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후 불심검문 왜 늘었나

지금은 경찰 통제·감시시대

2014-11-03     오두환 기자

현행법상 범죄 혐의가 있을 때만 불심검문 가능
통행의 자유 제한하는 위헌·위법적인 공권력 남용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광화문이나 청와대 주변에서는 경찰들이 순찰을 도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가까이에 청와대가 있고 각종 관공서와 대사관 등이 밀집한 만큼 이들의 모습이 크게 거부감이 들기보다는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지난 몇 달 동안 이들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멈춰 세우고 불심검문을 하는 경우가 자주 목격됐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경우도 경찰이 차를 세워 행선지를 묻곤 했다. 경비를 위해 당연하다. 범죄의 혐의가 없어 보이는 일반인들을 붙잡고 행선지를 묻고 불심검문을 하는 모습은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2012년 약 218만 건 올해 8월 기준 약 582만 건

경찰에 의해 불심검문을 받게 되면 많은 사람들은 위축감을 느낀다. 심지어 위협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반대로 경찰에게 항의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무수행 중인 경찰의 요구를 거부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경찰의 신원조회 건수가 과거에 비해 급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보공개센터가 공개한 서울경찰청 휴대용신원조회기 조회현황에 따르면 특이한 점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부터 서울시내 신원조회 건수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2012년에는 총 218만 2021건의 신원조회가 이루어졌는데 2013년은 총 472만 3077건의 신원조회가 이루어졌다. 전년도 대비 약 2배정도 증가한 수치다. 2014년은 8월까지 총 582만 1411건으로 이미 2013년 1년 동안의 수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배자 신원조회의 경우 2012년 65만 810건, 2013년 142만 4244건, 2014년 8월까지 193만 8265건이었다. 차량조회의 경우 2012년 153만1211건, 2013년 329만 8833건, 2014년 8월까지 388만 3146건으로 신원 및 차량조회 모두 증가 추세다.

서울 시내서 한 달 평균 약 4431명 신원조회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시내에서 한 달에 몇 명의 조회가 이루어졌는지도 알 수 있다. 월평균 조회건수를 보면 2012년에는 한 달에 1,749명 정도의 시민이 신원조회를 당했다. 2013년은 월평균 3,829명 정도의 신원조회가 이뤄졌으며, 올해 8월까지는 한 달 평균 약 7816명 정도의 신원조회가 이루어져 매년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4년 월평균 신원조회건수를 살펴보면 세월호 참사로 인해 유병언 일가에 대한 수배가 이루어진 이전과 이후의 조회건수가 급격하게 차이가 났다. 2014년 1월부터 3월까지는 서울시내에서 한 달에 4431명 정도의 신원조회가 이루어진 반면 4월부터 8월까지는 한 달에 9846여 명의 신원이 조회된 것으로 밝혀졌다.

청와대·광화문 일대 신분조회·집회금지 집중

정보공개센터 외에 새정치민주연합 박남춘 의원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경찰서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경찰 휴대용 신원조회기 조회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1~9월 종로경찰서는 8066건을 불심검문하면서 개인 신원을 조회했다. 이는 2012년 같은 기간 6085건에 비해 32% 늘어난 수치다. 올해 같은 기간의 경우 2012년 같은 기간에 비해 5배가 넘는 3만2029건의 불심검문이 이뤄졌다.

종로경찰서는 청와대 앞 광화문 일대를 관할하고 있다. 종로경찰서의 신원조회 건수가 급증한 것은 세월호 참사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과거의 5배에 이르는 신원조회건수는 지나친 검열이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박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로경찰서는 지난해에는 3,102건의 집회ㆍ시위 신고에 대해 47건만 금지(금지율 1.5%)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7월 현재 2,815건 중 151건을 금지(금지율 5.3%)했다.

임기 첫해 촛불사태 후 집회를 강력히 통제했던 이명박 정부 때의 금지율 1~2%보다도 훨씬 높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는 재산상 피해나 공공질서의 위협이 명백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허용을 해주도록 돼있다. 하지만 경찰은 시위의 위험성을 자의적으로 판단해 집회들을 금지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 금지통고의 상당수는 청와대 인근에 집중돼있다. 경찰은 주로 집시법 상 ‘생활 평온 침해’를 이유로 들고 있으나 경복궁역 주차장 입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 등 주거지로 볼 수 없는 곳도 대거 포함돼 있다.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

서울시내 신원조회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경찰이 범죄 예방이 아닌 통제와 감시를 위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유병언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수배 이외에도 세월호 참사 이후 광화문과 청와대 주변 시민들을 감시하는 경찰을 빈번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결국 경찰의 신원 조회는 감시의 목적이 강하다.

경찰은 현행법상 범죄 혐의가 있을 때에만 불심검문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은 불심검문의 법적 근거로 경찰관직무집행법 3조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는 조항을 들어 직권 남용해 통행을 제약하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청와대 인근을 지나는 시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는 얘기다. 국민의 안위를 지켜야 할 경찰이 국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고 있다면 그들은 누구를 위한 경찰인지 한번쯤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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