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의 새정치&헌정치』수술대 위에 새정치민주연합
과감히 도려낼 자신 없으면 호흡기를 떼라!
130석의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 중병을 앓고 있다. 호흡기만 떼면 사망에 이르는 위기 상황의 중환자- 새정치민주연합, 메스의 칼을 들고 있는 의사들의 처방은 처지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정작 수술도 하지 못하고 수술방식만 논의하다 환자는 죽어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수술대 위에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을 살리기 위해서 무엇을 도려내어야 할까? 제거해야할 심각한 암덩어리는 진정 무엇일까?
첫째, ‘친노세력의 패권주의’ 행태를 청산해야 한다. 정치에 계파는 불가피하다. 정치는 사람이 무리를 지어할 수밖에 없고, 무리가 곧 계파의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파가 정당의 공공의 관점을 버리고 사당이나 파당을 촉진하였을 경우 문제가 된다.
친노세력은 노무현정부를 탄생시키고 참여정부에서 일했던 인사들이다. 따라서 노무현정부가 끝났으면 좋던 싫던 정치세력으로서 전면에 서있지 않아야 한다. 차세대의 정치세력에게 정치적인 자산을 물려주고 지지 응원하는 세력으로 존재하는 것이 응당 옳은 일이다. 그것이 순리이다.
과감히 말하면 친노세력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장악하면 할수록 정권교체는 멀어져간다. 친노세력의 패권적인 모습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파당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며 역사는 역행을 방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10~20% 지지정당으로 고착화시켜 군소정당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현재 김대중 정부와 함께 했던 동교동계, 김영삼 정부와 함께 했던 상도동계가 정치세력으로서 어떠한가? 한 시대를 책임졌던 정치세력이 역사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은 당연한 순리이다. 끊임없이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면 할수록 역사를 정체시키는 퇴물세력이 되어가며, 추한 뒷모습만 보이는 꼴이 되어갈 뿐이다.
혹자는 “친노세력이 무조건 숨 죽여 지내야 하는 것은 연좌제 아니냐?”고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지역갈등 해소라는 시대정신을 일관 되게 추구하며 정치적 자산을 확보했지, 패거리를 지어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친노 세력이 정치세력으로서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노무현 전대통령의 정치적 정신을 계승하여 ‘미래지향적인 세력’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기 바란다.
둘째, 비열한 ‘지도부 흔들기’ 악순환을 청산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1년 동안 29번의 지도부가 교체되었으며, 지도부 임기는 평균 5개월 동안이었다고 한다. 선거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곧바로 지도가 교체되기 때문이다. 승률로 냉혹히 평가받는 프로야구 감독도 이보다 쉽게 교체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잘못된 전통은 정당생활을 하면서 소위 ‘동지의식’ ‘동업자 정신’이 없기 때문이다. 크고 작은 선거가 앞에 있으면 당권을 장악하지 못한 비주류는 오히려 내심 패배하길 바라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지도부에 건의해야 할 말을 언론에 대고 서슴없이 공격하여 흔들어대니, 지도부는 이 눈치, 저 눈치 보느라 모든 의사결정은 늦어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새누리당은 달랐다. 김무성 대표는 경쟁자인 김문수 전 지사를 혁신위원장에 배려하였으며, 지난 7.30재보선에서도 나경원 의원을 삼고초려로 공천하는 모양새를 갖췄다. 계파가 다르다고 소외시키지 않았으며, 지도부에 대놓고 막말을 하는 젊은 의원도 없다. 소위 ‘동업자 정신’이 살아 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7.30재보선에서는 천정배 전의원을 배제하려는 꼼수공천을 하다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되었으며, 계파 수장들의 비대위를 구성하면서도 전대통령후보였던 정동영 전장관은 배제하였다. 정당운영의 원칙도 반독재 민주화투쟁을 하던 민주당 시절의 동지의식도 없다. 가산도 별로 없는 집안이 그마저 얼마 안 되는 당내 정치적 자산을 배려하고 키우지는 못 할망정 서로 헐뜯고 배제하기에만 열중하고 있다.
셋째, 외부세력과 연대하면 승리한다는 ‘정치공학적 사대의식’을 청산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최대 선거전략은 ‘선거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매번 선거 때마다 어느 세력과 손을 잡고 창당 또는 연대를 할 것인지가 최대 변수이다. 다시 말하면 새정치민주연합 단독으로 선거에서 새누리당을 상대하여 승리하기는 불가능한 구조가 오래전부터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정당지지율이 어떤 상황에서도 30~40%를 견고히 지키고 있는데 반해, 새정치민주연합은 10~30%까지 정당지지율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즉, 새정치민주연합은 고정지지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 심각한 위기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당의 명칭이 지난 11년 동안 6번이 바뀌어 정치권에 있는 기자들도 야당의 정당 명칭을 헷갈리는 현실이니 국민은 어떻겠는가? 이래서 집권을 할 수 있는 정당이라고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는가?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는 선거 때만 되면 ‘보따리 장사’들이 있다. 정당 외부에 정치세력을 만들어 새정치민주연합과 선거연합을 하여 정치권에 진입하려는 자들을 말한다. 정당에 그대로 있는 것보다 일시적으로 외부의 신선한 세력으로 포장하여 정치권에 재진입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포장지만 바꾸어 몇 배의 장사를 해먹는 장사꾼들하고 뭐가 다른가?
새정치민주연합은 근본적인 ‘자체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안을 가져야한다. 장기적으로 2017년 대선을 넘어, 2022년 대선까지는 ‘자강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정당의 고정지지율을 30%이상은 만들어야 선거연합이 아니라 단독으로 새누리당과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새정치연합이 이렇게 되기까지 책임 있는 자들이 내놓는 셀프 수술방식은 그저 호흡기를 차고 연명하자는 것 뿐이다. 썩어가는 암덩어리는 놔두고 피부색을 가지고 남의 탓을 할 것이 뻔히 예상된다. 정권을 잃은 지 지난 7년 동안 반복되었던 일이며 야당의 슬픈 자화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을 수술하기 위해 메스를 들고 있는 집도의(醫)에게 주문하고 싶다. 과감히 도려낼 수 있는 진정성과 과단성 있는 수술을 할 자신이 없다면 차라리 호흡기를 떼어버릴 것을 말이다. <김상진 시사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