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신규투자 중단 내막
벤처투자ㆍ인력감축 철수설
펀드레이징 전면 중단…운용펀드 12개 중 6개 곧 만료
인력도 절반으로 감축…PE부문만 보강해 얼굴 바꿀까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화인베스트먼트가 신규투자를 멈추다시피하고 관련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며 다시금 철수설에 휘말리고 있다. 벤처캐피탈업계에 따르면 한화인베스트먼트는 벤처투자전문 심사역을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할 예정이다. 앞서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잇단 외부기관 출자제의를 거절하고 신규투자를 위한 벤처펀드 결성을 중단하면서도 여전히 철수설은 부인 중이다.
한화인베스트먼트의 벤처투자 철수설은 그간 벤처캐피탈업계에서 공공연히 들려오던 이야기다. 한화인베스트먼트는 국내 50여 개 벤처캐피탈사 중 최상위권에 위치하는 투자회사다. 한때 가장 많은 투자실적을 기록하면서 신생 벤처기업들의 희망으로 떠오르기까지 했다.
펀드 대표매니저 등 핵심 운용인력 잘라
그러나 최근 한화인베스트먼트의 행보는 외부기관 출자제의 거절, 벤처펀드 조성 중단, 벤처투자 인력 감축 등 거의 철수에 가까웠다. 투자금을 들고 있는 기관들과 거리를 두며 신규 벤처펀드 생성을 중단한 것은 벌써 3년째다. 끊임없이 펀드레이징을 하며 투자금을 확보해 신규투자를 넓히는 타 벤처캐피탈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기존 벤처펀드의 만기도 모두 올해에 몰려 있어 내년이 되면 운용 중인 12개의 벤처펀드가 6개로 줄어든다. 그나마도 2018년에는 일부 벤처펀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해산될 계획이라 이름뿐인 투자사로 남게 된다. 한화인베스트먼트 측이 아무리 항변해도 업계에서 철수설이 나오는 이유다.
또 최근에는 벤처투자전문 심사역 8명 중 4명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며 사실상 퇴사시키는 수순을 밟고 있다. 이들은 해당 벤처펀드의 대표매니저 등 핵심 운용인력인 전문계약직으로 향후 펀드운용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투자기관 입장에서도 펀드 운용인력 교체나 축소를 반길 리 없다.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이를 알면서도 다소의 페널티까지 감수하며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셈이다. 이 같은 한화인베스트먼트의 움직임은 한화의 벤처투자 의지가 얼마나 줄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됐다.
앞서도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상반기에 신규 벤처펀드 결성을 준비하다가 돌연 중단한 바 있다. 해당 출자기관에 따르면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제안서 접수가 마감되기 직전 입찰에 불참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후부터 지금까지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신규 벤처펀드에 대한 모든 작업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한화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벤처투자 대신 사모투자(PE) 인력을 보충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초에는 벤처투자 인력 일부를 PE본부로 이동시켰다. 근래 계약만료를 통보받은 벤처투자 인력은 이때 PE로 이동하지 않은 인력들이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한화인베스트먼트가 벤처투자를 조용히 접고 PE부문을 확대해 본격적인 이윤 추구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한화인베스트먼트가 보유 펀드를 매각할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어 당분간 투자기관들의 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서는 벤처투자 철수 가능성에 대해 여전히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업계에서는 철수가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타 벤처캐피탈사 사이에서도 이 같은 수순은 결국 PE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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