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 강경파] 조기 전대 치러서라도 비박계 공천 막겠다

2014-11-17     홍준철 기자

20대 총선전 김무성 흔들기 ‘카드는 남아 있다!’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지난 7월 치러진 새누리당 전당대회는 공식적으로 친박 비박 간 첨예하게 대결을 벌인 장이었다. 결과는 비박계 김무성의 승리로 종결됐다. 전당대회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지만 박심은 없었다. 이후 비박계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김 대표 뿐만 아니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중앙정치에 입성했다. ‘개헌전도사’로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이재오 의원의 입김은 강해졌다. 또한 당내 혁신위가 비박계로 채워지고 조강특위 구성에 따른 ‘친박계 원외인사 물갈이론’이 확산되면서 친박계는 더욱더 움츠려들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박계가 반격의 신호탄으로 김태호 사퇴 카드와 반기문 대망론을 띄웠다. 김 대표를 고생시켰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친박계의 김무성호 흔들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20대 총선전 친박계가 제3의 반격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박근혜 출범 1년이 되는 올해초만 해도 친박계 전성시대였다. 이명박 정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여당내 야당’ 역할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친박계가 당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 총선 이후 명실상부한 ‘박근혜당’으로 우뚝선 친박계는 당권·대권을 다 거머지면서 야당으로부터 ‘청와대 여의도 출장소’, ‘대통령 거수기당’이라는 조롱마저 받을 정도였다. 이 당시 황우여 당 대표를 비롯해 최경환 원내대표, 윤상현 수석부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감재원 전략기획위원장 등이 당 지도부에 포진해있었고 과반수가 넘는 초재선 의원이 ‘박근혜 키즈’로 남아있었다.

친박계 전성시대 지자 반격의 시대?

그러나 친박계 일색의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와 7.14 전당대회 그리고 7.30재보궐 선거를 거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 비박계 인사들이 부상하기 시작했다. 전당대회 전초전 성격으로 평가받던 서울시장 경선에서 친박 김황식 후보와 비박 정몽준 후보의 맞대결은 싱겁게 정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는 7.14 새누리당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대에서도 비박계 김무성 후보가 친박계 원로인 서청원 후보를 당초 예상보다 크게 이기면서 당내 분위기는 바뀌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친박계의 위기 의식은 ‘여의주를 품을 잠룡’이 부재하다는 데 있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 6.4 지방선거에서 당내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때였다. 인천 유정복 후보를 제외한 서울 정몽준, 경기 남경필 경남 홍준표 대구 권영진, 제주 원희룡 등 비박계 후보들이 친박계 후보를 거꾸러뜨리고 승리했다. 박 대통령의 ‘2인자를 없다’는 정치 철학이 역으로 ‘인물난’으로 이어져 오히려 비박계 전성시대를 낳는 단초로 작용한 셈이다.

그 중심에는 단연 김무성 당 대표가 존재했다. 김 대표는 대표직에 오른 이후 ‘이제 더 이상 친박 비박은 없다’고 일성을 했다. 하지만 친박계 입장에서는 ‘박근혜당’에서 ‘김무성당’으로 탈바꿈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게 받아들여졌다. 이런 친박계의 우려감은 현실이 되고 있다. 김 대표는 당 대표에 당선되자마자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이정현 의원이 호남에서 당선돼 지명직 최고위원직을 내줘야 하는 처지에 몰렸지만 그때뿐이었다.

김 대표는 당장 비박계 대표주자이자 차기 대권을 꿈꾸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보수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당 개혁의 선봉장으로 내세웠다. 당장 친박계 인사들이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지만 20대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당 대표에게 섣불리 공격을 하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을 당시 경기도지사 출마를 종용받았지만 이를 거부함으로써 ‘앙금’이 남아 있는 인물이었다.

김 위원장의 입성으로 김 대표는 든든한 우군이자 경쟁자를 휘하에 거느리면서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렸다. 보수혁신위원의 인적 구성 역시 친박계는 거의 배제하다시피하고 비박계로 채워졌다. 20대 총선을 대비해 조직정비에 나선 조직강화특위 역시 ‘현직 당무감사’로 친박계와 갈등이 있었다. 이재오 의원의 오른팔격인 이군현 사무총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는데 현역 친박계의 반발로 현역 의원들의 당무감사는 배제됐다.

