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은 실세’ 정윤회씨를 둘러싼 루머 진상

“비선 실세라는데…” 야권 인사들도 ‘정씨’ 접촉 시도

2014-11-10     박형남 기자

공공기관장 A씨 ‘정씨가 도와주고 있다’ 발언, 여의도 ‘발칵’
역술인 이씨 이권 사업 개입 실형…여의도 비슷한 사례 속출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의 인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비선 라인’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그 중심에 늘 정윤회씨가 등장했다. ‘김기춘-3인방 권력암투’, ‘박지만-정윤회 미행’ 등으로 논란이 계속되면서 비선 라인 존재 여부에 대한 의혹이 갈수록 불거졌다. 그리고 최근 산케이신문이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사건 발생 당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박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하다고 지적한 뒤 ‘정권이 혼탁해질 만한 사태’라는 표현을 써가며 마치 비선의 누군가를 접촉한 것처럼 보도했다. 이번에도 핵심은 정윤회씨다. 최근에는 정 씨가 ‘호박 사랑’ 등과 함께 독도를 방문한 사실까지 밝혀졌다. 정 씨에 대한 실체가 서서히 베일을 벗으면서 그를 둘러싼 갖가지 소문들이 하나둘씩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한편, 정씨가 만난 역술인에 대한 실체까지 드러나면서 정치권에선 때 아닌 정 씨를 팔아 이권을 챙기는‘사짜(브로커)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박근혜 정부의 그림자 실세로 불리는 정윤회씨가 산케이 신문 보도 이후 다시금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역술인을 만난 사실이 보도되면서다. 정 씨는 지난 8월 독도에서 열린 음악콘서트에도 참석했다. 정 씨는 독도관리사무소에 제출한 독도 입도(入島) 허가서에 ‘정윤기’라는 가짜 이름을 쓰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의 공식 팬클럽인 호박가족의 회원들과 함께 선거대책위원회에 참석했던 대학교수, 박 대통령의 의상을 담당했던 디자이너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들도 후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그의 이력도 하나둘씩 밝혀졌다. 당초 서울고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던 정 씨가 서울고 부근에 있었던 보인상고를 졸업한 사실도 밝혀졌다.

정 씨가 “정치권을 떠나 양인으로 지내고 있다”는 말과 달리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그룹 인사들과 어울려 대중에 노출된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친박 핵심 실세가 지방에서 정 씨를 만났다는 얘기가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 씨가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유지해온 것 아니냐는 얘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10년 전 찌라시 다시 돌아 무슨 내용 담겨 있나

정 씨에 대한 인사 개입 의혹이 갈수록 불거지면서 10여 전 나돌았던 정 씨와 박 대통령 관계를 둘러싼 내용의 찌라시 등 다양한 ‘설’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의 실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 내용에는 정 씨가 비서실장을 맡아 오른팔 역할을 했다는 것과 의원회관 내에서 목격됐던 박 대통령과 정 씨 모습, 의원회관 내에서 나돌았던 소문에 대한 것들이 담겨져 있다.

정 씨와 관련된 찌라시가 다시 회자되는 것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로 인해 ‘비선 실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기 위해 나도는 것 같다”고 추측했다.

특히 정 씨가 ‘인사 개입’을 했다는 소문이 여의도 주변에서 나돌기도 했다. 공공기관 사장으로 임명되기 전 A씨가 사석에서 “정 씨가 나를 추천했고, 도와주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여의도가 발칵 뒤집혔던 것이다. ‘설’로만 나돌았던 정씨의 인사 개입 의혹이 A씨를 통해 확인되면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비선 라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 즉, 정 씨가 막후 실세라는 얘기인 셈이다.

이러한 소문이 여의도 안팎에 급속도로 퍼지면서 새누리당 인사들은 그 발언의 진위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결국 A씨는 주변 지인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사실이 아닌 음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만 더 가중됐다.

급기야 정 씨에게 ‘줄대기’를 하려는 이들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정 씨가 이혼하기 전, 서울 강남에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세입자로 들어가 정 씨에게 줄을 대려고 한 이들도 있었다”며 “우연을 가장해 정 씨를 만나려는 이들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또 정씨가 각종 이권 사업에도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을 만큼 ‘보이지 않는 실세’로 분류되다 보니 야권 인사 등 전직 정치권 인사들도 그에게 줄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만회’로 불리는 정씨 주목받는 이유는

도대체 ‘비선 실세’로 주목받는 정 씨에게 접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 씨가 자주 거명되는 이유는 과거 박 대통령과의 인연 때문이다. 정 씨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건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 때부터다. 정 씨는 선거를 도왔고, 박 대통령은 초선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정 씨는 박 대통령의 입법 활동을 돕기도 했다. 현재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필하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안봉근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박근혜 의원실 보좌진으로 등록할 때 정 씨가 함께 일했다. 또 2002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탈당,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할 땐 비서실장이기도 했다. 지난 2007년 당시 강남팀, 마포팀에 정 씨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이 때문에 정 씨의 장인이었던 최태민 목사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맏딸 박근혜와 알고 지냈고 이 부분이 검증단계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일부에선 이를 계기로 서로 인연을 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정윤회가 박지만 회장을 미행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구설수에 올랐고, 각종 인사 때마다 끊임없이 정 씨가 거론됐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안대희 문창극 또 지금 청문보고서를 보내온 장관과 국정원장 등의 내용을 보더라도 도저히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추천도 비선라인에서 했다”고 주장했다.

역술인-정 씨 관계로 인해 여의도 ‘사짜주의보’ 발령

이어 “‘만만회(이재만의 ‘만’자와 박지만의 ‘만’자 그리고 최태민 목사 사위인 정윤회씨의 ‘회’의 끝자를 모은 것)’라는 것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실체를 지목했다. 정부 부처 인사 때마다 ‘깜짝 인사’가 발탁돼 비선 라인이 주목을 받아왔다. 이 때문에 그에 대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편, 정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역술인 이 씨를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의도 내에서는 때아닌 ‘사짜 주의보’가 내려졌다. 이씨는 2006년 정씨로부터 사업가 유씨를 소개받은 뒤 특정인을 법정 구속시켜 주는 대가로 4억여 원을 챙긴 혐의로 기소돼 실형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때에는 이희호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이권을 약속했다가 구속됐다. 특히 이 씨는 최근에도 정 씨나 청와대를 거론하며 주변 사람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한 뒤 돈을 요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정권 실세를 팔아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 피해를 보는 이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노려 ‘문고리 3인방과 친하다’며 인사 청탁을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액도 1천만 원 이상 요구하는 경우도 번번이 발생하고 있다.

더구나 “이 금액으로 부족하다. 로비를 하는 데 돈이 더 필요하다”는 방법으로 계속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사기 행각에 당한 이들은 주변 지인들에게 토로했고, 청와대 민정팀에서도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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