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 방북] 동교동계가 밝히는 숨겨진 진실

2014-11-17     박형남 기자

김양건 “이희호 여사 방북 초청 여전히 유효하다”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번 방북 추진에 박근혜 대통령이 비중있는 역할을 한 만큼 ‘대통령 친서’가 이 여사를 통해 김정은 측에 전달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부에서는 ‘비공식 특사’라며 경색된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동교동계 측에서는 “방북 명단 등 구체화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오히려 대북 인도적 차원에서 방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북한 아이들이 상당히 어려운 처지에 있어, 겨울 같은 추운 시기 모자와 목도리 겸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짰다. 북한을 한 번 갔다 왔으면 좋겠는데 대통령께서 허락해줬으면 좋겠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달 28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언제 한번 여사님 편하실 때 기회를 보겠다”고 화답했고, 지난 6일 방북을 승인했다.

확대해석에 신중

정부가 이 여사 방북을 위한 대북 접촉을 승인하면서 ‘이희호 역할론’이 대두되고 있다. 경색국면에 있는 남북관계에 물꼬를 틀 것이란 관측과 함께 이 여사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간의 면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 여사는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조문차 방북했을 당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위로하기도 했다.

특히 방북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이하 통준위) 사회문화분과위원장인 김성재 김대중아카데미 원장이 동행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가 동행하면 7월 출범 이후 통준위 관계자가 북한을 첫 방문하게 된다.

또한 방북 길에 중량감 있는 인물이 더 동행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온다. 남북관계의 상징적 인물이 동행하면 이번 방북은 단순한 인도 지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될 수 밖에 없다.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이 여사 방북 추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봤을 때 ‘대통령 친서’가 이 여사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른바 박 대통령의 ‘비공식 특사 역할론’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이럴 경우 5·24조치 등 남북관계 현안에 관한 박 대통령의 뜻을 전달, 경색된 남북관계에 새로운 물꼬를 틀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방북 동행 가능성이 높은 김성재 원장은 확대해석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중론을 설파했다.

그는 [일요서울]과의 전화통화에서 “언론에서 확대해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순수한 대북 인도적 지원 차원에서 방문하는 것”이라며 “지난주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 측에 이 여사가 영유아용 겨울용 모자와 목도리를 전달하기 위해 방문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방북 명단 등에 대한 북한의 응답이 전혀 없다”며 “구체화된 내용이 없는 상황이라 북측과의 협의를 해야 한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북한에 억류 중인 김정욱 선교사(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입북했다가 붙잡혔다.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기소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의 신병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감안, 미국인 케네스 배 등 2명을 석방한 것처럼 이 여사 방북을 통해 김 선교사를 석방할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 여사의 방북 형식이 김 선교사 석방에 적절하다는 평가가 많을 뿐 아니라 비정치적 사안과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섣부른 관측만 있을 뿐”이라며 “방북 성사 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여사의 방북이 성사되다면 순수한 대북 인도적 지원 차원을 뛰어넘어 경색된 남북 관계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여사의 방문을 계기로 ‘박근혜-김정은 남북정상회담’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열려 있을 뿐 아니라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방북 무산 가능성 없어

상황이 이런 가운데 이 여사의 방북과 관련한 남북 간의 협의가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에서는 대북전단 살포 문제와 북한인권결의안 등 문제로 속내가 복잡한 북한이 이 여사의 방북을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여사 방북이 무산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 한 관계자는 “무산될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며 “북한의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답변이 늦어지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때 조문차 방문했을 때 김 위원장은 ‘언제든지 오시라’고 했다”며 “김 전 대통령 서거 5주년 때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 담당비서가 조화를 보내오면서 ‘이 여사의 방북 초청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북한 내 상황 때문에 답변이 늦어질 뿐 무산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한편, 김대중평화센터가 개최한 불우이웃돕기 작품전시회에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이 방문하면서 이 여사의 방북 분위기가 무르익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김대중평화센터가 지난 12일부터 서울 인사동의 한 갤러리에서 연 작품전시회 개회식에 이 여사, 권노갑 상임고문, 박지원 의원, 김옥두 전 의원 등 동교동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이로 인해 청와대와 동교동계 사이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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