과제를 선점하고 비주류의 반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 ‘친노 해체’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비노 진영에서 ‘친노 독식’, ‘당권-대권 분리론’으로 문 비대위원을 압박함으로써 문 비대위원은 ‘계파 깨고 당당히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을 피력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결과적으로 그의 당권 도전 의사가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문 비대위원이 당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20대 공천에서 당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발언이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문 비대위원이 당의 혁신을 주도, 성공을 이룬다면 대선 후보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으면 제1야당의 대선 후보는 될 수 있어도 대통령은 될 수 없다. 대선 후보에 그치지 않고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당권을 잡아 당을 대대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연장선상으로 ‘문재인 20대 총선 불출마’설도 나오고 있다. 당의 혁신을 보여주려면 대대적인 물갈이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비노 진영의 반발을 최소화하려면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버려야 한다. 결국 본인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 솔선수범 자세를 보인 뒤 당 개혁에 앞장설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실제 당 안팎에서는 문 비대위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에 비례대표인 배재정 의원이 물려받을 것이란 소문이 파다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비대위원이 “국민의 대표이고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헌법을 논의(개헌)하는 건 당연한 일로, 누구도 못하게 막을 수 없다.”, “대통령의 개헌논의 금지발언은 유신헌법 논의를 금지한 70년대 긴급조치를 떠올리게 한다” 등 강경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 역시 야당 당대표로서 적합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표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노 ‘분당론’ 설파
“당권 도전 하지 말라!”

한편, ‘문재인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친노와 비노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당내에서도 떠도는 말이 있다. “문 비대위원이 당권을 잡게 되면 당은 분당되거나 제3지대 신당 창당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게 골자다. 이는 문 비대위원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견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정세균-박지원 연대설 등을 비롯해 비노 진영에서 김부겸 전 의원을 띄워, 문 비대위원의 당권 장악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비노 측 한 의원은 “당권 도전에 나서겠다는 것에 대해 막을 수는 없지만 과거 ‘문재인-이해찬 담합’ 때보다 더 큰 논란을 부를 것이다. 결국 문 비대위원이 출마하는 것은 당을 분당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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