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달러 미국 원정도박 ‘큰 손’ 인사들 입체 추적
편법으로 빼돌린 외화자금 카지노 원정 도박에 ‘올인’
2008-03-05 윤지환 기자
지난 연말과 설 연휴에 국내 유명 기업체 회장 등 재벌가 사람들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수천만 달러에 이르는 도박판을 벌였다는 목격담이 미국 한인사회는 물론 국내에까지 나돌고 있다. 이들 뿐 아니라 인기절정의 유명가수, 영화감독, 배우, 개그맨 등 연예인들까지 카지노에서 도박을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주로 미국의 MGM그랜드호텔, 벨라지오호텔, 윈호텔 등 유명호텔 카지노장에서 도박을 즐겼다는 것. 이들 유명 호텔들은 세인들 이목을 두려워하는 VIP들을 위해 최근 하이리미트(Hight Limit) 게임 룸을 따로 만들어 한국인을 비롯해 유명 도박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하이리미트룸은 VIP게임 룸 안의 또 다른 별실로 완벽한 보안이 유지되는 곳이다. 때문에 일반인들은 물론 심지어 호텔 안의 다른 일반 호스트들조차 방문객과 게임내용을 모를 정도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소식통이 전하는 명단을 보면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거액의 베팅을 한 기업인들은 하나 둘이 아니다. 국내 굴지의 건설회 회장, 유명 IT업체 사장 이름 등이 들어 있다.
또 연예계 유명 인사로는 K감독, 인기가수 S씨가 소속된 한 대형 기획사의 Y모씨, 코미디언 K모씨 등이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카지노 호스트 충격 증언
최근 불거진 유명 인사들의 도박 사실은 카지노장에 일하는 한 교포호스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귀띔이다. 이 호스트는 한국인들이 자신을 이용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품고 한국고객명단을 흘렸다는 것. 명단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자 현지 한인언론들은 발 빠르게 사실 확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거물급 인사들의 도박사실이 줄줄이 확인되고 있다.
한 한인주간지가 전하는 바에 따르면 거론되는 사람들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벤처사업가로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K모 회장이 미라지호텔에서 2천만 달러 규모의 도박판을 벌였고, 모 건설사 대표인 K모 회장, 서울 서초에 있는 건설업체 C모 회장도 얼마 전 M호텔과 V호텔 등지서 거액의 바카라게임을 즐겼다.
미국에서 400대 부자대열에 오른 K회장은 아시아계 톱 부자 대열에도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K회장은 지금까지 700만 달러(약 650억원), C 회장은 200만 달러(약 183억원) 정도를 날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명연예인들도 미화 50만 달러(약 45억원)~100만 달러(약 93억원)를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이 많은 외화를 어떻게 그곳까지 갖고 갈 수 있었는지는 잘 밝혀지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더해준다. 정상 절차로는 힘든 실정이어서 새 정부출범을 계기로 이들에 대해 손을 볼 경우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거액의 도박을 즐긴 연예인들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이는 Y씨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즐긴 연예인으로 한때 인기가수 S씨와 활동한 적 있는 Y씨는 현재 제작자로 변신한 사람으로 연예계에서 신인 발굴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 도박자명단엔 K감독도 들어있다. 국내 영화계에서 ‘흥행제조기’라고 알려진 그는 지금까지 여러 편의 히트작을 냈고 파격적인 연출로도 유명하다. 그는 현재 다음 작품을 준비하면서 미국을 오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도박꾼’이라고 소문난 코미디언 A씨도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주 눈에 띄는 사람 중 하나다. 방송활동을 뒤로하고 다양한 사업을 통해 큰돈을 번 그는 ‘도박중독자’라고 표현될 만큼 카지노애호가다. 하지만 그는 아직 한 번도 단속에 걸린 적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카지노장마다 한국인들 북적
유명 인사들의 카지노 출입사실이 현지 한인사회에 퍼지자 이를 경계한 큰 손들은 최근 미국카지노를 멀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아예 카지노에 발을 끊은 게 아니다.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대안은 마카오다. 마카오의 카지노호텔들은 최근 시설과 서비스를 한 단계 높여 라스베이거스 부럽지 않은 카지노타운을 이루고 있다. 더구나 거리도 한국서 가까워 찾는 이들이 해마다 느는 추세다. 골프, 도박, 사우나로 이어지는 관광 상품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다. 마카오에서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박장은 리스보아호텔의 대형 카지노다.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은 한국 사람들 수가 적잖아 한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라고 한다.
이곳을 찾는 한국도박사들은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도 많다. 카지노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면 짐작 할 수 있다. 젊은 여성들이 마카오에서 돈을 탕진한 것도 모자라 현지에서 성매매로 도박자금을 충당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이런 내용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을 만큼 흔한 사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마카오에서도 유명 인사들을 봤다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마카오카지노에서 자주 목격되는 인물로 거론되는 이는 연예인 P씨다. 그는 주변사람의 눈을 의식 않고 다양한 여성파트너들과 카지노를 즐기고 호텔방으로 사라진다고. 지난 1월엔 호트스에게 팁으로 200만원을 주기도 했다고 소문나 있다.
P씨는 하룻밤에 1000만~ 3000만원을 쓰며 이틀 쯤 마카오에 머물다 간다고 현지소식통은 전했다.
이처럼 외화가 해외도박장에서 새고 있음에도 단속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어 비난이 자자하다. 갖가지 편법으로 외화를 빼돌리는 이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일일이 단속하기 힘들다는 통상적인 변명만 하고 있을 뿐이다.
검찰에선 미국과 마카오 등지를 드나들며 도박을 벌인 이들에 대해 내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눈치를 챈 당사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아울러 도박자금 마련을 위해 거액의 외화를 빼돌린 이들의 명단을 확보, ‘사실관계를 파악할 계획’이란 소리가 검찰주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조사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인사회에선 국부가 유출되고 있다며 우려의 소리가 높지만 정작 국내에선 이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어서 앞으로도 수많은 외화가 해외도박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