그러나 친박계 원외인사들의 물갈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 요직이 비박계 인사로 채워지는 동안 친박계 대부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이나 ‘박의 남자’ 이정현 최고위원은 크게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았다. 서 최고는 간간히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냈지만 크게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두 인사가 김 대표에게 동시에 쓴소리를 낸 것은 김 대표의 ‘개헌발언’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국정감사 중에 10여명의 현직 국회의원과 중국에 방문한 자리에서 ‘정기국회 이후 개헌논의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밝혀 친박계는 발끈했다. 개헌론 언급 자체가 모든 이슈를 잡아먹는 블랙홀인데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현직 대통령의 힘을 빼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개헌론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힌 지 얼마안 돼 터져나온 여당 당 대표의 개헌발언 후폭풍은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를 계기로 친박계는 그동안 숨죽여 지내다시피한 전략을 수정해 본격적으로 김 대표 흔들기에 나섰다. 더 이상 신인 당 대표로서 예우와 공천 배제에 대한 두려움에서 벗어나 개헌론 발언을 기화로 ‘십자포화’를 쏘기 시작했다. 서 최고위원을 비롯해 이 최고위원도 팔을 걷어부치고 반격에 나섰다. 친박계의 본격적인 반격은 비박계 또다른 잠룡인 김태호 의원의 ‘최고위원직 사퇴’와 ‘반기문 대망론’으로 나타났다.

친박계 연이은 견제구, ‘끄떡없는’ 김무성

갑작스런 김 최고 위원의 사퇴 선언 당시 여권 내에서는 ‘검찰 사정설’부터 ‘청와대 총리 빅딜설’, ‘친박계 배후 조정설’등 각종 확인되지 않는 ‘카더라식 소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 대표를 사면초가에 빠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친박도 아닌 같은 비박 출신인 김 최고위 사퇴는 최고위원 인적 구성에서 친박 비박 동률을 이뤘지만 김 최고의 공석으로 친박계 우세로 돌려놨다. 친박계가 장악하고 있는 전국위에서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할 경우 친박계 인사가 당선될 공산이 높았다.

또한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최고 위원이 동반 사퇴할 경우 김 대표는 헌정상 100일 만에 당 대표에서 물러나는 최단명 인사가 될 수도 있었다. 바짝 긴장한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을 붙잡을 수밖에 없었고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 끝에 김 최고의 사퇴 번복을 이끌어내면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살아있는 권력과 당내 친박계의 파워를 실감한 사건이었다.

김 최고의 사퇴 사건과 동시에 친박계는 또 다른 ‘김무성 견제카드’로 ‘반기문 대망론’을 노골적으로 흘렸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을 하는 날 포럼을 개최해 해석을 분분하게 만들었다. 대표적인 친박계 모임인 ‘국가경쟁력강화포럼’은 10월29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초청, ‘한국경제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포럼을 한달전 예고했다.

위축되는 친박계 세를 과시하고 결집하자는 속내가 묻어났다. 하지만 비박계와 세싸움으로 비쳐질 공산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최 장관의 초청은 취소하고 경제 전문가로 대체할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상하이 발 개헌발언으로 친박계는 ‘2017년 차기 대선 지지도 판세-반기문 총장 출마 가능성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중심으로’라는 제하로 세미나 주제를 급변경했다. 그것도 박 대통령이 경제 회생 의지 천명을 위해 국회를 방문한 당일, 레임덕을 가속화시키는 세미나를 강행했다.

친박계의 이런 무리한 ‘반기문 띄우기’는 당연히 ‘김무성 대망론’의 견제 성격이 강했다. 친박 내 차기 대통령감이 부재한 상황에서 외부 인사를 끌여들여 비박계 잠룡, 특히 김 대표를 겨냥한 견제구였던 셈이다. 여기에 반 총장과 서 최고위원의 측근인 노철래 의원과 친분이 알려지면서 ‘친박-반기문 대망론’도 그럴듯하게 퍼졌다.

그러나 김 최고의 ‘12일 만의 여의도 회군’과 마찬가지로 친박 내 ‘반기문 띄우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히려 김 대표를 도와준 사람은 여당내 비박계가 아닌 야당으로부터 나왔다. 새정치연합 권노갑 전 고문은 11월3일 자신의 회고록 ‘숙명’ 출판기념회장에서 “반 총장 측근들이 새정치연합 쪽에서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반 총장 측근이 여당 내 친박계만 아니라 야당 인사들까지 접촉했다는 말이 돌면서 ‘반기문 카드’는 김 대표 견제구 성격을 희석화했다. 반 총장 또한 11월4일 보도자료를 통해 “정치에 관심 없다”, “유엔사무총장 직무수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등 선을 거 ‘반기문 카드’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친박 강경파, ‘조기전대’, 온건, “때를 기다리자”

이에 친박계 내에서는 김 대표의 전권을 방지하기 위한 제3의 비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단 친박 내 강경파에서는 서청원, 이정현, 김을동 등 친박계 최고위원 자진 사퇴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친박계 한 핵심 인사는 “김태호 최고가 명분없이 나갔다 다시 복귀했지만 공천과정이나 개헌논의 과정에서 김 대표의 친박 죽이기와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 노골화되면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카드”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조기전대 개최를 감수하고라도 비박계 공천을 막겠다는 심산이다. 반면 친박내 온건파 인사로 분류되는 한 고위 당직자는 “오히려 김 대표를 대놓고 압박하기보다는 김 대표 정치 성향상 스스로 실책을 범할 가능성이 높다”며 “그 때가서 대응하면 된다”고 이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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