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한 水’였는데 점유율 하락 충격
광동제약 삼다수 영광 어디로
영원한 1등 없다…경쟁사 도전 거세
음료 비중 큰 제약회사…정체성 모호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광동제약 (대표 최성원)이 생수 시장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광동제약 매출 일등공신으로 불리던 제주삼다수(이하 삼다수)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광동제약의 생수사업은 효자라고 불릴 만큼 매출 의존도가 높다. 매출도 제약회사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의약품 매출보다 비의약품(음료)가 더 높다. 이런 와중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이하 제주개발공사)가 삼다수 직영체제에 대한 계획을 품고 있는 것도 광동제약의 암초로 지목된다. 반면 롯데, 농심 등 경쟁사의 제품은 상승세를 타며 1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광동제약이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일반유통 판매권을 얻어 수도권 등지에 판매 중인 삼다수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삼다수의 현재 시장점유율은 42.5%다.
수치상으로만 볼 때 시장 점유율 40%가 넘는 것은 생수 시장에서의 삼다수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광동제약이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지난 1월부터 점유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46.3%였던 삼다수의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하다 42.5%까지 떨어졌다. 올해 1월 점유율과 비교할 때 3.8% 하락한 것이다.
그동안 광동제약은 2012년 제주개발공사로부터 유통권을 따낸 후 매출이 급증했다. 2012년 12월 삼다수 위탁판매를 시작한 이후 1년 만에 매출액이 3318억 원에서 4674억 원으로 40.8% 증가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이상 성장한 5200억 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광동제약이 매출 기준 국내 10대 제약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도 삼다수 효과 덕분이다.
때문에 삼다수의 시장점유율 하락이 광동제약에 미치게 될 타격은 클 것으로 예측된다. 생수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장기적으로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경영권을 물려받은 최성원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광동제약 전체 매출에서 삼다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지난 2분기 광동제약의 삼다수, 비타500, 옥수수수염차 등 음료부문 매출은 873억 원으로 전체의 63.2%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다수의 매출은 380억 원을 기록했다. 광동제약의 최고 히트작인 비타500과 비교하면 비타500의 170%에 달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하향 추세를 변함없이 지속한다면 내년 상반기 중에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이 30%대로 진입할지도 모른다”며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업계 내에서는 마트나 편의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PB제품을 포함할 경우 광동제약의 점유율이 30%까지 떨어졌다는 후문도 있다.
또한 제조사인 제주개발공사의 삼다수 물류 직영체제 전환 고려도 광동제약을 위협하고 있다. 계약기간 만료 후의 상황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제주개발공사 직영체제 전환하나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위탁판매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직영체제에 대한 얘기가 거론된 것은 사실이다”고 밝혔다.
이 같은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것은 광동제약이 제약회사로서의 정체성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우선 광동제약의 의약품 매출비중은 타 제약사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제약업계 평균 의약품 매출은 전체 50%를 넘어서지만, 광동제약은 30%에 그쳤다. 반면 광동제약의 비의약품(음료)의 매출 비중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투자 비중이 계속 줄고 있다. 광동제약은 2010년 연구개발비 비중이 1.8%였으나 2011년, 2012년에 들어서면서 1.6%로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1.2%로 더 떨어졌다. 올 상반기만 보더라도 지난해 1.2%에서 1.1%로 하락했다.
이렇다보니 제약업계 내에서는 “건강 드링크 제품이나 삼다수와 같은 생수의 매출 비중이 높은 반쪽짜리 제약회사다”며 “광동제약이라고 하면 물 장사 하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광동제약의 경우 삼다수에 대한 의존도가 큰 편이어서 판권이 만료되는 2017년 이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며 “광동제약이 내년부터는 의약품 부문에 매출 비중을 두고, 삼다수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야 매출급감 현상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농심 ‘백산수’, 롯데칠성음료 ‘아이시스’ 등 경쟁사의 제품 점유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농심의 경우 1998년부터 2012년까지 제주 삼다수를 유통해왔지만 재계약에 실패하면서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이 4.1% 줄어들 만큼의 타격을 입은 바 있다. 하지만 백산수 생산에 나선 지 2년여 만에 점유율을 5%대로 끌어올렸다.
농심 측은 오는 2015년에는 10%대 점유율 확보를 기대하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회사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인 2000억 원을 들여 신공장 기공식을 가졌다. 오는 2015년 9월 이후에는 기존 공장과 합쳐 연간 125만톤의 백산수를 생산·판매할 예정이다. 시장 점유율도 1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칠성음료는 백학음료라는 계열사에 130억 원을 투입해 생수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이밖에 남양유업도 리뉴얼을 통해 생수시장 경쟁력 강화에 착수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천수’라는 업체를 설립하고, 생수 생산라인을 인수해 생수 시설 투자를 늘렸다.
이들의 시장점유율을 수치적으로만 비교한다면 아직 삼다수와 비교하기에는 낮은 점유율이다. 하지만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고, 생수시장의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어서 광동제약이 1위 자리를 뺏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다만 광동제약 측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삼다수와 관련된 부분은 제주개발공사에 문의해야 한다”면서 점유율 하락에 대한 입장을 전하지 않았다. 또한 제약회사 정체성 논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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