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성 대표 ‘환자=봉’ 병원 실체 충격 폭로
“진료비 절반 이상 부당 청구”
2008-01-03 윤지환 기자
환자를 속이는 국내 병원에 대한 충격적인 실태를 고발한 책이 출간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민국 병원 사용설명서(병원 설명서)’가 바로 그 것이다.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가 병원들이 숨겨왔던 ‘불편한 진실’을 폭로하고 있다. 강 대표는 “병원이 죽어가는 환자를 상대로 부당폭리를 취하는 등 수많은 악행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진실이 가려지고 있다는 판단에
서 책을 썼다”는 것.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횡포와 터무니없는 약값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강 대표는 제약회사가 시장독점과 각종 로비로 허위광고, 불공정거래, 가격담합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아무 제제를 받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강 대표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한 제약사의 약값 책정방식을 공개적으로 문제 삼자 해당 회사관계자들이 찾아와 입을 다무는 조건으로 ‘은밀한 거래’를 제안하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이밖에도 지면제한으로 책에서 못 다한 말들이 많다고 했다. 천사의 탈을 쓴 추악한 권력집단인 의료계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짚어봤다.
“병원에서 말하는 내용의 대부분은 환자들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들다. 때문에 병원에서 무슨 말을 하든지 ‘그렇다’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그게 우리나라 환자들의 권리 수준이다.”
강 대표는 국내 병원들이 어떻게 환자들을 속이는 지에 앞서 이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가 타락한 의료계와 맞선 것은 1999년 백혈병을 치료하고 나서부터다. 같이 백혈병으로 고생했던 환우들이 엄청나게 비싼 약값에 못 이겨 죽음을 맞는 것을 보고 약값인하 투쟁에 나선 게 그를 오늘에 이르게 했다.
그는 “백혈병 치료에 쓰이는 약 ‘글리벡’은 한 알에 2만 5천원이다. 한 달 간 이 약을 먹는데 드는 비용은 약 300만원. 더욱 기가 막히는 점은 이 약은 의료보험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약을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 골수이식도 못 받고 돈이 없으면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는 이어 “그래서 나는 백혈병환우회와 함께 이 약에 대해 약값을 내리고 보험적용을 하라고 싸웠다. 그건 너무도 당연한 생명의 요구였다. 이 싸움을 3년간 한 끝에 결국 지금은 모두가 자기부담 한 푼 없이 이 약을 먹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국내 병원 99% 환자 속인다
그는 의료계비리는 끝도 없다고 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게 의료비 부당청구 사례다.
국내 병원 중 환자를 상대로 부당청구서를 내밀지 않는 병원은 거의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 역시 백혈병 치료 뒤 이 문제로 병원 쪽과 싸워야만 했다.
강 대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내 앞으로 날아온 진료비 확인심사를 요청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을 때 깜짝 놀랬다. 병원이 나를 상대로 사기를 친 것이었다. 백혈병 치료 뒤 나에게 청구된 치료비용(1500여만원) 중 절반 가까이가 부당 청구된 액수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 뒤 결과를 병원에 알렸더니 반응이 가관이었다. 물건을 살 때 대금청구가 잘못됐다면 판매자가 사과하는 게 정상인데 병원은 적반하장이었다”고 말했다. “환자가 병원에 부당청구액에 대해 환불을 청구하면 잘못된 금액만큼 당연히 돌려줘야 하는데도 오히려 ‘치료 잘 받아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는 식으로 핀잔을 준다. 그래도 환자가 굽히지 않으면 ‘진료 때 불이익을 받아도 괜찮겠느냐‘고 협박까지 한다. 이게 우리나라 병원의 현주소다”라고 강 대표는 비난했다.
병원들이 이런 식으로 엄청난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주장이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환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는 병원이 거의 전부라 보면 된다고 했다. 환자들은 병원에서 청구하는 금액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없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셈이다.
강 대표는 “내가 아는 암환자는 최근 치료비로 5077만원을 냈다. 진료비 확인심사결과 2468만원이 부당청구된 것이었다. 또 다른 환자는 3400만원의 진료비 중 2000만원이 부당청구 된 경우도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병원이 이 비용의 상당액을 보험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라고 속여 환자들에게 직접 돈을 뜯어냈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강 대표는 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받았을 때 그 진료비청구서를 꼭 확인 심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렇게 하면 아주 쉽게 병원의 부당청구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단다.
병원, 눈 가리기식 항변
강 대표는 병세가 심각한 환자일수록, 큰 병원을 찾을수록 부당하게 뜯기는 돈은 많아진다고 설명한다. 큰 병에 걸리거나 크게 다쳐 대형 병원을 찾을 때 각종 검사와 치료가 환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온갖 종류의 이름 모를 약이 처방된다.
