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고발] 서울메트로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 ‘꿀꺽’
54개역 티끌모아 3천만여 원 …피해는 소비자 몫
서울역 가장 많아…도덕적 해이 비판
징계는 ‘경고’ 끝…추가 범행 우려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시민의 발’이 돼야 할 서울메트로 역무원들이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직원 112명이 2009년부터 올해 6월까지 빼돌린 보증금은 3000만 원가량이다. 이들은 서울역과 잠실역, 홍대입구역, 왕십리역 등 54개 역에서 횡령을 저질렀다. 일부 승객들이 1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을 잘 돌려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미반환 보증금만 40억 원에 가까워 추가 범행도 우려된다. 더욱이 처벌 수위도 경고에 그쳐 서울메트로의 도덕적 해이가 수면 위에 떠올랐다.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 역무원들이 승객들의 보증금을 횡령하다 적발됐다. 직원 112명이 54개 역에서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을 빼돌린 것이다. 이들이 2009년 5월부터 올해 6월까지 빼돌린 교통카드 보증금은 3017만 원이다.
역별로는 서울역이 1561만 원으로 횡령액이 가장 컸다. 이어 잠실역 435만 원, 홍대입구역 429만 원, 왕십리역 131만 원 순으로 나타났다.
일회용 교통카드는 기존의 종이 승차권 제작비용을 절감하고, 매표 무인화를 실현하기 위해 2009년부터 실시됐다. 일회용 교통카드는 보증금제를 이용하고 있는데 승차권을 발급받을 때 지하철 승차권 비용보다 500원을 더 넣고 일회용 교통카드를 발급받은 후, 목적지에 도착한 뒤 보증금 환급기에 사용한 카드를 넣어 500원을 돌려받는 구조로 운용된다.
그런데 승객들이 돌려받아야 할 교통카드 보증금을 서울메트로 직원이 가로챘다. 이들은 승객들이 교통카드 보증금을 돌려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악용했다.
실제로 회수되지 않은 1회용 지하철 교통카드의 보증금은 5년 6개월간 75억7824만 원에 달한다. ‘일회용 교통카드 미회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발매된 일회용 교통카드 5억58만4751매 중 3.03%인 1515만6490매가 회수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서울메트로 직원들의 일회용 교통카드 보증금 횡령 논란은 지난 6월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서울역 부역장 장모씨는 2012년 5월부터 2014년 6월 4일까지 일회용 교통카드수십장을 반복해서 넣는 방법으로 총 677만2000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당시 서울메트로 측은 “보증금을 횡령한 직원은 장모씨 한 명뿐이다”며 “다른 역에서는 이 같은 일이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지하철을 이용해온 승객들은 실망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은 “역무원들이 승객의 보증금을 횡령하는 게 말이 되냐”며 “500원 하는 보증금을 빼돌려 3000만 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어이없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공금을 횡령한 112명과 관리감독자 70명 등 총 182명에게 징계처분을 했지만, 이 중 89%인 162명이 견책, 경고, 주의 등 경징계에 그쳤다. 일각에서는 횡령에 대한 처벌로 보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시스템 개선 진행
이번 논란을 계기로 또한 일회용 교통카드 운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발권 무인화 시스템으로 장애인과 노인, 외국인 등이 일회용 교통카드 발권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운영 취지에 상응하지 못하고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만 늘어난 셈이다.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교통카드 보증금 횡령 사건은 특정 역무원들의 개인비리가 아니라 조직적인 횡령인 것으로 나타났다”며“역무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함께 보증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서울메트로는 재발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서울시는 불필요한 손실을 막고 미반환 보증금을 줄일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는 등 교통카드 회수율 제고대책을 마련하고, 발권 무인화 시스템을 개선해야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의 도덕적 해이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앞서 서울메트로는 직원들의 평균근속년수, 보수 현황, 지배구조 등의 문제로 방만 경영, 도덕적 해이의 논란을 받아왔다.
특히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메트로 지배구조와 안전문제 등은 서울메트로의 무사안일과 부주의 등 도덕적 해이가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비용절감을 위한 외주화가 문제라기보다는 고임금과 소위 철밥통이라 불리는 근속년수, 외주를 둘러싼 부패와 유착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선 서울메트로의 지하철 안전예산이 3조3000억 원인 직원 성과급보다 낮다는 점을 문제로 꼬집었다. 고임금도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메트로 직원의 일인당 평균 임금은 6000만 원가량이다. 근속연수 역시 2011년 이후 공기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야말로 ‘철밥통’인 셈이다.
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충격 속에서 열린 이사회에서는 1600여 명의 대규모 승진을 예고해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뿐만 아니라 서울메트로는 2010년 이후 3년간 64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음에도 3년간 2000억 원의 임직원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때문에 서울메트로 경영진에 대한 견제역할을 제대로 못한다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공기업 특성 상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은 공기업 사외이사가 수행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의 사외이사는 안전, 교통, 경영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시민단체나 정치인 보좌관 출신들로 구성 돼 있다.
이에 서울메트로 측은 “문제가 있는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 “횡령 논란은 부정환급이 가능한 시스템에 문제부터 해결하고 있다”며 “이미 1단계 시스템 적용이 끝났으며 부정환급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용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에는 전직원들의 청렴교육이 계획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징계 수위가 낮다는 논란에 대해서는 “징계 수준은 서울시가 내린 처분이다”며 “서울메트로 측이 재심을 요구하거나 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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