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압수 마약 찾아가세요" 공고내 '황당'

2014-10-28     이지혜 기자

[일요서울|이지혜 기자] 검찰이 마약사범에게 압수한 마약을 되찾아 가라는 공고를 내는 '실수'를 저지른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0일 대마초 흡연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A씨에게 대마 재배 용품을 찾아가라는 압수물 환부 공고를 낸 사실이 28일 확인됐다.

이는 대마 종자를 국제우편을 통해 밀수입하던 A씨에게 압수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대마 종자를 소지하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하지 못했다. 대신 A씨가 지난해 6월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에 A씨는 법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고 대마 흡연에 사용된 파이프 등 압수물은 몰수 처분됐다.

현행법상 범죄에 사용되거나 범죄로 발생한 물건은 몰수된다.

그러나 대마 종자는 처벌하지 못했기 때문에 검찰이 압수했던 대마 재배 용품들 A씨에게 반환해야 하는 절차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검찰은 A씨가 국내에서 출국한 사실이 확인되자 이를 찾아가라는 압수물 환부 공고까지 게재한 것이다.

또 검찰은 관련 서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A 씨의 대마 종자를폐기 처분하라"는 당시 수사검사의 지휘서를 뒤늦게 발견했다. 폐기처분이 내려진 지 6개월 만이다.

이 지휘서는 A씨의 수사기록에 포함돼 있었지만 공판검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부적절한 압수물이 피고인에게 반환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판결이 확정되고, 압수물 반환 공고가 게재되기까지 공판검사나 압수물 처분 검사, 이를 이행한 실무자 등 어느 누구도 재확인을 해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압수물을 돌려주기 직전 검사의 지휘를 받는 절차가 있기 때문에 부적절한 압수물이 반환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무 지침엔 압수물 반환 직전 검사 지휘를 받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은 없는 것으로 밝혀져 검찰이 군색한 변명으로 실수를 덮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검찰은 나중에 "이미 출국 상태인 A씨의 압수물을 폐기하기 위한 절차 중 하나로서 공고를 낸 것"이라며 다소 변경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선 검사의 경우 압수물 처분 상황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타성적인 업무처리 관행에서 비롯된 문제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수사에서 재판으로 기록이 넘어갈 때 수작업으로 (서류가)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 (지휘서가 누락되는)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