이렇게 되면 진료비와 약값이 많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 병원은 이때 상당 부분의 진료비를 비급여로 청구한다.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부분이므로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병원 쪽은 ‘친절히’ 알려준다.
그러나 강 대표는 이게 대부분 거짓말이니 병원 말에 속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는 “100%에 가까운 병원들이 보험적용이 됨에도 보험적용이 안 되는 진료과목이라며 환자를 속인다.
그렇게 해서 환자로부터 직접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진료비를 받아 챙긴다. 이런 수법으로 돈을 챙기는 이유는 탈세, 비자금조성 등에 목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병원들도 할 말이 많다. 보험적용에 상관없이 병원수익엔 전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보험을 적용하면 어차피 공단에서 그 비용을 받게 되는데 구태여 환자를 속일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다.
물론 틀린 얘기는 아니다. 병원진료비는 환자나 공단 어느 쪽에서든 내게 돼 병원은 그저 받기만 하면 된다는 논리에서다. 돈을 덜 받거나 더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도 강 대표의 시각은 비판적이다. 그는 “병원은 바로 이런 논리로 결백을 주장하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병원이 비급여로 진료비를 받는 데는 3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다.
첫째, 돈을 현장에서 받으므로 현금유통이 빠르다. 공단에서 돈을 받으려면 1~6개월 쯤 걸린다는 점이다. 둘째, 현금으로 받을 경우 소득신고 때 소득내용을 감출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단속에 걸려도 처리가 간단하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이런 행위들이 적발된 병원은 환자에게 받은 돈을 돌려주는 대신 공단에 청구하면 된다. 다른 처벌은 없다. 이런 상황에 비급여를 좋아하지 않을 병원은 없다는 분석이다.
병실 장사 심각한 수준
강 대표는 의심수준에 그치던 ‘병원들의 병실장사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병원 중 격리실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병원은 거의 없다. 전체 대학병원급 42개 병원 중 격리실이 하나도 없는 병원이 14곳이나 되고, 그나마 격리실이 있는 병원이라고 해도 전체 병상의 0.9%선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병원의 투철한(?) 병실장사 정신 때문이라는 게 강 대표의 주장이다.
백혈병환자, 장기이식환자, 전염병환자, 화상환자 등은 격리실로 가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은 이들을 위해 격리실을 내주지 않고 있다. 그 이유가 어처구니없다. 격리실은 보험적용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적용을 받고 격리실에 입원하면 환자는 하루에 7070원만 내면 입원비가 처리된다.
하지만 병원 쪽은 격리실이 아니라 보험적용이 안되고 값도 훨씬 비싼 1인실에 환자를 보낸다. 이렇게 되면 그 비용은 천지차이가 된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1인실은 하루에 평균 20만~30만원에 이른다. 이 정도면 특급호텔수준이다. 일주일이면 200여만원이 고스란히 입원비로 들어간다.
강 대표는 “이런 문제들에 대해 민원이 넘치다보니 의료계는 막강한 ‘힘’을 이용, 규정을 새로 하나 만들었다. ‘격리실 입원여부는 의사판단에 따른다’는 것. 격리원칙을 정해 놨음에도 나중에 ‘의사판단에 따른다’는 규정을 슬쩍 끼워 넣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걸 보면 한국이란 나라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막혀했다.
그는 “격리실은 병실장사의 극히 일부분이다. 병원들이 병실 장사하는 실태를 일일 말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만큼 의료계 윤리의식이 실종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돈 받고 모른 척 하시죠“
한편 제약회사 횡포도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강 대표는 “제약사 횡포도 심각한 수준”이라고 운을 띄운 뒤 “특히 다국적 제약사들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치료제를 금값보다 비싸게 받는다. 정부에서 이 약에 대한 가격을 낮추려 하면 아예 공급을 끊어 버린다. 이런 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곳이 제약회사”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이 의료계와 정부를 상대로 벌이는 로비실태가 과히 영화수준이다. 강 대표도 한 제약사 상대로 문제를 제기하자 이 회사관계자들로부터 은밀한 뒷거래 제안을 받기도 했다.
“제약회사들은 속된 말로 장사꾼들이므로 구설수에 오를 것 같다 싶으면 로비를 먼저 벌인다. 그게 먹혀들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 쪽(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 문제를 제기했을 때도 제약사 사람들이 접근해 거래를 제안했다. 문제를 모른 척 해주면 그 대가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면 나머지 정부기관이나 대형 병원을 상대로 한 로비실태는 뻔한 것 아니겠느냐”고 혀를 찼다.