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만원짜리 아모레퍼시픽 주식의 비밀

황제주 액면분할 않는 이유 “소액주주 반기지 않아서…”

2014-11-03     김나영 기자

1년 만에 140만 원 넘게 올라…서 회장은 주식부호 2위
“이대로도 아쉬울 것 없어”…개인투자자 친화정책 ‘NO’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유가증권시장 황제주 1위에 등극한 아모레퍼시픽이 액면분할 가능성을 부인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2월 31일 주당 100만 원이던 주가가 올해 들어 130% 급등하면서 지난달 31일 현재 230만 원이 됐다. 그러나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액면분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 이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지난해 연말 주당 100만 원을 찍은 데 이어 지난 8월 다시 200만 원을 넘어서는 등 파죽지세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 230만 원이다. 같은 달 23일에는 장중 265만4000원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0월 31일 종가가 87만 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무려 3배에 가까운 고속성장이다.

당시 주가가 단기급등하면서 액면분할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라고 아모레퍼시픽 관계자가 언급한 것이 지난 8월이다. 하지만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 현재로서는 액면분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지난달 22일 밝히면서 그 이유에 대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굳이 쪼갤 필요성 못 느껴

액면분할은 기존 발행주식의 액면가액을 일정비율로 쪼개 주식수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발행주식수와 주가를 곱한 시가총액에는 변동이 없지만 주당 단가를 낮춰 거래량을 늘리고 주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동반한다.

특히 소액투자자들의 입장에서는 비싼 주가가 저렴해졌다는 이유로 심리적인 접근성이 높아진다. 이렇게 되면 일시적으로 주식 회전율이 올라가 주가도 함께 오르는 경우가 많다. 액면분할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기업 오너의 입장에서는 타사와의 합병 등을 제외하면 당장 주가를 끌어올려야 할 만한 이유가 없다. 물론 자사주 지분이 많은 오너의 경우 개인의 자산가치가 상승한다는 점은 매력적이지만 경영승계에 따른 상속세를 고려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 소액주주 친화정책을 펴는 것은 보통 일은 아니다. 주주총회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생기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갑자기 거래량이 활발해지면 보유지분 전략 면에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몽구 제친 주식가치 상승

이러한 점들은 아모레퍼시픽 주가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또한 황제주에서 느껴지는 소위 잘 나간다는 이미지는 주가에 지속적인 플러스 요인이 된다. 액면분할도 주가상승 요인 중 하나지만 황제주 이미지 역시 홍보효과와 더불어 가치를 제고시키는 것이다.

그 결과 서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도 수직상승하면서 국내 주식부자 2위를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서 회장이 보유한 아모레퍼시픽과 지주회사 아모레G(아모레퍼시픽그룹) 주식 가치는 지난달 22일 기준 7조1338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5조8139억 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1위는 여전히 이건희 삼성 회장의 10조989억 원이지만 최근 삼성 그룹주의 주가하락으로 규모가 다소 축소될 수 있다.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지분 9.08%와 아모레G 지분 51.35%를 보유하고 있어 지주회사 기반이 보다 탄탄하다.

결과적으로 아쉬울 것이 없는 서 회장인 만큼 현재로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액면분할이 요원해 보인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더 올라도 액면분할 가능성이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서 회장이 주가에 그리 신경쓰는 타입도 아닐뿐더러 개인보다는 외국인 주주들에게 비중을 더 두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에서는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황제주가 액면분할을 해주기 원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서 회장의 스타일로 보았을 때 아모레퍼시픽이 소액주주 친화 정책을 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